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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의 진수를 보여준 맹방해수욕장의 전경
겨울바다의 진수를 보여준 맹방해수욕장의 전경 ⓒ 문일식
지난 주 강원도 삼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푸른색이 더욱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겨울바다는 사납기도 하고, 경쾌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명장면만 나오는 애국가나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삼척의 해변. 정말 '만끽'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 없이 바다를 보고 나서 지역의 향토음식을 한 번 맛보기 위해 삼척의 별미인 곰치국 잘 하는 곳을 수소문 해 찾았습니다. 삼척 시내에서 새천년 해안일주도로가 시작되는 정라항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제게 고기를 탕이 아닌 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생소한 일입니다. 더욱이 저는 곰치라는 물고기를 전혀 모릅니다.

생전 처음 맛보게 된 곰치국
생전 처음 맛보게 된 곰치국 ⓒ 문일식
자리잡고 앉아 슬쩍 곰치국이 맛있느냐고 물어보자 종업원은 주변을 가리키며 다들 곰치국 먹는 사람들이라며 이상하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주문을 해놓고 기다린 지 얼마되지 않아 대접에 담긴 곰치국이 나왔습니다.

보아하니 멀건 김치국같기도 하고, 무언가 둥실둥실 뜬 것이 계란탕 같기도 했습니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먹으며 느꼈던 첫 맛은 '그저 그렇다'였습니다. 김치국과 같은 시원한 맛이었습니다. 곰치의 속살 맛을 보려는데 씹기도 전에 목을 타고 흐물흐물 넘어가 버렸습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정체불명의 물고기가 씹히지도 않은 채 목을 타고 흐물흐물거리며 넘어가니 좋은 느낌이 들 리 만무 했습니다. 밥 한 공기 그럭저럭 비우고 식당을 나섰습니다. 맛꽝인 저는 삼척의 명물인 곰치국을 그렇게 맛없게 먹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곰치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박스에 담긴것은 곰치의 알인듯...
곰치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박스에 담긴것은 곰치의 알인듯... ⓒ 문일식
식당 앞에 아주머니 한 분이 많은 고기들을 앞에 두고 칼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널브러진 물고기들의 생김새도 희한하거니와 몇 번 여행 중에 안면이 있던 물고기들이라 꽤 궁금했습니다. 무슨 물고기냐고 물었더니 이 물고기들이 바로 곰치라고 했습니다.

못생기기로는 아구 다음 정도 될 듯합니다. 바닥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폼을 보니 속살이 씹을 겨를도 없이 흐물흐물 넘어간 이유를 대번 알 수 있었습니다.

삼척의 명물인 흐느적거리는 곰치의 모습
삼척의 명물인 흐느적거리는 곰치의 모습 ⓒ 문일식
예전에 곰치는 잡히면 그냥 버리던 잡어 중 하나였습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무와 고추장을 풀어 찌개를 끓여먹은 것이 곰치국의 유래인데 지금은 고추장대신 김치를 풀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먹어보기는 했지만 맛꽝인 탓에 그 유명한 곰치국의 명성에 금을 내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입맛이 짧은 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대로 맛보지는 못했지만, 한 지역의 명물을 맛봤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새천년 일주도로를 따라 펼쳐진 바다의 풍경 속으로 곰치가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 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 영화를 따라가는 삼척여행

1. 태백방면 427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대나무 숲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을 찍은 대나무 숲과 신흥사가 있습니다.

2. 427번 분기점을 기준으로 7번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오르면 영화 '봄날은 간다'를 촬영한 맹방해수욕장과 드라마 '겨울연가'를 촬영했고, 애국가의 일출장면으로 유명한 추암해수욕장이 있습니다.

3. 배용준이 주연한 영화 '외출'은 죽서루를 포함하여 삼척시내에서 촬영했으니 시간을 두고 둘러볼 만 합니다.(현재 죽서루는 1월 28일까지 보수공사중입니다)

4. 427번 지방도 분기점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용화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고, 황영조 기념공원,해신당공원을 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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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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