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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요리 선생은 인터넷!
내 요리 선생은 인터넷! ⓒ 양중모
그러나, 오늘 아침 난 요리를 배우지 않은 것을 무척이나 후회해야 했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내게 늘 가장 만만한 요리는 계란 프라이였다. 하기도 쉽고 두세 개 정도만 하면 밥 한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계란 프라이가 아닌 좀 다른 달걀 요리를 해먹고 싶었다. 이번 하반기 채용 시장에서 골을 넣지 못해, 상반기 채용 시장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인지라, 목돈이 드는 결혼은 여전히 머나먼 꿈이니, 결혼 전까지는 어떻게든 혼자서 밥을 해먹어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들어가도 돈을 모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테고, 그때까지 오로지 계란 프라이 하나로 버틴다면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그래 오늘은 계란말이를 해먹는 거야!"

비장한 각오로 결심은 했지만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 계란 프라이 등 아주 기초적인 몇 가지만 할 줄 아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이 안에 들어가 검색만 하면 '계란말이 만드는 법'이 줄줄이 뜰 것이고 그 중에서 가장 상세한 설명을 뽑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드디어 조리법을 요약한 후 야심차게 계란 말이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첫 번째가 다시마 국물을 만들라는 것이 있었지만, 집에 다시마가 없었기에 첫 번째 단계부터 조언을 무시하고 가기로 했다.

온힘을 다해 풀고 또 풀었다.
온힘을 다해 풀고 또 풀었다. ⓒ 양중모
어쨌든, 계란을 일단 풀어 열심히 섞은 후 설탕 1큰 술과 소금 약간을 넣고 다시 섞었다. 열심히 섞어서 되었다 싶을 만큼 이제는 기름을 프라이팬에 두르기 시작했다. 사각팬에 하라고 했지만, 사각팬이 없는 관계로 역시 무시하고 그냥 둥근 판에 두르기 시작했다.

기름이 어느 정도 지글지글 거리자, 조리법에 나온 대로 2/3 정도만 프라이팬에 부었다. 그리고 이어 세 네 번 뒤집으라는 말에 충실하여 첫 번째로 뒤집는 순간, 난 당황하고 말았다.

"어, 어, 어쩌지?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한 번 뒤집자마자, 뒷면이 이미 다 타버린 계란 프라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난 열심히 풀어놓은 나머지 계란들도 재빨리 집어 넣어 익히기 시작했다. 불을 일단 줄인 상태에서 했는지라, 기대를 했겄만, 이 녀석 역시 조금 타버렸다.

뒤집으니 뒤가 바로 다 타버렸다.
뒤집으니 뒤가 바로 다 타버렸다. ⓒ 양중모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계란말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일단 만들었으니, 칼로 잘라 계란말이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도 '잘 했어'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면서 계란말이를 입에 대는 순간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으아… 짜…."

소금을 약간만 넣으라는 조리법 대로 약간 넣었거만, 적정량을 지나쳤던 모양이다. 하긴 소금과 설탕을 구분한다고 맛을 볼 때부터 너무 많이 찍어 '짜다'며 오만상을 찌푸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역경을 겪고서도 어쨌든 밥은 먹어야 했기에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려는 순간, 큰 상자가 눈에 들어오면서, 스스로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야 했다. 계란을 풀던 그릇과, 계란, 썰었던 도마 등 옆에 대파가 가득 담긴 통이 있었던 것이다.

조리법에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인데, 대체 파를 왜 꺼냈던 것일까? 아마도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셨던 계란말이에는 늘 파가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 맛을 재현하려 꺼내놓은 모양이다.

그런데 파는 대체 왜 나온 것이었을까?
그런데 파는 대체 왜 나온 것이었을까? ⓒ 양중모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쉬운 요리도 쩔쩔 매는데, 가족을 위해 아픈 순간에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며 다양한 요리를 하셨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요리 한 번 해드리기는커녕, 제대로 요리를 도와준 적도 없다는 데 대해 뒤늦게 후회하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셨던 어머니는 그보다 내가 어서 빨리 어머니 손맛을 재현하기를 기대하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때론 사랑하는 이를 정말 위하는 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보다, 사랑하는 이가 원했던 모습으로 변해가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두 번째 도전 요리는 감자 조림이 될 듯합니다. 타고 짠 계란말이를 먹었더니 여전히 속이 울렁거리네요. 다음 번 요리는 꼭 성공하길. 그리고 좋은 요리법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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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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