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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도지사는 11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황우석 교수를 병문안했다. 이 자리에서 황 교수는 서울대 측에 12일 중에 자체 조사 요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11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황우석 교수를 병문안했다. 이 자리에서 황 교수는 서울대 측에 12일 중에 자체 조사 요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 경기도 제공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의혹 논란이 다시 한번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황우석 교수가 '서울대의 검증'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학계와 언론계의 여론이 비등해지자 황 교수가 고심 끝에 11일 ‘자체 조사 요청’이라는 형식으로 재검증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황교수팀은 줄곧 "재검증은 필요하지 않으며 후속연구로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렇다면 황교수팀은 왜 입장을 바꿨을까.

그 배경에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증폭된 논문조작 의혹 ▲서울대와 과학계 소장파 학자들의 재검증 주장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언론들이 '이제 황교수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한 것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12일 중으로 예정된 <사이언스>의 공식성명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 10일 황 교수를 향해 "언론이 제기한 의문에 답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재검증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식 성명을 12일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황 교수팀이 '수세'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황 교수팀은 11일 서울대 재검증 요구에 응하는 한편 정면대결 의지를 천명했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황우석 죽이기'라고 단언하고 그 근거를 적시한 장문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러한 양면전략은 황 교수팀 핵심관계자들이 모여 11일 황우석 교수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에 모여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황 교수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는 안규리, 이병천, 강성근 교수 등이 장시간 머물면서 퇴원시기를 포함한 앞으로 대책을 분주히 논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따라서 황 교수팀의 재검증 수용은 진실규명의 시작일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논문조작 여부에 대한 진실게임은 지리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당장 초미의 관심사는 12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서울대의 '재검증 관련 기자회견'이다. 누가, 무엇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재검증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검증 실시가 곧 논문의 진실성을 확증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재검증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 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논문조작 의혹에 대해 토론을 벌여온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BRIC) 게시판은 벌써부터 재검증의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반응들로 뜨겁다. 서울대의 재검증 방식이나 엄밀성에 결코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단순히 원자료(raw data) 검증에 그칠 경우 논란은 결코 잠재워지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메시지도 적지 않다.

브릭 회원 'cool'은 "미국에 있는 배아줄기세포 DNA를 실제 환자의 DNA와 비교해 명명백백히 밝혀라, 그것이 검증"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 만든 줄기세포라든지 2004년용 세포라든지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논문에 실린 바로 그 줄기세포들의 DNA가 논문에 실린 것과 일치하는지를 가리기 위해 DNA 재검사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076은 "사진보고 비디오 보니까 진짜더라, 제발 이렇게 하지 말아 달라"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는 정말 환자에게서 추출된 것인가, 그렇다면 몇 개를 추출했느냐이다"고 강조했다.

"사진·비디오 보고 '진짜더라' 식은 제발 말아달라"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
'검증대상은 2005년의 논문 데이터로 제한해야 한다'고 전제한 'char'은 그 이유를 "논문 데이터의 오류가 상식적으로 실수의 수준인지, 의도된 조작의 수준인지가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검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글도 있다. 'KIM3'은 ▲줄기세포는 실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맞춤형 줄기 세포는 몇개인가 ▲논문의 사진 오류에 대한 해명 ▲논문 수정본에서 줄기세포수를 11개에서 3개로 수정한 것에 대한 해명 ▲논문 투고시 확률 조작은 없었는가 ▲연구원들이 기자에게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는 3명의 연구원 면담 등이 검증내용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회원은 "원자료 검증 방식은 곧 황 교수의 승리"라며 걱정스런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재검증위원의 구성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병수 생명공학연대 정책위원은 "서울 수의과대 IRB(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난자문제를 조사하면서 문제를 일으켰고 '자기 식구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재조사하고 있다"며 "위원구성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 논문의 재검증을 촉구했던 서울대 소장파 학자들도 이러한 브릭과 시민단체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는 눈치다. 재검증을 건의했던 한 서울대 교수는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단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이해관계가 없는 엄정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검증방식에 대해서는 "서울대가 줄기세포의 DNA 재검증을 한다고 해도 줄기세포 샘플만 떼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황 교수팀의 연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DNA 재검사 방식이 타당함을 강조했다.

서울대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어떤 재검증 방식을 밝힐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황 교수팀과 그동안 의혹을 제기해온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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