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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 ⓒ KBS
하반기 시청률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장밋빛 인생>은 서민적이고 일상적인 등장인물들을 내세워 철저하게 시청자의 눈물과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작위적인 신파라는 비판과 지나친 통속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트렌드는 올 하반기 영화와 드라마에서 상당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현재 시청률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슬픔이여 안녕>과 <별난남자 별난여자>는 얼핏 보기에 기존에 선보였던 KBS 주말-일일극의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가족 드라마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자칫 단조롭고 식상할 수 있는 통속적인 전개 위에, 끊임없이 맞물리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캐릭터간의 앙상블로 긴장감을 유지 시킨다.

이 작품들은 파행을 맞이한 가족 구조나 출생의 비밀 같은 전개로 현재 가족 구조의 뒤틀린 허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치유와 극복이다. 곧 어떤 시련과 환란 속에서도 가족을 지탱해 주는 것은 혈연주의와 휴머니즘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애정의 조건>과 <부모님 전상서>에 이은 KBS 주말드라마의 연타석 홈런을 이어가는 <슬픔이여 안녕>의 힘은, 역경을 이겨나가는 소시민들의 애환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따뜻함과 친근함에 있다. 드라마는, 특정한 하나의 사건이나 주인공에게 카메라를 집중하지 않고 여러 명의 캐릭터들이 엮어내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각 세대와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맞물리면서 드라마는 보다 다양한 세대를 포괄하는 옴니버스형 구조를 표방한다. 여기서 가족주의 드라마의 틀을 지키면서도 사랑, 복수, 비밀, 웃음 같은 장르의 여러 공식들을 느슨하게 엮어낸다.

눈에 띄는 스타가 없는 대신 신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캐릭터의 연기 조화는, 중견층이 보기에도 신세대가 보기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 충실하면서도 개성화된 매력을 뽐내는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 내공은 극의 매력을 깊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이들의 절제된 연기속에는 비록 트렌디 드라마 같은 화려한 볼거리나 톡톡 튀는 대사의 향연은 없는 대신,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진정성이 있다.

이점은 일일드라마 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별난 여자 별난 남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노련한 중견 배우들이 탄탄하게 극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주인공들의 밀고 당기는 사각관계를 통해 트렌디 드라마의 발랄함을 보강한 전개는 일일극의 진부함을 덜어내고 속도감을 덧입힌다.

특히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세대 연기자 김아중이 연기하는 종남의 캐릭터는 삼순이나 금순이를 잇는 자기주장 분명하고 야무진 '또순이'형 여주인공이다. 이런 작품들 속의 신세대는 기성 세대와의 대립이나 반항 의식을 상징하기 보다, 성실함과 원칙을 무기로 하여 구세대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바림직한 롤 모델로 그려진다는 차이가 있다.

<별난 남자 별난 여자>와 <슬픔이여 안녕>의 인기는, 최근 일부 스타급 연기자에 의존한 트렌디 드라마와 대형 물량을 투입한 시대극들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생긴 반작용이라고도 볼수 있다. 화려한 소재나 볼거리에만 의존한 드라마에 식상한 관객들이, 겉보기에 다소 밋밋할지라도, 우리의 일상이 살아 숨쉬고 진솔한 사람 냄새 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더 깊은 공감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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