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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추진위는 12월 2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전에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을 실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송환추진위는 12월 2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전에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을 실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철우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통일조국 염원을 안고 수십 년을 감옥에서 살면서도 자기 정치 신념과 양심을 지켜온 분들이 출소한 뒤 자기 본적지로 귀환하는 것입니다. 또한 외세와 분단이 빚은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며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인도주의 문제입니다. 전 민족의 관심 속에 송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부가 지난 9월 30일 정순택 노인이 췌장암을 앓다 숨지자 '유해송환'이라는 형식으로 10월 2일 북으로 송환한 이후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7일 광화문 부근에서 권오헌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아래 송환추진위, 양심수 후원회 회장) 상임공동대표를 만나 장기수 송환에 대한 생각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장기수 송환 언제가 될지 시간 문제만 남았다"

권오헌 상임공동대표.
권오헌 상임공동대표. ⓒ 이철우
권오헌 대표는 정순택 노인의 '유해송환'에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그동안 이인모 노인이나 2000년 1차 송환 때 63명을 보내면서도 송환이 아닌 북한 방문 형식으로 보냈다"며 "'송환'이란 표현을 처음 쓴 것이고 늦었지만 그 당위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유해송환'한 정순택 노인은 1차 송환 때 전향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정순택 노인을 비롯한 33명의 장기수 노인들은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 우리를 북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구해왔으며 송환추진위도 송환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송환운동을 계속해 왔다.

권 대표는 "이미 사상전향제도의 위헌성과 강제전향의 위법성이 드러나면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기수들의 원상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며 "정부가 사회안전법과 사상 전향제도를 전부 폐지한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와 국제인권협약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어 "이미 장기수 송환의 정당성은 확인되었고 잔혹한 고문으로 인한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장기수 송환이 언제가 될 것인지 시간의 문제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정전협정 제3조 51항 C항목을 살펴보면 한글로는 '송환', 영문으로 'Repatriation', 중문은 견반(遣返)으로서 송환이 '본국', '본적지', '거소지'로 돌려보낸다는 뜻임을 밝히고 있으며 6·15공동선언은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며 송환의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

권 대표는 일부 수구세력이나 당국자들이 이른바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를 장기수 송환과 연계시키는데 대해서도 "비전향 장기수를 조건 없이 송환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근거가 충분한데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며 "남북 간 풀어야할 인도주의 문제가 있다면 별도로 합의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 진행사항

장기수 송환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인민군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인모 노인이 사회안전법으로 구속된 후 출소하면서부터다. 이인모 노인은 자신이 '전쟁포로이므로 제네바 협정과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거소지로 송환할 것'을 촉구했으며 인권·종교·사회단체들은 '이인모 노인 송환추진위'를 만들어 송환운동을 벌여 93년 3월 19일 결국 송환되었다.

그 후 김인서·함세환·김영태 노인들도 같은 이유로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고 93년 5월 송환추진 국민운동 본부를 결성해 본격 송환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남북 대치국면을 조성하면서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99년 김대중 정부에 이르러서야 남아있던 비전향 장기수 19명이 석방되고 이때부터 다시 송환문제가 거론되면서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를 23개 인권·종교·시민단체가 구성하게 된다.

송환추진위는 '송환의 당위성'과 '전쟁포로로서 권리' 그리고 부당한 구속에서 풀려난 사람들을 원래 거소지로 보내는 '인도주의'와 '남북화해협력'의 계기로서 장기수 송환운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2000년 송환에 이어 2001년 2차 송환을 요구했던 장기수들 가운데 김태수·김경선·장광명·정순덕 노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이번에 '유행송환' 한 정순택 노인을 빼고 이제 남은 28명도 대부분이 75세에서 90세에 이르는 노인들이며 오랜 감옥생활의 후유증으로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오기태(76·원이름 장재필) 노인은 급성폐렴으로 입원해 16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이며 그 외에도 강담(73), 김기찬(87세), 맹기남(85), 천광섭(83), 문상봉(81), 김종하(77), 이찬근(76), 박종린(73), 김동수(69) 노인 들이 투병 중에 있어 송환추진위는 2005년 내에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9월 2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전향 장기수 북송가능성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인도주의적, 인권,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으며 한완상 적십자총재와 통일부 관계자는 송환추진위원회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환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http://www.chammalo.com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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