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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배상용
며칠전 개인적 사정으로 육지에 다녀 왔습니다. 포항 여객선 터미널 주변에서 저를 한 시간 넘게 붙들어 놓은 장면입니다. 두 청춘 남녀의 진지한 분위기에 묘한(?) 기분을 느껴 멀리 길건너에서 지켜 보았습니다. 남자는 다시 한번 시작하자는 화해의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아가씨는 한 시간 넘도록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한마디 하지 않을 거라면 왜 나왔는지, 아예 만나지 말고 피해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 아냐 아직 미련이 남아 어떻게 할까 고민중일 거야,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닷바람이 불어 옵니다. 하얀 백사장에 고층 건물이 어우러져 있는 게 고향 울릉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고 저마다 손을 잡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들이 정겨워만 보입니다.

ⓒ 배상용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라는 모작가의 시집 제목이 문득 떠오릅니다. 한쪽에선 헤어짐을 준비하는 연인이 있고 또 그 아래로는 사랑의 대화를 속삭이며 손잡고 걷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한 곁에는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는 황혼기의 어르신이 아무말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서 계십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사. 가능하면 아픔 없이 그저 행복만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산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지난 추억을 돌이켜 봅니다. 이런 친구, 저런 친구, 이 여자가 아니면 죽어버릴 것이다 생각했던 첫사랑도 생각하며 말입니다.

백사장에 앉아 자판기 커피 한잔 마셔 봅니다. 이런 기분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누가 보면 실연을 했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연인 옆에 서 있는 교통표지판이 묘한 감정을 자아냅니다. '급커브'라는 세 글자. 세상을 살아가며 인생의 '급커브'가 몇 번이나 있을까요? 만남과 헤어짐을 준비하는 사람들, 폐업과 개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학과 사회로의 진출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 이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에서의 '급커브'가 아닐까요?

행복한 웃음과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생의 '급커브'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 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 운영자이자 울릉군 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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