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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세계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정호씨
작품세계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정호씨 ⓒ 김성덕
녹이 슬고 부식된 쇠붙이와 퇴색되어 시대성 없는 물건들을 배치해 자신을 표현하는 전남 영광군의 김정호(43)씨. 김씨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미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미전 등에 나가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생활 속에서 그림, 조형, 조각 등 일상 미술로, 힘든 추억을 기쁨의 삶으로 증진시키고 있다.

특히 김씨는 '알코올중독'이라는 딱지도 가지고 있다. 벌써 8년째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는 상태이고 그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도 이미 조각난 상태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보다 낫게 해주는 미술이 있어 그는 변화, 극복해 가고 있다.

전남 영광읍 신하리 영광기독신하병원의 거대한 조형물들은 그의 삶과 생각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입원해 있던 어려운 시절, 거명의료재단 정기석 회장의 권유로 미술 선생님이었던 아버지 옆에서 곁눈으로만 보아오던 미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거대한(?) 작업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표현, 많은 이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고 있다.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면서 작업해가고 있는 김정호씨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면서 작업해가고 있는 김정호씨 ⓒ 김성덕

김정호씨 '흔적이 보일 때'의 작품
김정호씨 '흔적이 보일 때'의 작품 ⓒ 김성덕
입원 환우와 직원, 풍경의 개인작품 활동으로 정서를 키워온 김씨는 최근 금년 2월부터 10개월 동안에 거쳐 거대 조형물 2작품을 만들었다. '흔적이 보일 때'란 품명으로 조형된 이 작품들은 신하병원의 입구 양편을 차지했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김정호씨 작품중 일부2
김정호씨 작품중 일부2 ⓒ 김성덕
이미 버려져 용광로를 거쳐 재생되지 않는다면 아무 데도 쓸모없는 쇠붙이로 고목나무 형상을 만들어서 적당한 위치에 고정시키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나뭇잎을 만들어서 싱싱한 느낌이 나도록 했고, 인체에서 에너지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심장을 여러 가지 기구(옛날 방앗간의 뿌래와 발동기)를 통해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거대 조형물이기도 하지만 뭉툭하면서도 세심하게 표현되어 이목을 끌고 특히 빛의 반사를 이용해 시각적인 주목 효과까지 주고 있기 때문이다.

"녹슨 쇠붙이를 깎다보면 그 속에 남아있는 고갱이가 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있어온 물질의 본질이며 우리들 마음에도 진정한 모습이 있을 텐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참모습을 찾는 것이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가는 것을 믿는다"고 그가 작품 설명에서도 말했듯이 조형물을 감상하다 보면 살아온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회상 되는 듯싶다.

"미술이라면 뭐든지 그냥 좋아서합니다"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표현할 뿐입니다"는 그의 말과 표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그의 마음 속 깊이가 느껴진다. 아픔을 예술로 승화해 낸 그의 삶은 '승리'임에 틀림없다.

생명이 붙어있을 때까지 미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그는 "앞으로 이런 조형물을 통해 공원을 조성해나가겠다"는 병원 측의 계획과 맞물려 작품 활동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씨 작품중 일부
김정호씨 작품중 일부 ⓒ 김성덕
"사회나 가정에서 소외됐다고 생각될 때 정신적 동질감을 함께 나누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조형물이 됐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처럼 모두에게 안정을 주는 작품이고 앞으로도 그런 그의 작품 활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흔적이 보일 때
김정호씨가 작품을 생각하며 쓴 시

우두커니 바라나니

이제 보이누나 우리의 흔적
말 많던 시절 들
알고 보면
한 낱 어젯밤 꿈인 걸

그래도 내 기억속에 만큼은
생생이도 꿈틀거려

깊은 밤 지나온 길에
돌아갈 수도 없는 길에
머뭇거리 다가도
잠 못 이루는 밤이 길더라도
아침은 오겠지

그러면 시작되겠지
흔적이 보일때처럼

/ 김정호

작가의 작품 설명
흔적이 보일 때

▲ 전남 영광군 영광기독신하병원 입구에 위치한 김정호씨의 작품-흔적이 보일때

흔적,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생명력 없는 무질서의 물질들을 생명으로 재현하고픈 질서와 변용(變容)될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본다.

녹이 슬고 부식된 쇠붙이와 퇴색되어 시대성 없는 물건들의 배치로 전하려는 조형언어, 그것은 지난날 우리가 걸어온 궤적을 통하여 자신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옛길의 흔적이며 시간의 흐름이다.

고목나무에서 새 잎이 돋아나는 형상처럼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현실이 감각되고 다시 미래를 지향함으로써 역사를 걸머지고 굳은 의지로 현실을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조형언어이다.

이미 버려져 용광로를 거쳐 재생되지 않는다면 아무 데도 쓸모없는 쇠붙이로 고목나무 형상을 만들어서 적당한 위치에 고정시키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나뭇잎을 만들어서 싱싱한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고목나무 몸체에는 여러 형상이 매달려 있는데 그중에는 사물이 비추는 거울이 군데군데 끼워져 있고 주변은 곡선을 보이며 서로 잇는 튼튼한 연결부와 사이 사이에 앉아 있는 인물상과 그 앞에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통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이 보이도록 표현했다.

또한 인체에서 에너지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심장, 그것을 나타내는 물체는 여러 가지 기구(옛날 방앗간의 뿌래와 발동기)들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여 적당한 각도의 위치에 고정시켰다.

한때는 없으면 안 될 귀중한 재산이었던 것들, 그런 소재들을 모아서 하나의 상징으로 보여주려는 나의 노력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지만 이러한 조형언어로 말하려는 것이 결코 아름다운 모습만은 아니다.

삶이 흘러가는 방향성과 함께 추진하고픈 강력한 이상이고 희망의 상징이다. 꿈은 현실을 닮아 있는 만큼이나 현실로 옮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으로 실천해왔던 세월의 흔적도 있었기에 새롭게 조명하고 보여지는 동질감을 조형언어를 통해 다시 전하려는 것이다.

녹슨 쇠붙이를 깎다보면 그 속에 남아있는 고갱이가 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있어온 물질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들 마음에도 진정한 모습이 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참모습을 찾는 것은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노인치매시설과 노인요양시설에 계시는 분들을 위한 것이지만 사회나 가정에서 소외됐다고 생각될 때 정신적 동질감을 함께 나누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조형물이 됐으면 한다. / 김정호

덧붙이는 글 | 전남 영광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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