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지가 여럿인 사람은 있어도 어머니가 여럿인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러나 김도수 기자는 무슨 재주가 있기에 만나는 할머니들마다 사위를 삼고 싶다, 자식을 삼고 싶다고 말하는 걸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고향과 여러 어머니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그를 만나보았다.

진뫼병에 걸린 남자

"어느 날 회사에서 우연히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정말 개인들의 소소한 내용들까지도 다뤄지더라구요. 그 뒤 관심을 가지고 보다보니 우리 고향에서 눈에 보이고 발에 밟히는 게 모두 기사거리더라구요."

처음에는 표준어에 맞게 쓰려고 국어사전까지 사서 기사를 올리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그. 그러나 그러다보니 신명이 나지 않았다. 그는 있는 그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 속에서 그의 아름다운 고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 자신의 책을 보며 일화들을 설명하는 김도수 기자 - 한동안 몸이 아파 10kg이나 체중이 줄었다고 한다.
ⓒ 심은식
그의 고향사랑에 대한 대표적인 일화로 '허락바위'란 것이 있다. 사연인즉 오래전 마을 냇가에 있던 큼지막한 바위하나를 어느 관공서에서 가져갔는데 그가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사정반, 협박반(?) 끝에 결국 마을로 되찾아온 것. 돌 하나까지도 기억하고 아꼈던 그의 마음이니 그 밖의 것은 더 말해 무엇하랴.

김도수 기사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아내 말처럼 '진뫼병'이 걸린 사람이라고 진단내릴 것이다. 그는 고향인 진뫼를 떠난 후 남의 손에 넘어간 고향집을 찾기 위해 '고향집 구매 계획서'를 작성했고 낡은 옷조차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 일할 때 입으려고 모아둔다고 한다. 또 당시 남의 소유가 된 고향집 지붕에서 비가 새기라도 하면 차마 볼 수가 없어 기어이 올라가 고치고 내려왔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고향인 진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책 표지.
ⓒ 전라도닷컴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결국 몇 해 전 고향집을 다시 사게 된 그는 그 후 주말이면 새벽부터 고향으로 출퇴근하며 집을 손보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7월에는 그 과정에서 있었던 사연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묶어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책이 나온 소감을 묻자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책을 내나 싶어 의아해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구나 싶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에게도 고향에 대해 그 역사에 대해 알게 해주어서 기쁘다고.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게 평가를 해주셔서 놀랬어요. 그래도 다른 독자들보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들, 동네 분들이 아껴주시니까 그게 제일 기쁘더군요."

그러면서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자신의 책을 읽고 부모님들에게 안부전화를 한통씩 해드리면 그게 더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들

앞서 말했듯 그에게는 어머니가 여러 명 있다. 그가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것은 그분들을 호강시켜드려서가 아니다. 혼자 주무시기 적적하실까봐 불쑥 찾아가 자고오기, 방안의 전등은 어둡지 않은지, 프라이팬은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지 살피는 그의 마음씀씀이가 어머니들과 통했기 때문이다.

▲ 고향의 따뜻하고 정겨운 소식을 전해주는 김도수 기자의 손.
ⓒ 심은식
"농사짓는 거 정말 어려워요. 회사 일도 힘들다면 힘들지만 농사짓는 만큼은 아니에요. 어머니 산소에 갔을 때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 고향에 대한 설명을 하며 추억에 빠져든 김도수 기자.
ⓒ 심은식
그래서 고향의 어머니들이 쌀이라도 담아주면 그게 얼마나 고생해서 지은 것인지 알기에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그 역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더 잘 헤아려 지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주말 농사를 지어도 오고 가는 기름값과 톨게이트비용을 합치면 오히려 적자인 셈. 그래도 부모님과 살았던 비어있는 집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고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 그는 기쁘다고.

"집을 다 치우고 부모님 사진을 걸어놓았죠. 고향집이 생기니까 제사도 다들 그곳에 모여서 지내고 김장도 같이 하고 그러니 가족간에 구심점이 생기더군요. 오순도순 얘기도 하고 얼굴도 보고 말이죠. 또 부모님과 함께 사시던 동네 어른들과 술 한 잔 나누고 인사드리는 것도 좋구요."

이런 정성과 마음이 통했는지 최근에는 그의 구수하고 따뜻한 고향이야기를 소재로 영화제작이 검토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잊고 때로 버려지는 고향. 그가 발견한 고향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김도수 기자는 누구?

순천에 사는 직장인인 그는 다른 사람에게 팔려 버린 섬진강가 진뫼마을 고향집을 12년 만에 다시 되찾아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고향집으로 가 밭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에는 고향의 자연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적성댐 건설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라도 닷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