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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반대홍콩민중연대 대표자격으로 부산에 와 함께 반아펙 시위를 한 메이블씨는 한국 사회 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부산에서의 한국 사회 운동의 시위는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대단히 잘 조직되었고(well-organized) 훈련되었다(well-disciplined). 저지선 앞쪽에서 밀고 당기는 공방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느 시위에서나 마찬가지고 여기 홍콩에서도 그렇다. 뒤쪽에서는 오히려 여유롭기까지 했다. 우리는 부산에서 있었던 반아펙시위가 온순하였다고(mild) 생각한다."

이렇게 한국 사회 운동을 '훈련되었다'고 평가한 메이블씨가 한국 <중앙일보>의 11월 23일자 보도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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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씨는 23일 기자와 전화로 나눈 인터뷰에서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홍콩 언론도 아니고 한국 언론이 어떻게 절규하고 있는 자국 농민들에 대해 그런 식으로 보도를 할 수 있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메이블씨는 "오히려 홍콩경찰들은 한국의 농민운동측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우리 홍콩민중연대측에 몇 번이나 의사를 타진하고 요청을 했을 정도이다"'며 한국 언론이 홍콩경찰만큼도 못하다고 혀를 찼다. 홍콩 경찰 당국의 기자회견이 엄포를 놓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었는데도 오히려 한국 언론이 그걸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기 입맛대로 기사화하였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한국 농민들이 홍콩에 와서 무법천지를 만들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농민운동만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민중연대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산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모든 사회운동단체들과 만났다. 그들은 우리 홍콩민중연대에서 정한 가이드라인과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홍콩민중연대와 농민운동을 포함한 한국의 사회운동은 충분히 협력하고 연대하고 있다."

메이블은 대단히 불쾌해 하며 홍콩민중연대의 홈페이지에 있는 빽빽한 집회, 세미나, 회의, 행진일정을 살펴볼 것을 요구했다.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는 반WTO시위가 어느 정도로 잘 조직되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또 메이블은 홍콩민중연대에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운동에 감사를 표했다. 한국참가단의 이름으로 경찰에 집회나 시위가 신고 되어 있지 않는 것은 오히려 한국 참가단이 전적으로 홍콩민중연대가 제시한 일정에 따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홍콩민중연대가 신고하고 경찰에 제시한 일정에 따를 것이기 때문에 따로 독자적으로 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메이블씨는 그러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홍콩민중연대에 어느 정도 협조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참 많이 마신다. 그러나 이것은 홍콩의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듣고 보니 농사일이 너무 힘든 작업이라 술을 마시는 것이라 한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우리는 전농을 비롯한 WTO참가단체에 홍콩에서는 술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도 심지어 한국의 사회단체들은 이 부분에도 당연히 동의를 하였다. 한국의 언론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한국의 운동을 깡패처럼 너무 무시하고 매도한다. 이해가 안 간다."

그녀는 홍콩민중연대의 역량이 부족하여 한국농민운동이 홍콩 현지에 와서 집회든 시위든 행진이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따르겠다고 말한 한국운동이야말로 성숙한 운동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의 농민운동 역시 홍콩투쟁에서의 관건이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가톨릭농민회의 경우 밤마다 현지 홍콩 가톨릭단체와 교류와 나눔의 행사를 열어 일정이 빽빽한 상태다. 아시아태평양가톨릭대학생연합회 소속 대학생들과의 만남, 홍콩가톨릭노동사목위원회 소속 노동자들과의 만남,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홍콩에서 이제 막 시작된 유기농 농부들과의 만남 등이 대표적이다.

유인물 역시 현지인들을 위해서 현지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어로 번역해서 갈 예정이다.

"우리는 홍콩 경찰들이나 현지 언론에 얼마나 우리가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잘 안다. 따라서 당연히 더더욱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홍콩 현지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홍콩가톨릭정의평화위원회의 초대를 받아 20일 홍콩 현지에서 홍콩천주교인들과 'WTO와 아시아 농업'을 주제로 한국사례를 발표한 가톨릭농민회 광주교구 사무국장 양혁씨의 말이다. 그는 세미나 내내 홍콩에 와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릴 것임을 두 번, 세 번 강조하였다.

"돈이 많아서 홍콩에 온다는 식으로 말하다니, 제 정신인가? 그만큼 한국 농민들의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에 홍콩에 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몇 주 전 여기 홍콩에서 한국 농민들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그걸 본 주변의 많은 홍콩 친구들은 왜 한국의 농민들이 길거리에서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그 보도, 한국 신문이 한 것 맞는가?"

몇 주 전 경북 안동에서 열린 생명농업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현장체험에 참여하였던 홍콩가톨릭청년모임의 토토씨가 내뱉은 말이다. 그녀는 안동에서 농민들을 만나 본 이후 주변에서 한국농민들이 홍콩에 와서 폭력시위를 한다고 떠드는 언론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들이 소리치고 우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절규하는 사람에게 '너넨 폭력적이다'하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더구나 그 사람들이 가해자거나 최소한 그 피해자들 덕분에 혜택을 받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피해자에게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저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비겁한 일이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절규하는 것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가해자 그들이 아닌가?"

홍콩민중연대의 메이블 역시 여기에 말을 보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사 WTO 행동 기간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WTO가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고 못을 박는다. 그만큼 사람을 벼랑으로 몰아넣었다면 벼랑에 몰린 사람이 아니라 벼랑에 몰아넣은 쪽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엄기호 기자는 국제가톨릭학생운동 아시아 태평양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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