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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리산 자락이 펼쳐지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산 속을 달리다 보니, 계곡 맞은편의 늦은 단풍 위로 오후의 해가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깊은 산 속의 분교에서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사람 사는 따뜻한 얘기를 보내오고 있구나 싶었다.

버스가 도착한 정류장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서넛 모여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하교 하는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침 연곡 분교에 다니는 아이들인가 싶어 학교 위치를 물으니, "따라오라"며 학교 가는 길을 앞장선다. "장옥순 선생님을 아느냐"고 했더니, 자기네 학교 선생님이라며 "무슨 일이냐"고 이것저것 되묻는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어떻냐고 물으니 주저 없이 "좋아요!"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 장옥순 기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 왼쪽부터 정진이, 정진아, 박은선.
ⓒ 심은식
내 키만큼 책 쓰고 싶어

아이들을 따라 도로에서 개울가를 따라 자리 잡은 마을로 내려가니 학교가 나타났다. 학교로 들어서서 받은 첫 인상은 학교가 매우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 국화로 단장된 입구를 지나 인사를 나누고 마침 일과가 모두 끝난 시간이라 장옥순 기자가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1년에 자기 키만큼의 책을 읽었다고 해요. 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기 키만큼의 책을 썼고요. 저도 살아있는 동안 제 키만큼 책을 쓰고 싶습니다."

▲ 장옥순 기자가 그동안 낸 책들. 다음달에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 심은식
그녀는 언제부터 이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알고 보니 장 기자는 지난 1997년 시조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했다. 아직도 시가 어렵다는 그녀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는 내 얘기를, 특히 내 아픔을 얘기하는 게 부끄럽고 익숙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드러내는 순간, 그건 단순한 아픔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소중한 느낌을 주고 받게 되죠. 아이들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실리니까 신기해 하고 좋아해요. 그래서 더 친해집니다."

▲ 교무실 칠판 앞에서 - 장옥순 기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이 16명인 작은 분교다.
ⓒ 심은식
<오마이뉴스> 덕분에 폐교 위험에서 벗어나

그녀는 자신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림으로써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이 올린 학교 이야기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 언론사의 주목을 받으면서 학교가 폐교 위험에서 벗어난 것을 꼽았다. 해당 교육청에서도 학교와 관련된 미담이 방송되자 여러 가지로 지원을 늘렸다는 후문.

장옥순 기자에 대하여


장옥순 기자는 전남 구례군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의 교사다. 산문집 <아버지의 손>과 시집 <나무는 시인이다>를 냈으며, 최근에는 아이들과 교직 생활의 일화를 엮은 <아름다운 일탈>을 펴냈다. 현직교사로서 진솔한 교단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그녀는 자기 키만큼 책을 내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있다. / 심은식
아이들과 학부형들도 자기 고장의 학교가 주목을 받고 기사화 되는 것에 많이 자부심을 느껴 도시로 전학을 가는 비율도 이전보다 낮아져 장 기자가 부임하기 전보다 학생수도 늘었다.

장 기자의 집은 원래 광주광역시로 1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고, 주중에는 학교 사택에서 지낸다고 한다. 단신으로 부임해서 생활이 힘들지는 않은지 물어보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좋지는 않지요. 하지만 몇 시간씩 걸려 출퇴근을 하게되면 제 시간이 없어요. 이곳에서는 방과 후에 온전히 제 시간이죠. 요즘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곳이 오히려 더 좋아요."

다행히 내년이면 부임 기간이 끝나 집과 가까운 곳으로 다시 갈 수도 있지만 이제는 또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임기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는 장 기자의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삶이 자신의 글과 어긋나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장 기자는 언젠가 다른 기사에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를 잊지 않으려 한다는 다짐을 밝힌 적이 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겹쳐졌다. 그녀는 역시 선생님이다. 아주 좋은 선생님 말이다.

▲ 장옥순 기자의 손 - 최근에는 다음달에 나올 책의 교정을 보고 있다고 한다.
ⓒ 심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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