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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된 총 앞에 서서> 책 표지.
<장전된 총 앞에 서서> 책 표지. ⓒ 들녘
지루한 일상 속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저자는 자신의 갑갑한 현실을 냉소한다. 그가 어릴 때 동경했던 문학은 이제 더 이상 그의 꿈이 아닌 듯 하다. 숨막히는 일상을 벗어나고자 그가 우연하게 선택한 일은 우드스턱 구치소의 시간제 교사. 처음에는 그들을 문학으로 구원하겠다는 야심차고 낭만적인 믿음을 가지고 범죄자들 앞에 선다.

하지만 그 안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업에 들어온 이들은 알콜 중독, 강도, 강간, 살인으로 들어온 이들. 수업은 그가 이끄는 대로 진행되지 않고, 열심히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준비한 강의 계획표도 거의 종잇조각에 불과할 따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삶 속으로 이해의 시선을 넓히게 되고, 관심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10대들의 범죄사건이 되어버린다. 어머니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아버지마저 부상을 입힌 청소년 '레어드'는 그가 가장 가까이서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다.

수업은 근현대 영문학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네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다. 오로지 어떤 관심사가 있는 사건에만 집착한다. 가출, 살인, 강간, 가족폭력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만 관심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그나마 '스티븐 킹'의 소설이 잘 읽힌다. 이미 영화로 그의 소설을 접한 바가 있기 때문에 대화가 오고간다. 그의 소설의 문장 속에 내제된 인간의 감정과 심리의 변화는 그대로 범죄자들의 과거와 연관될 만하다.

그저 오해만 줄이면 된다. 범죄자들이 태생이 그러한 것처럼만 묘사하지 않으면 된다.

"내 학생들은 자기들이 저지른 사건 기사들을 홀린 듯이 들여다본다. 신문들은 그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들을 '무분별하다', '무의미하다', '아무 동기도 없다'라고 묘사한다. 십대 범죄자들은 기자들에게 차갑고 소원한 태도를 취하지만, 카메라와 신문기사들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세세한 점들을 항상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치 거기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항상 범죄 현장은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묘사되며, 범죄의 주인공은 신비로운 인물이 된다. 사건의 맥락은 전혀 소개되지 않는다."

이 책은 과장도, 따뜻한 해피엔딩이나 가족애가 담긴 이야기도 없다. 범죄자들의 개과천선이나 극적인 회개 등의 이야기와도 거리가 멀다. 그저 저자를 통해서 바라보는 범죄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의 현실을 묵묵히 말해줄 뿐이다.

한 인간의 삶과 방황, 좌절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이 가진 핵심이다. 인생에서 실패자라고 처해지는 감옥살이. 그는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가 이 사회와 격리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 등을 돌리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기를 조언한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장전된 총 앞에서 서있을 때의 심정을 상상해 보라.

덧붙이는 글 | 들녘, 9000원


장전된 총 앞에 서서 - 구치소에서 만난 아이들 - 문학 선생의 노트

테오 파드노스 지음, 김승욱 옮김, 들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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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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