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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결혼 20주년을 맞아 은수네 가족이 가족촬영을 하고 있다.
엄마 아빠 결혼 20주년을 맞아 은수네 가족이 가족촬영을 하고 있다. ⓒ 박종식
"입양 편견이란 차가운 벽을 깨니 세상은 참 따뜻하더군요."

'입양아' 은수의 그루터기를 자처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을 담아주는 박종식·정혜영 부부는 '쉴만한 물가'요 '물댄 동산'이다. 은수는 사랑을 먹고 사는 나무다. 그 아이를 지켜보며 건강하게 자라길 소망하는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며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젖과 꿀'이 되고 있다.

정읍중앙교회 박종식 목사 부부 '공개입양' 통해 사랑 실천

지난 5월 두건쓴 은수의 모습.
지난 5월 두건쓴 은수의 모습. ⓒ 박종식
'힘돌이' 은수는 '입양아'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먹돌이' 은수의 하루는 마라톤의 연속이다. 자폐증의 고통을 극복하고 내달리는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처럼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다. 톰 행크스가 열연한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가 되기 위해서일까.

어느덧 은수가 '샘골 정읍'에 둥지를 튼 지도 1년여가 되어간다. 새롭게 태어난 은수의 고향은 이제 전북 정읍이다. 먼 훗날 은수가 운명적으로 넘어야할 '큰 산'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유연한 사고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아이의 신앙과 우리들의 간절한 사랑이 있다면 가능하리라-.

한국입양홍보회(www.mpak.co.kr) '엠펙 일기마을' 가운데 전북마을·은수네집에 들어가면 은수의 '좌충우돌'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은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 그 아이의 삶은 '투명한 유리알'처럼 '행복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초대받은 식당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초대받은 식당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 정종인

드럼을 연주하는 은수
드럼을 연주하는 은수 ⓒ 정종인
'먹돌이' 은수는 '귀여운 개구쟁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20개월이 지나고부터 은수(3)는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사실을 터득한 녀석처럼 티없는 미소를 머금고 살아간다.

요즘은 스틱을 들고 드럼을 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앙증맞은 자신의 드럼 스틱도 있다. 초대받은 자리에 갈 경우 스틱이 없으면 두 손으로 식탁을 두드린다. 평소에서 행복했던 가정에 은수가 들어온 후 웃음꽃이 만개했다.

두 번째 이름을 가진 아이

은수는 세상에 태어나 두 돌이 지나지 않았지만 두 번째 이름을 가졌다. '은혜' 은(恩) '물가(강이름)' 수(洙)를 쓰는 은수는 이들 부부의 자녀인 큰딸 주은이와 경수의 이름에서 한 자씩 조합해 만들었다.

박종식·정혜영 부부는 먼 훗날 은수가 모든 사람이 그의 곁에 오면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선사했다.

입양 과정에서 영아원의 실수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채 살아가던 은수는 2003년생이 오기(誤記)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은수의 고향은 꽃향기가 자욱한 남쪽지방의 한 영아원이었다. 미혼의 몸으로 친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10개월을 지내야만 했던 '낳은 엄마'의 아픔과 그의 뱃속에서 지내는 동안 불안에 떨었을 은수의 고통은 이제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젊은 아빠·엄마로 살 거예요'

엄마, 주은 누나와 함께한 은수
엄마, 주은 누나와 함께한 은수 ⓒ 박종식
은수의 '기른 아빠'가 된 박종식 목사는 예수교장로회 정읍중앙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은수를 주은이와 경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등 자녀들이 불쑥 자라서 떠나가는 시점에 하나님이 보내주신 '은혜로운 선물'로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은수를 저희 가정에 보내주셨습니다. 은수가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저에게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수가 온 후 기쁨으로 변화되었지요. 하나님께서 은수를 보내 주셔서 감사하답니다."

이들 부부는 요즘 은수에게 젊은 아빠와 엄마가 되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기른 엄마' 정혜영 사모는 "어린시절부터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해 기회가 닿으면 입양을 꼭 하고 싶었다"며 "은수가 있었던 영아원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한 국내 입양 활성화를 바라는 정혜영 사모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여름휴가를 온 대구 외가식구들과 함께 내장산에서
여름휴가를 온 대구 외가식구들과 함께 내장산에서 ⓒ 박종식
같은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이 은수의 사고일지는 다양하다. '미운 일곱 살이 아니라 미운 세 살'이라 하지 않았던가.

은수가 일으키는 사고는 '시공'을 초월할 정도다. 은수가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 놀고 있을 때였다. 어느 곳이든 '어미 쫓는 거북이'처럼 졸졸 따라 다니는 은수 덕택에 은수엄마는 아무것도 못하고 수시로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치우곤 하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대형사고'가 터져 버렸다.

'사고뭉치' 은수는 '해맑은 천사'

식탁에 차려진 맛있는 미역국과 밥을,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은수가 그릇을 잡아당겨 국을 다 쏟아버렸다. 그나마 국이 다 식어 화상을 입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근데 이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쏟아진 미역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쩝쩝거리며 먹고 있지 않는가. 이를 지켜본 박종식·정혜영 부부는 순간적으로는 화도 나고 속상했지만 은수가 '쩝쩝거리며' 미역 줄거리를 먹는 모습에 그만 폭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 토박이인 은수의 '기른 아빠' 박종식 목사는 전라도 토속어인 '부잡스럽다'라는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은수는 신기하게도 경수처럼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다. 신기하게 닮은 것은 땀이 많은 것과 식성조차도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 은수는 심할 때는 하루에 예닐곱 번 응가(?)를 하고 덜 할 때도 하루 세 번은 보통이다. 그래도 요즘은 횟수가 많이 줄었다. 많아야 하루 세 번이고 어떤 날은 한 번만 하고 지나갈 정도로 안정감을 찾았다.

인터넷이 만들어준 은수와의 인연

한국입양홍보회의 배너광고
한국입양홍보회의 배너광고 ⓒ 한국입양홍보회
은수를 입양하기 전 '기른 엄마' 정혜영씨는 입양홍보회를 비롯, 입양관련단체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양육할 아이를 찾고 있었다. 은수가 거처하던 영아원측은 입양해야 할 아이들의 프로필과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천사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들은 사내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여아기근현상'도 초래되고 있다. 은수를 입양해 올 때 첫째인 주은이는 흔쾌히 찬성이었지만 빈틈 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둘째 경수는 '찬성 반 반대 반'이었다. 그러나 입양이 결정되고 은수가 집으로 온 이후에 경수는 누구보다 은수를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든든한 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혜영씨는 은수가 있던 영아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는 횟수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그 사진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한다. 은수와 함께 '선택'을 다투던 한 남자아이의 손길도 안타까움을 더한다. 아직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또 다시 한겨울을 훌쩍 넘겨야할 영아원 아이들의 '이슬 젖은 눈망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절실

은수가 교회 입구에서 스틱을 치고 있다.
은수가 교회 입구에서 스틱을 치고 있다. ⓒ 정종인
입양에 대해 정혜영씨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해외입양을 떠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국내 입양이 증가해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의 안전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박종식 목사는 "소외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국외입양을 중단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존에 국외에 입양된 아동들의 적응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분위기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사각지대이던 입양아 문제도 이제는 우리 사회가 활발한 논의를 시작해야 될 시점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영 사모님이 보내온 은수 육아일기

▲ 은수가 아빠 품에 안겨 있다.
ⓒ정종인

'먹보 은수가 많이 아팠어요'

우리 먹보 은수가 며칠 전 많이 아팠습니다.
열이 삼일동안 39도 가까이 나고 열이 떨어지질 않아 병원에 가서는
'홀라당(?) 깨 벗기고' 열이 내리기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편도가 부었다고 하면서 항생제라도 먹이라고 해서 먹었지요.
다행히도 나흘째에 열이 내리고 또다시 씩씩하게 잘 노는데
문제가 생겼답니다.
'토~옹' 밥을 안 먹는 겁니다.
그나마 매실 물만 찾아대서 먹고 있지만 밥을 안 먹으니 기운이 딸려서
잠도 평소보다 조금 더 자는 것 같아요.
억지로 먹다가 두어 번 토하기도 하고…
요즘은 아주 비실이가 됐어요. 짜증도 따라서 심해지고…
큰 아이 주은이 키울 때 밥을 안 먹어서 고생을 했는데 그 녀석도 초등학교 저학년이 지나니까 밥은 먹더라구요.
어케(?)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아기들 감기 조심하셔야겠어요.
어른들도.......
입맛 돌아오게 하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2005년 10월 29일 육아일기)

'은수이름은 은혜의 물가'

은수네 집을 소개합니다.
은수네 집은 은수를 포함해서 모두 다섯 식구랍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 형아 은수 이렇게요.
은수가 우리 식구가 된지 이제 세 달이 되었어요.
은수라는 이름은 형아가 수자 돌림이어서 형아 수자를 쓰고
은자는 누나에게 얻어왔답니다.
은수라는 이름은 은혜의 물가라는 정말 좋은 뜻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은수에게서 기쁨과 소망을 발견하기 바라며 기도한답니다.
그리고 아빠는 목사님이십니다.
저희는 원래 서울에서 살고 있었는데 정읍에 온지 6년째가 되었구요, 온 가족이 다 시골을 너무 좋아합니다.
큰딸 주은이는 대학 2학년이고 사회복지를 전공합니다.
큰 아들 경수는 대학 신입생이고 오보에라는 악기를 전공하고 있지요.
미션에 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그리고 엄마 저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은수는 건강하고 무엇이든지 잘 먹는 씩씩한 아들입니다.
은수 별명은 힘돌이 혹은 삼손(하도 힘이 세서),그리고 먹돌이(무엇이든지 잘 먹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개구쟁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습니다.
이상 은수네집 소개였습니다.
(2005월 5월 14일 일기)

덧붙이는 글 | 최근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아동을 해외입양 시키는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꾸밈없이 자라고 있는 은수의 육아일기를 통해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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