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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맛 한번 쥑이네>
<사람맛 한번 쥑이네> ⓒ 바다출판사
<사람맛 한번 쥑이네>에서 그는 사람이 제일로 웃기다고 한다. 그 역시 사람들한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소위 '뒤통수'라는 것을 크게 당해 보고, 사람의 정을 끊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제일로 웃기다고 한다. 뿐인가. 제목처럼 '사람맛'이 '쥑인다'고 능청스러운 너스레까지 떨고 있다. 궁금해진다. 그는 도대체 무슨 맛을 알기에 사람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맛 한번 쥑이네>는 자칭 '인간유형 체험백서'다. 백서라고 하니 무언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외모와 달리 속내는 단순하다. 이인환이 만난 사람들을 네 가지 유형에 따라서 분류하고 그들과 얽히고 설킨 사연들을 털어 놓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병 주고 약 주었던 사람들'이야기다. 병 주고 약 주었다는 말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울리고 웃겼다는 말인데 이 유형에서 눈에 띄는 사연들을 만든 주인공은 '목욕탕 도사'와 '동네 카센터 주인'이야기다.

목욕탕 도사와의 사연은 이인환의 착각에서 시작한다. 그는 지방 온천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에 탕 속에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물을 출렁이게 하는 노인을 보게 된다. 이인환은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도사라 여기고 도력에 반해 노인을 따라나서는데 탕에서와는 달리 노인은 도사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인환은 노인을 따라가고 그로 인해 웃지 못할 참담한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담은 결코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사람들과 살아가는 사람치고 홀로 착각해서 기구한 짓을 벌이지 않은 이 누가 있던가? 웃음만 자아낼 뿐이다.

동네 카센터 주인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이인환은 불안해져 동네 카센터를 향하게 된다. 처음에 뭐 그런 것 같고 그러냐고 하던 주인은 이인환의 성화에 차를 수리하기 시작하는데 도통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어가는 상황.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이인환의 불안과 짜증은 커져만 간다.

그런데 아뿔싸! 차의 문제는 트렁크에 싣고 다닌 짐짝 소리로 밝혀지고 이인환은 자연스레 법적 소송까지 생각하지만 그 후 다시 그곳의 단골손님이 되고 만다. 이유인즉 카센터 주인의 '찡한 마음' 때문이라는데 그것은 지지고 볶으며 싸워도 사람의 마음 하나에 모든 걸 접게 되는, 이상야릇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들의 마음씨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누가 뭐래도 소한테 놓는 주사를 사람한테 놓더라도 내 차를 아주 망가뜨린 건 아니었으니까'며 단골손님이 됐다는 말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인간 유형은 '남들이 뭐라고 하건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상대를 시험에 빠뜨리는 사람들' '재미난 사람들'인데 이 또한 이인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어디를 보나 괴짜 같은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얄미워서 분노하게 만드는 사람들 또한 수두룩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구구절절 '내 이야기'처럼 여겨질 수밖에.

마치 성석제의 소설을 보는 듯 이리 치고, 저리 치고, 딴 길로 빠질 듯 말 듯하면서도 이야기의 주제를 놓지 않는 <사람맛 한번 쥑이네>는 능청스러움과 해학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가득한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일 테다. 무작정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무한정 사랑하자니 그것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감미롭고도 유쾌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결코 사람들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길게 볼 것도 없이 이인환이 '쥑인다'는 '사람맛'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 번 알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그것, 쓰면서도 달고 맵지만 계속 맛보고 싶은 그것을 알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내 주변의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맛 한번 쥑이네>. 사람들과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이 사람 세상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참으로 그 맛 또한 '쥑인다'고 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사람맛 한번 쥑이네- 이인환의 인간유형 체험백서 | 이인환 저 | 바다출판사 | 2005년 11월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사람맛 한번 쥑이네 - 이인환의 인간유형 체험백서

이인환 지음, 바다출판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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