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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월악산을 오르는 길도 여러 갈래다. 나는 덕주사쪽의 길로 올랐다. 초입에선 아직 단풍이 그 고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다.

ⓒ 김동원
계곡은 원래 물의 차지였지만 가을엔 낙엽의 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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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갔지만 감은 남았다. 곧 감도 갈 것이다. 잎과 감은 모두 가기 전에 아름다운 색과 달콤한 맛을 남긴다. 마지막 갈 때 나의 삶도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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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산에 가면 종종 나무들이 모두 제 이름자를 쓴 명찰을 목에 걸고 우리는 맞곤 한다. 어디 그 뿐이랴. 명찰과 함께 자세한 신상 명세까지 곁들인다. 이름도 알고 신상도 알게 되니 좋기는 한데 개인 정보를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해도 되는 걸까.

ⓒ 김동원
원래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이는 법이지만 아울러 하늘이 맑아야 한다. 말하자면 시선이 멀리 가려면 '높이'와 '맑음'이란 두 가지 날개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날이 흐려 높이의 날개 하나만으로 날아간 나의 시선은 그다지 멀리가지는 못했다. 내려다보이는 곳은 충주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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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의 틈새를 비집고 갑자기 한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봉우리 하나를 환히 밝혀주었다. 옆에 있던 분이 빛이 밝힌 봉우리가 바로 월악산의 정상인 영봉이라고 일러주었다. 빛으로 길안내를 받는 기분은 아주 신비로웠다.

ⓒ 김동원
이제 월악산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여기는 월악산의 정상 영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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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니 산은 대지의 등줄기이다. 위쪽이 등줄기면 우리가 사는 아래쪽은 그 품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지의 품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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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는 길에 하늘이 튿어진 구름의 틈새로 빛을 쏟아냈다. 구경났다고 산의 나무들이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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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가졌던 높이는 달이 대신하고 숲엔 어둠이 찾아들었다. 까만 윤곽으로 하늘과의 경계선을 그은 나무 위로 뜬 반달은 떠나는 내게 있어 월악산의 마지막 배웅이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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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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