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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는 곧 출사표 이재오 의원의 <수채화 세계도시기행>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출판기념회는 곧 출사표 이재오 의원의 <수채화 세계도시기행>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 오마이뉴스 김당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 을·한나라당)이 3일 같은 당의 3선 의원인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 을)에 이어 두번째로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서울시장 출정식을 가졌다.

오는 14일과 15일에는 역시 같은 당의 재선 의원인 박진 의원(서울 종로)과 박계동 의원(서울 송파 을)이 각각 출판기념회를 갖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또 3선 의원인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 갑)도 이미 지난달 30일 "내년 서울시장 출마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키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맹 의원 또한 출판기념회 등 본격적인 출마선언을 위한 별도의 이벤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여당은 책 내는 사람이 없어 잠잠한데 야당은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출판기념회 열기가 뜨겁다. 흥행도 이 정도면 '대박'에 가깝다.

세 과시하는 새 풍속도, 출판기념회

서울시장 예비주자들에게 출판기념회가 가장 경제적으로 세를 과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독서와 사색의 계절에 유권자의 손에 책을 쥐게하는 이 '건전한 풍속'은 후원금을 걷기 어려운 정치인들의 호주머니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출판기념회장 곳곳에는 "선거법에 따라 책은 정가에 판매되며, 다과 및 음료 등 일체의 음식을 제공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정중하게 적혀있다.

서울시장 예비주자들의 출판기념회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명박 서울시장 따라하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시장이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경쟁자의 기선을 제압한 성공 사례가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공으로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등 더할나위 없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재오 의원이 3일 출판기념회에서 선보인, 도시계획 전문가 원제무 교수(한양대)와 공동집필한 <수채화 세계 도시기행>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의원이 그린 '서울 그랜드 디자인'에는 청계천에 이어 홍제천 등 복원 가능한 다른 16개 지천을 되살리고 한강을 역사의 강, 문화의 강, 자연의 강으로 회복시킨다는 원대한 구상이 담겨 있다.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7월초에 발복한 '청한포럼'부터가 '청계천에서 한강까지'라는 의미를 가진 연구모임으로, 이 의원은 다음 달 중 세미나를 열어 한강개발을 포함한 17개 정책아젠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축사를 하러 나온 이명박 시장은 "명박이 오빠"라는 환호 속에 거의 뛰다시피 활기차게 연단에 올라가 "이 의원이 감옥에 10년 갔다와서 독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고 이렇게 문화에 밝은지 몰랐다"면서 한껏 추켜세웠다. 이 의원은 현재 수도분할반대투쟁위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의원은 이 시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 선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또 이 의원과 이 시장은 먼친척 되는 '집안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시장은 "이 의원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면서 "사실상 나를 시장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원 100여명 참석했지만 박근혜 대표는 불참

여야와 이념을 뛰어넘은 이재오 의원의 인간적인 친화력은 국회의사당이 자리잡은 여의도에서 꽤 떨어진 세종문화회관에 회기중임에도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운집한 데서 엿보였다.

이명박 시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0명도 넘는 국회의원이 왔다"면서 "이것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의원을 좋아한다는 것은 입증이 되었으니 빨리 좋은 말로 할 때 국회로 돌아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세종문화회관 예약과 직원에 따르면 이날 행사장에 깐 의자는 세종홀 580석에 별실 180석을 합친 760석 가량. 그보다 더 많은 입석자를 감안하면 참석자는 2천명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연 홍준표 의원 출판기념회 때와 거의 맞먹는 숫자이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영상 축하메시지로 축사를 대신했다. 같은 한나라당내 비주류 3인방 중의 한 사람인 홍준표 의원의 출판기념회 때는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던 박 대표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강에서 박근혜 대표와 나'라는 글에서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어느 누구도 미워한 적이 없다"고 전제하고 "박 대표도 자연인으로서 미워해 본 적 없고, 인간적으로 싫어해 본 적도 없다"면서 "박 대표가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러브콜을 보냈던 터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실 그동안 자신의 민주화 투쟁 경력을 앞세우며 의식적으로 반박(反朴) 노선을 부각시켜왔다. 특히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어느날 갑자기 탤런트처럼 등장한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개인은 영광이겠지만 한나라당은 망한다"고까지 독설을 퍼부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경선은 이·박의 '대리전' 양상

그래서 박 대표의 '불참'을 두고 해묵은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표는 어지간한 한나라당 의원 주최 모임에는 바지런하게 꼬박꼬박 참여해온 터였다.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주자들의 각축구도는 이명박 시장을 지지하는 비주류 3인방(박계동·이재오·홍준표)과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주류 2인방(맹형규·박진)으로 압축되어 자연스레 이·박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오히려 이날 축사를 맡은 '뜻밖의 연사'는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이었다. 김학준 사장은 "신문사 책임을 맡고있어 정치집회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이 의원이 동아일보 40년 애독자이고 나는 원리원칙보다는 우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투쟁을 벌인 이른바 6·3세대인 김 사장과 이 의원은 40년 지기이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축사를 한 박범훈 중앙대 총장 외에도 사회를 본 성우 송도순·배한성씨, 그리고 탤런트 서인석·유인촌·윤문식·최주봉씨 등 중앙대 동문 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수채화 세계도시기행>의 공동필자인 이 의원은 "이제 개발시대의 흔적은 걷어내야 한다"면서 "600년 서울의 역사·문화·자연을 복원해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복원하는 것이 서울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서울을 혼자 만들겠다 하면 욕망이고 야욕일 수 있으나 개인의 꿈이 아닌 함께 꾸는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평생의 업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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