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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감을 따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딴 감을 받고, 참 다정하고 정겨운 모습이었어요. 가까이 살면서도 이 분들과 모르고 지냈는데, 오늘  감을 따고 있어서 알게 됐어요. 참 좋은 분들이었지요.
며느리는 감을 따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딴 감을 받고, 참 다정하고 정겨운 모습이었어요. 가까이 살면서도 이 분들과 모르고 지냈는데, 오늘 감을 따고 있어서 알게 됐어요. 참 좋은 분들이었지요. ⓒ 권성권
"안녕하세요. 여기 사세요?”
“예.”

“지나치면서 집은 봤지만, 사람은 안 사는 줄 알았어요.”
“아, 그러셨어요.”

“감이 참 많이 열렸네요.”
“예, 올해는 풍년이네요.”

내가 보기에도 감나무에는 많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른 탓인지 감이 많이 익지는 않는 듯했다. 그 가운데서 물렁물렁한 감만을 골라 따고 있었으니, 꽤나 힘들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잘 익은 감들은 죄다 꼭대기에 매달려 있어서, 거기까지는 엄두도 못 낼 듯했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는 의자를 딛고서 팔을 연이어 뻗고 있었다. 장대가 미치는 곳까지, 익은 감들은 죄다 딸 듯한 기세였다. 만약 그것들을 따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땅에 떨어져 밟힐 것들이었으니, 할 수만 있으면 따주는 게 나을 듯싶었다.

나도 그 분에게 힘을 보탤 요량으로 잘 익은 감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순간 숨어 있는 듯한 감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주 빨갛고 잘 익은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곧바로 그 감을 향해 장대 그물을 내 뻗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그 감을 따냈다.

“감을 받으시는 분이 할머님이신가요?”
“예. 시어머니예요.”

“상당히 정정해 보이시네요?”
“올해로 아흔이세요.”

“아흔이시라면 누가 믿지 않겠는데요.”
“그렇겠어요. 고맙네요.”

“그나저나 감이나 하나 가지고 가서 드실래요?”
“아이쿠,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이 홍시 덕에 서로 알게 됐으니 좋잖아요.”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며느리 되는 그 분은 시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서, 내게 잘 익은 감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홍씨는 말랑말랑한 도를 넘어서 물컹물컹했다. 벌써 한쪽 볼이 터져서 속살까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아마도 그 분이 딴 것들 중에서 가장 잘 익은 것이지 않나 싶었다. 어찌나 달콤하게 보이던지 그것을 들고 집으로 가는 동안 침이 절로 나왔다.

며느리는 감을 따고 아흔이 되신 시어머니는 그 며느리의 감을 받는, 그 분들의 모습은 볼수록 그리고 생각할수록 다정하고 정겨웠다. 오늘은 그 홍시 덕에, 그때까지도 모르고 지냈던 좋은 이웃사촌을 알게 됐으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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