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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딸아이 ⓒ 박영호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세상에 나왔지만 몸무게가 3.79kg으로 신생아실 딸아이들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듯했다. 첫째 아들 녀석은 4.52kg으로 그 달의 1순위이었다. 아마도, 아내는 아이를 크게 낳는 체질을 타고 난 듯하다. 아이는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고 하지만 쪼글쪼글 마른 아이보단 통통한 우리 아이들이 더 보기 좋다. 어느 부모인들 자기 자식이 미워 보이겠는가마는 우리 아기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오늘은 10월 23일 꼭 10일째 되는 날이다. 이번에도 아들이길 바랐다. 남매보다는 자매나 형제가 보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달이 다 되어서 의사선생님이 성별을 슬그머니 알려주셔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으니 조금 많이 바라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딸 키우는 재미가 더 좋다는 주변의 말과 아들도 낳고 딸도 낳았으니 재주가 좋다는 말들을 들으며 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굳혀 가는 중이다.

엄마 손 , 아가 발
엄마 손 , 아가 발 ⓒ 박영호
나이 차도 1살 밖에 안 나는데 머슴아 둘이면 무척이나 싸울 것 같기도 하고 남자 셋에 엄마만 여자면 엄마가 재미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딸이라서 그런지 얼굴도 동그스름하고 입술도 자그마하게 예쁘게도 생겼다.

오늘 둘째 기저귀를 갈다가 생긴 일이다. 기저귀를 벗기는 데 검게 굳어 배꼽에 집게에 집혀 대롱거리며 달려있던 탯줄이 톡 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첫째 아이 때는 병원에서 1주일, 산후조리원에 2주일을 보낸 후에 아이를 집에 데려왔기 때문에 몰랐었던 일이다.

배꼽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내가 커다란 잘못을 한 것이 아닐까 이리 저리 아일 살폈으나 울지도 않는 것을 보니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또 다른 난감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부지런히 연습한 첫째와는 다른 신체구조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물수건으로 대충 닦아주기만 하면 되는 아들에 비해서 딸아이는 세심한 손길을 요구했다.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별 소릴 다한다며 웃는다.

너무나 보드라운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오늘의 일기 마지막에 행복이란 단어를 적어본다.

아들과 딸
아들과 딸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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