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춥지 않아?"
"바람이 찬데."
"설악산엔 첫눈이 왔대."
"그러게 말야. 겨울은 싫은데."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겨울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치악산에서 느끼는 바람이 꽤나 찬 걸 보니 겨울이 멀지 않은 거 같습니다. 산을 오르다가도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면 싸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살이 있어 아내의 추위를 한결 덜어줍니다.

급경사 돌길을 넘어 능선으로 접어드니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그 위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내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둘이서 배낭 메고 등산한 기억이 별로 없는 터라 아내는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워했습니다. 단풍이 사라진 능선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이 단풍보다 아름답습니다.

ⓒ 이기원
오르다보니 햇살이 들지 않는 곳의 낙엽 위로 하얀 가루가 덮여 있습니다. 처음엔 서리가 내려 녹지 않은 것이라 여겨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흰 가루의 양이 많아졌습니다.

ⓒ 이기원
"이게 서리야, 눈이야?"
"눈 아냐?"
"치악산에 첫눈 왔다는 뉴스는 없었는데…."

ⓒ 이기원
함께 산을 오르는 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눈이라고 합니다. 많은 양이 내린 건 아니지만 치악산에도 밤새 첫눈이 내린 겁니다. 산 아래엔 단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산정에는 벌써 눈이 내렸습니다.

ⓒ 이기원
산정의 나무들이 모두 잎을 떨어뜨린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성큼 다가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함이겠지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계절의 변화를 느껴 제 모습을 바꿀 줄 아는 현명함이 돋보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어도 단풍보다 짙은 색깔론의 향수에 젖어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단풍잎 다 떨어뜨리고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훨씬 똑똑합니다.

ⓒ 이기원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푸릅니다. 1288미터 치악산 정상에서 사진 몇 장 찍고 햇살 잘 드는 양지쪽에 앉아 준비해간 김밥을 먹었습니다. 이따금 바람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보온병에 담아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되돌려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