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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또 다시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통신기술'이라는 비상장계열사가 동원됐고, 전환사채(CB) 주식을 헐값으로 배정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최근 1심 법원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과 거의 비슷하다. 에버랜드 사건이 이 상무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서울통신기술의 CB 저가발행은 재산 증식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치 <한겨레>와 삼성 등에 따르면 서울통신기술은 지난 96년 11월 전환사채 20억원치를 발행했다. 주당 5000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5억2000만원어치를 이재용 상무가 인수한 것이다. 이 상무는 한 달 후에 CB를 모두 주식으로 바꿔 이 회사 지분 30만4000주(주당 5000원)를 확보했고, 50.7%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문제는 이 상무가 인수한 서울통신기술의 주식 값어치. 이 상무가 통신기술 CB를 주식으로 바꾼 96년 12월, 삼성전자는 당시 회사 주주 5명이 가지고 있던 통신기술 주식 20만주를 주당 1만9000원에 사들였다.

4분의 1 값으로 서울통신기술 주식 취득...400억원대 시세차익

불과 한달전에 이 상무가 주당 5000원짜리로 바꿨던 주식을 삼성계열사는 1만4000원이나 더 주고 산 셈이다. 결국 이 상무는 삼성전자가 사들인 서울통신기술의 주식을 헐값에 확보하면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게 됐다. 반대로, 서울통신기술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1만9000원을 놓고 봤을 때 통신기술이 CB를 터무니없이 싸게 발행하면서 주당 1만4000원씩 모두 56억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통신기술 CB 발행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사건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96년말이라는 시점부터, 비상장계열사, 전환사채 발행 등이 그렇다.

에버랜드 CB 발행은 지난 96년 10월이었고, 이 상무는 그해 12월 17일 주식으로 바꿨다. 서울통신기술의 CB 발행은 96년 11월이었고, 12월 10일 주식으로 전환됐다. 또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 모두 비상장계열사였으며, CB 발행과 주식전환을 통해 이 상무가 모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물론 이 시기에 이 상무는 미국에 유학중이었다.

대신 에버랜드가 이 상무의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통신기술의 경우는 이 상무의 재산 증식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상무가 가지고 있는 통신기술 CB를 사들일 때 들어갔던 돈은 15억2000만원. 지난 8월 삼성전자가 노비타로부터 서울통신기술을 인수한 금액(주당 8만3000원)으로 따지면 이 상무의 주식가치는 420억원에 달한다.

삼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

이에 대해 삼성 쪽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상장회사에 대한 주식 값어치 산정은 회계법인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96년에 통신기술로부터 1만9000원에 주식을 사들인 것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나온 값에 따른 것"이라며 "이 상무에게의 후계체제 구축과 재산증식을 위한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7년 삼성계열사로 편입된 서울통신기술은 95년 393억원의 매출을 보였지만, 이후 계열사의 지원으로 지난해 291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 해왔다. 특히 지난 99년 삼성전자로부터 홈 네트워크 사업 부분을 넘겨받으면서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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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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