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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토종닭연합회' 등 양계농민 20여명은 17일 정오께 20여마리의 닭을 실은 트럭을 몰고 '조류독감 가상 시나리오'로 입은 피해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아직 우리나라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입되지도 않았는데,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4년 1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조류독감' 가상 시나리오를 대책없이 발표해 전국 80만 양계농가가 파탄에 빠져 다 죽을 지경입니다."

17일 정오 무렵, 수십 마리의 '닭'을 실은 트럭 한 대가 국회 정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 방호원과 경찰에 의해 국회 진입이 곧 통제됐고, 뒤따르던 '전국토종닭연합회' 등 양계농민 20여명마저 국회 정문 앞에서 제지당하자 실랑이를 벌이면서 이처럼 외쳤다.

이들은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을 항의 방문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안 의원을 찾은 이유는 안 의원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조류독감 가상 시나리오'를 국정감사에서 발표하면서 '조류독감'의 공포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계농가는 파산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양계농민들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입되지 않았고 단 한 명도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가 없는데도 질병관리본부와 안 의원이 가상 시나리오를 발표해 닭이나 계란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더구나 안 의원 발표에 따른 신문과 방송의 과잉보도로 인해 전체 양계농가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양계농민들은 "'조류독감 가상 시나리오' 유출 경위를 파악한 결과,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로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 예방접종과에서 작성해 보건복지부장관의 결제를 맡은 문건을 복사해서 이번에 보냈을 뿐이지 서로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지도 않은 자료를 질병관리본부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써 공신력이 있는 것처럼 방송 보도했다"며 "더구나 지난해 초 만든 가상 시나리오를 마치 현재 일어난 것처럼 보도한 언론에 강한 불신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서로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파산 직전에 이른 농가나 관련 업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라며 "우리 닭은 절대로 안전함을 올바르게 전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장과 안명옥 의원 사퇴요구...열린우리당 "대책마련하겠다"

이들 농민들은 ▲적제된 토종닭에 대한 정부의 전량 원가 수매 ▲대책없이 발표한 질병관리본부장과 안명옥 의원의 즉각적인 사퇴 ▲과잉보도한 신문방송사의 경우 진위파악 뒤 공정보도 등을 요구했다.

양계농민들은 이날 안명옥 의원을 면담하려고 했으나 안 의원이 회의 참석차 외국에 출국해 있는 상태여서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전국 양계농민들은 조만간 다시 국회를 찾아 항의 집회를 열고, 가상 시나리오를 보도한 신문 및 방송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오는 19일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토종닭 5만수를 전량 매몰할 계획이다.

한편 한명숙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조류독감 공포가 국민들에게도 깊숙이 들어오면서 닭과 오리 소비가 감소되고 가격폭락 등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조류독감에 대해 냉철하고 조용한 대응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농민들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이어 "정부차원에서 국민불안을 최소화하고 익혀 먹는 닭·오리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홍보를 통해 농가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당정협의를 통해서 민간과 당과 정부가 대비체제를 구축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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