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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철제봉 위에서 기예를 펼치는 사자춤 대회 참가팀의 모습.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부여잡고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다.
높이 솟은 철제봉 위에서 기예를 펼치는 사자춤 대회 참가팀의 모습.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부여잡고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다. ⓒ 유영수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자유공원 일대와 차이나타운은 끝없이 밀려든 인파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고, 주변 상인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느라 표정관리가 쉬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0주년 되는 것을 기념해 열린 이번 축제는 '제2회 인천 국제사자춤대회'와 중국무술공연단 및 한국민속공연단의 초청공연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중국문화 체험행사를 마련해 많은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데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로 차이나타운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리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로 차이나타운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 유영수
특히 중국 청도시의 예인(藝人)들을 초청해 시연과 체험행사를 함께 준비한 중국공예 체험에는 어린이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커다란 관심을 갖게 한 행사였다.

밀가루로 만든 면소(麵塑)와 설탕을 녹인 물로 그림을 그리는 설탕공예(糖畵), 유리병의 작은 구멍 사이로 붓을 집어넣어 섬세한 그림을 표현해내는 병내화(甁內畵)와 녹인 엿을 대롱으로 불어 입체적인 형상을 만드는 취당인(吹糖人) 등 신기하고 예사롭지 않은 솜씨를 선보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유리병의 작은 구멍 사이로 붓을 움직여 산수화나 동물을 그려내는 예인의 손길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유리병의 작은 구멍 사이로 붓을 움직여 산수화나 동물을 그려내는 예인의 손길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 유영수
그 중에서도 설탕공예를 하는 예인 앞에는 어린 꼬마들이 부모의 손을 끌고 와 나비와 용 등 예쁘기 그지없는 공예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이었다. 다른 기구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단지 설탕을 녹인 물을 국자에 담아 조금씩 흘러내리게 하면서 모양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은 가히 예술 그 자체였다.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던 설탕공예 예인의 모습. 순식간에 용의 형상이 그려진다.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던 설탕공예 예인의 모습. 순식간에 용의 형상이 그려진다. ⓒ 유영수

완성된 용의 입에 여의주까지 물려 놓았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의 모습은 왠지 닭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된 용의 입에 여의주까지 물려 놓았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의 모습은 왠지 닭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유영수
능숙한 손놀림으로 공예품을 완성한 후 적당한 타이밍을 맞춰 굳은 공예품에 나무막대를 붙여내면 예인 주변의 사람들은 다같이 박수를 친다. 이걸 받아 든 아이들은 너무도 신기한 그 공예품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작업과정을 정지화면으로만 찍기에는 아까운지 동영상으로 촬영해 가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설탕공예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황제의상 체험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각자 멋진 의상을 차려입고 중국 전통가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설탕공예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황제의상 체험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각자 멋진 의상을 차려입고 중국 전통가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영수

엄마, 나 예뻐요? 꼬마황제가 귀여운 표정으로 추억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
엄마, 나 예뻐요? 꼬마황제가 귀여운 표정으로 추억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 ⓒ 유영수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하기에 결코 손색이 없을 국제사자춤대회는 이틀간의 예선을 거쳐 축제 마지막 날인 9일 결승전을 성대하게 치러냈다. 사자탈 속에 남자 두 명이 들어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자춤은 고난도의 연습이 필요한 것은 물론 두 사람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평지에서 하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동작들을 높은 철제봉들 위에서 펼쳐 보이자 운집한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낸다. 특히 사자가 일자로 일어서는 동작에서는 앞 사람이 뒷사람의 무등을 탄 채 춤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반대로 사자의 뒷발이 들리는 상황에서는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의지한 채 공중에 순간적으로 떠 있어야 하기에 더 많은 박수를 받으며 경연(競演)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앗! 나의 실수. 사자춤 속의 사람들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앗! 나의 실수. 사자춤 속의 사람들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 유영수
한편 차이나타운 내 중국요리집들은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루며 톡톡히 대목을 맞았다. 대부분의 식당 앞에는 '자장면 100주년' 기념으로 자장면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자장면을 처음 만들었다는 '공화춘' 건물 앞에는 50여 미터 정도의 인파가 식사를 하기 위해 무척이나 긴 시간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몇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오랜 전통의 자장면을 맛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것이었나 보다.

중국문화축제도 식후경인데…. 100년 전 자장면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공화춘 앞에는 밀려든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중국문화축제도 식후경인데…. 100년 전 자장면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공화춘 앞에는 밀려든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 유영수
자장면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답게 '자장면 빨리먹기 대회'와 '자장면 많이먹기 대회'는 물론, 한국과 중국의 수타(手打) 달인들을 초청해 보인 '용수면(龍鬚麵) 시범' 또한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됐다. '용수면'이란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바늘귀에 꿸 수 있을 정도로 가늘게 만든 것으로, '용의 수염'을 의미한다고 한다.

몰린 인파에 비해 협소한 장소에서 꽤 긴 시간을 부대낀 탓에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중국의 문화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체험했기에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수타 시범과 자장면 대회가 펼쳐진 중구문화원 특설무대 옆에 왕희지 선생의 동상이 근엄하게 서 있다.
수타 시범과 자장면 대회가 펼쳐진 중구문화원 특설무대 옆에 왕희지 선생의 동상이 근엄하게 서 있다.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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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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