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로 다듬은 우리말 갈래사전>
<새로 다듬은 우리말 갈래사전> ⓒ 서울대학교 출판부
오늘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신 지 559년이 되는 뜻깊은 한글날을 맞아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박용수씨가 쓴 새로 다듬은 <새로 다듬은 우리말 갈래사전>이다.

저자인 박용수씨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야운동가들에게 유명한 사진가였다. 그는 경남 진양 출생으로 고등학생 때였던 18세에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은 뒤 사진가가 된 분이다. 시위 등의 현장을 포착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떨쳐나선 분이다.

그러다가 고 문익환 목사와 알게 된게 계기가 되어 문학과 사진을 접고, 우리말 정리와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새로 다듬은 우리말 갈래사전>은 1989년 한길사에서 처음 나왔던 <우리말 갈래사전>과 1994년 서울대 출판부에서 냈던 <새 우리말 갈래사전>을 새롭게 다듬고 또 올림말도 크게 늘린 것이다.

저자는 생각과 사물에 딱 들어맞는 낱말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는 작문용 사전을 엮어 보고자 하는 의지에서 이 사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갈래 사전'이란 말을 붙인 것은 우리 고유의 낱말을 모아 그 뜻갈래, 쓰임새에 따라 분류한 사전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우리 것으로 살아야 삶이 덜 괴롭다

책 속에는 사람, 생활, 문화 등 아홉개의 벼리를 바탕으로 하여 씀씀이에 따라 204개의 갈래로 나누어 제시한 약 7만여개의 우리 고유어가 들어 있다.

나타내고자 하는 뜻에 들어맞는 낱말을 십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우리 고유의 겨레말만을 올려 우리말의 어휘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꾸몄으며, 남북한의 말도 함께 올렸다.

사전이란 본디 필요할 때 찾아보기 위한 것이지만, 난 이 책을 사서 처음에는 책의 이곳 저곳을 뒤적거리며 읽었다. 새로 찾아낸 아름다운 우리 말들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비록 책이 나온 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들어온 말이 토박이 말을 몰아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비춰 보면 이 책이 가진 의미는 오히려 처음 나왔을 때보다 훨씬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것으로 살아야 삶이 덜 괴롭다. 이것은 절대 아전인수가 아니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결코 '들어온 말'에 대해 맹목적으로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자는 뜻이다. 이 질서를 잃고 흐트러지면 정신도 슬슬 좀 먹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런 국어사전 한 권쯤 곁에 두고 시간나는 대로 한 번씩 들춰보자. 그리고 잊혀지고 파묻힌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겨레말을 찾아내어 실제 생활 속에서 써보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분들에게 길라잡이 노릇을 톡툭이 해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책이름: 새로 다듬은 우리말 갈래사전
지은이: 박용수 
펴낸곳: 서울대학교 출판부
책값:2만 5천원


우리말 갈래사전 - 새로 다듬은

박용수, 서울대학교출판부(2002)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