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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정용봉 기획관리실장.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정용봉 기획관리실장. ⓒ 광주시 제공
정년을 5년 넘게 남겨둔 지방 고위공직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그의 결정에 후배 공무원들은 "그분다운 결정"이라면서도 아쉬움을 접지 못하고 있다.

정용봉 광주광역시 기획관리실장이 10월 6일자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만55세, 공직에 접어든지 25년 만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0년 전남도 공업계장을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지하철건설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 실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유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은 물러나 새로운 길을 찾을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실장의 명퇴 신청 소식을 접한 광주시청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의외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한 후배공무원은 "아침에도 농담하며 뵈었는데 의외"라며 "신망과 덕망이 좋아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그분 성격상 선거를 나간다거나 새로 할 일을 정해놓고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다들 정년도 많이 남았는데 뜻밖의 결정을 하셨다며 안타까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간부공무원은 "누가 나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과오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도 아니어서 정 실장님의 결정이 더 돋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힘든 결정을 하신 만큼 다른 일을 하시더라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언제 그만둘 것인지 고민해 왔다"며 갑작스런 결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지방에서 고위공직자로 생활하다보면 늘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며 "그런 고민은 계급이 높아질수록 깊어진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아직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정하진 않았다"며 "아내와 함께 세상 여기저기 두루두루 둘러본 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생활 25년을 마감하는 소회를 묻자 정 실장은 "여러 일들이 많아서…"라며 잠시 감개무량해하기도 했다.

한편 정 실장의 명퇴 신청으로 광주시 고위직 인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실장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명퇴를 신청한 것이어서 '자청한 퇴장'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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