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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의 정비된 철로
ⓒ 최삼경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그 길에서는 철조망과 인위적 편가름을 제외한다면 어떠한 분단의 기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로운 새들의 날개 짓 아래로는 북으로 향하는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으며, 그 길옆 동해북부선 철도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새로이 유라시아까지 이어질 철도공사가 한창이었다.

분단 60년의 긴 세월이 무색하게 한 시간 남짓한 통관절차를 통해 도착한 북녘의 하늘과 바다는 거짓말처럼 푸르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고 그해 12월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12명의 방북단이 평양과 원산을 방문하여 북측의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 회장과 '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인 남북강원도 교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 강원도는 씨감자 원종장 건설, 솔잎혹파리 공동방제, 연어부화장 건설 등의 실질적 사업을 해오면서 마침내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남측 220여명, 북측 13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남·북 강원도 지자체만의 민속문화축전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 북강원도 예술단 공연모습
ⓒ 최삼경
28일 오전 10시, 금강산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개막식과 함께 남·북 강원도 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지자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박수와 웃음으로 바뀌었고, 오후에 이어진 삼일포 관광과 저녁만찬 때에는 삼삼오오 서로의 궁금증을 묻고 대답하면서 곳곳에서 '우리는 하나다'는 구호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건배를 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축전 이틀째인 29일에는 예전에는 장전항이었고, 지금은 고성항으로 불리는 백사장에서 체육대회가 벌어졌다. 남·북 강원도 주민들을 뒤섞어 '우리'팀과 '하나'팀으로 나눠 씨름, 널뛰기, 활쏘기, 줄다리기 시합이 열렸는데 이미 이기고 지는 승부는 큰 의미가 있을 수 없었다. 북측의 응원단장이 남측 응원단에 와서 파도타기와 337박수를 유도하고, 북측의 경기 해설자는 "이기면 무엇하고, 지면 어떠랴"라며 너스레를 떨어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였다.

▲ 하나 팀과 우리 팀으로 씨름하는 모습
ⓒ 최삼경
이 자리에서 리충복 민족화해협의회 부의장은 "이번 행사는 양측의 자치단체에 아주 중요한 교류의 성과"라고 했으며 고종덕 북강원도인민위원장은 "남측 지방자치단체에서 200여명이 한꺼번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남북강원도가 매우 큰 일을 해냈다"라며 웃음 짓는다. 정성헌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도 "통일은 이렇게 마음과 뜻이 하나가 되어 갈라짐은 합하고, 끊어짐은 이어놓는 것"이라며 환한 기쁨을 표하였다.

다음은 삼일포 관광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김진선 강원도 지사와 잠깐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 김진선 강원도 지사
ⓒ 최삼경
- 남북강원도 민속문화축전을 보시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한 말씀 부탁드린다면...
"그렇습니다. 올해는 광복과 분단이 동행한 지 '6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우리는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나오기 이전부터 자치단체 차원에서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98년 처음, 도지사로 취임하고 나서 한 일이 집무실의 38선 아래만 표시된 강원도 지도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로서 분단 상징의 선단지역으로 여러 가지 실질적인 불이익을 입고 있지만, 바로 이 때문에 앞으로 통일을 맞이했을 때 우리 강원도는 통일한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이렇게 양측의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 남북교류 5년째를 맞아 여러 성과를 내었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남북 관계는 또, 그것이 중앙정부차원이 아닌 자치단체로서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냉각되었던 관계에서 양측의 온도차를 줄이는 데는 오랜 시간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3가지 정도의 기본원칙을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양측의 실질적인 협력사업이 되는 것이 첫째이며, 둘째로 장기안목차원에서 협력사업이 진전되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애초에 분권적, 미시적 접근을 주장하시고는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하신지...
"분권적 방법은 국가의 역할 외에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시민단체 같은 민간분야가 남북문제를 동시에 다양하게 접근하자는 방법이고, 미시적 방법은 큰 틀의 것은 중앙정부의 몫으로 하되 다양한 주제별로 지방이 주체가 되어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을 차별성을 두어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번 합의서에 있는 것처럼 북측의 겨울스포츠단이 우리 드림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였고, 동해안 어민들의 애로와 공동이익을 위한 수산협력 문제도 가속화시키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전망은 희망적이라고 보지만, 저는 고성항 백사장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처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니다."

3일간의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버스를 타자, 짧은 시간이나마 정들었던 북측의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이렇게 이별은 매순간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것일까. 이윽고 남측의 CIQ를 통과하면서 왜 고성항 백사장에서 들었던 북측의 노랫말 '잘 있으라 다시 만나자, 잘 계시라 다시 만나자'란 노랫말이 입속에서 되뇌어지는 것일까. 그렇든 말든 가을 하늘은 북측이든 남측이든 푸르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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