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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현암사
사는 곳 그 공간

도시민은 대부분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단독은 비효율적이라 그 설자리를 잃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좀 여유있는 이들은 주말에 가끔 이용할 별장을 교외에 지어 놓고 이용한다. 서민들은? 꿈이다.

친구들은 말한다. 10년간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시골에 땅도 사고 집도 짓고 해서 살거라고. 도시에서 제 집 마련도 힘든 이 시점에 무슨 놈의 별장인가. 전세살다가 그 돈 빼서 시골에 조그마한 텃밭과 농가주택이라도 살 수 있다면 다행이지.

사실 집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떠나고 싶을 때 나를 데려다 주는 기계, 자동차다. 36개월 할부로 라도 좋은 차를 사서 그것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막히는 주말 고속도로를 타더라도 기분 좋은 일이다. 사는 곳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세든, 월세든 지금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

집을 짓는다는 것

요즈음 은퇴 후에 시골에 집짓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네들은 이미 자식들 교육을 마치고 출가시키고 나서야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커다란 장벽은 바로 돈이다. 돈이 있어야 집을 사든지 짓든지 할 수 있다. 그럴듯한 집 한 채 지으려면 몇 억은 쉽게 든다.

용감한 사람들은 저지르고 본다. 흔히 시골 농가주택을 싼 값에 사서 그 집을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들어가는 돈은? 잘못하면 집 짓는 만큼 들어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집짓기를 배운다. 평생 망치질 한 번 안 해봤더라도 지금부터 연습하련다. 내 사지가 멀쩡하다면 욕심내지 않은, 집 한 채 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혼자서 몇 년에 걸쳐서 홀로 '그럴듯한' 집짓기에 성공한 사람들도 꽤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중 한 분이다.

좋은 집

좋은 집은 자연과 닮아 있다. 좋은 집은 숨을 쉬며, 나쁜 공기를 흡수하고 좋은 성분을 내뿜는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이런 집에 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병도 고칠 수 있다. 이런 집은 어떻게 무슨 재료로 짓는가. 바로 흙과 나무로 짓는다. 우리네 조상님들이 짓던 것처럼.

저자는 오랜 신부생활을 마치고 시골로 가서 농사지으며 살기로 결정한다. 집도 손수 짓기로 한다.

"첫째, 내가 원하는 집을 짓겠다. 겨레에 뿌리를 둔, 살리는 살림집을 짓겠다. 둘째, 내 분수에 맞는 작고 단순한 집을 짓겠다. 셋째, 내가 살 집은 내가 손수 짓겠다."

몇 번의 설계변경과 구조변경을 통해서 전통방식의 통나무 흙집, 귀틀집 두 채가 완성됐다.

집짓기의 실제

집짓기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설계는 어떻게 했는가. 집터 닦기와 우물 파기는 어떻게 했는가. 필요한 연장은? 저자는 나무의 마름질과 물량 계산법, 벽쌓기와 지붕잇기서부터 문창 짜기와 달기, 도배까지 그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시중에 많은 흙집, 통나무집 짓기에 대한 책들이 나와 있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그 과정과 경험을 담은 책은 흔치 않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럴듯한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모눈종이에 그린 설계도면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세운 기초며 지붕과 벽은 완성품이 저자의 성격을 반영하듯 매우 반듯하고 훌륭하다.

덧붙이는 글 | 현암사/정호경 저/7,500원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손수 우리 집 짓는 이야기 - 어느 중늙은이 신부의 집짓기

정호경 지음, 현암사(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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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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