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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때 서울시에서 개발을 추진 중인 은평구 뉴타운 건설 예정지역 중 하나인 진관외동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왜 뉴타운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동네 분위기는 입구부터 '올드 타운' 했으며, 서울특별시에 아직도 이렇게 골목길과 텃밭이 많은 곳이 있었는지 놀랐습니다. 하지만 어느 좋은 주택가 못지않게 깨끗하고 조용하며, 집집마다 담장엔 넝쿨이, 마당엔 개들과 야생화와 텃밭들이 있는 정겨운 동네였습니다.

▲ 미개발 지역이라지만 어느 동네 못지 않게 조용하고 깨끗한 주택가입니다.
ⓒ 김종성
▲ 집집마다 그리 높지않은 담장에 호박넝쿨이 덮여 있습니다.
ⓒ 김종성
▲ 이 소박한 동네에 핀 들꽃들은 누가 가꾸지 않았는데도 참 예쁘고 화려합니다. 뉴타운이 건설되면 이런 야생화도 사라지겠지요.
ⓒ 김종성
얕은 생각으론 이런 동네가 삭막한 아파트촌으로 변하는 거보다는 이 모습 그대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지만, 편안하게 아파트에 사는 제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이겠지요.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서 사라지는 필름 카메라처럼, 아쉽지만 이곳 진관외동에 살던 주민들이 뉴타운의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수십년을 한 동네에서 살다가 대책없이 쫓겨나게 된 주민들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김종성
하지만 현지에서 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군요. 현실적인 시가대로 보상을 못 받는 토지나 집의 소유주도 안됐지만, 주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입자는 더욱 안타깝게도 뉴타운에서 살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수십 년을 진관외동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 세입자라는 이유만으로 몇 백만 원의 이주비만 받고 정든 동네에서 쫓겨나게 될 현실은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뉴타운 건설로 서울시나 건설업체들은 당연히 엄청난 이득을 얻을 테니, 세입자인 원주민들에게 뉴타운 아파트에 입주하게 해준다고 해서 손해가 나는 것도 아닐 텐데….

서울시의 냉정한 행정 시스템과 건설업체들의 지나친 욕심이 21세기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에서 여전히 목도되고 있습니다.

새로이 건설될 은평구 뉴타운 아파트촌에 입주하지 못하는 대다수 원주민들은 더 먼 외곽지역으로 떠나거나, 십중팔구 생계 때문에 도시 빈민으로 살게 되겠지요.

▲ 역시 동네 꼬마녀석들은 어디에서도 즐겁게 놀더군요. 저 아이들도 뉴타운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 김종성
▲ 어느집 옥상에 항아리와 빨래감들이 선탠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적엔 저런 옥상에서 빨래줄을 부여잡고 슈퍼맨 흉내를 내며 뛰어내리곤 했지요.
ⓒ 김종성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런 불행한 일들이 반복되는데도, 왜 이런 처지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입법을 하지 않는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의 동네가 반갑고 아름다웠지만, 거대한 개발권력 앞에 힘없는 주민들에게 닥친 불행이 눈에 아른거려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 동네의 어느 소박한 교회입니다. 하나님께서 주민들에게 행복을 내려 주시길 빌어봅니다.
ⓒ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진관외동의 다른 사진들을 제 홈피에 올려 놓았습니다.
www.cyworld.com/imsunn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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