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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여행의 관문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페루의 이끼또스(Iquitos, 영문명 이키토스). 지난번 때 묻지 않은 아마존 뿌에르또 말도나도(Puerto maldonado) 여행에 이어,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 아마존을 여행해 보기로 한 나는 6월 초, 1주일간의 일정을 잡고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끼또스로 향했다.

인구 37만 명의 아마존 도시인 이곳은, 1863년 인디오 부락이었던 곳에 스페인 이주민들이 들어와 건설한 아마존 도시이다. 아마존 도시들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이곳은 원주민 문화에 유럽이주민들이 뿌려놓은 문화, 아시아 문화가 혼재되어 굉장히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 가기 위해서 다른 도시에서 출발할 경우, 오직 비행기와 배편만을 이용해 도달할 수 있다. 아마존 지역의 특성상 이끼또스는 다른 도시와 연결된 도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길 1시간 30분여, 드디어 차창 밖으로 창자가 꼬인 것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아마존강의 모습이 펼쳐진다.

▲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마존의 모습
ⓒ 배한수

푸른 아마존의 열대 우림 속을 가로지르는 강. 어찌 보면 파란 도화지에 굵은 황토색 펜으로 구불구불 선을 그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렇게 짙푸른 아마존 지대가 보이기 시작하길 얼마 안 되어, 비행기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이끼또스 공항에 착륙했다.

지금 페루 대부분의 지역은 절기상 겨울이라 상당히 날씨가 쌀쌀한데, 공항에 내려 게이트를 통과하니 바로 후텁지근한 열기가 느껴진다. 공항은 지난번 여행했던 뿌에르또 말도나도보다 훨씬 깨끗하고 쾌적하다. 이것은 그만큼 이곳이 개발이 많이 되어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끼또스 공항은 시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에, 나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향하는 길. 한참을 달려도 울창한 나무들이 늘어선 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로에 승용차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오토바이와, 뒤에 2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게 개조한 오토바이 택시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도로를 점령한 오토바이 택시들
ⓒ 배한수

날씨가 워낙 더운 탓에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오토바이가 에어컨을 틀어야만 시원해지는 자동차보다 훨씬 실용적이어서일까? 이렇게 오토바이는 이끼또스 시내의 중추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그걸 증명이나 하듯, 헬멧조차 쓰지 않은 젊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보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 중심으로 나가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은 해변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노출이 심하다. 길거리엔 얼음박스에 담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도 손에 더위를 식힐만한 먹을거리를 하나씩 들고 다닌다. 이렇게 일년 내내 25℃ 이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이곳에서, 이런 광경은 더 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
ⓒ 배한수

이곳은 이끼또스 시내의 중심 아르마스 광장. 시원한 분수대 옆에 세워져 있는 이 탑 주위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낮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다. 하지만 이곳은 밤이 되면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데이트를 나온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간단히 광장주변 구경을 마친 기자는 이내 광장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강가로 향했다. 강가에 다다르자 눈앞에는 푸른색의 거대한 아마존 강이 펼쳐진다. 이곳은 강이라기보다 바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 규모가 컸고, 물의 색깔 또한 황토색이 아닌 진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 바다를 연상시키는 드넓은 아마존 강의 모습
ⓒ 배한수

듬성듬성 녹색 초지들이 보이고 저 멀리 열대우림지대가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이곳. 규모가 비교적 큰 아마존 강들이 지나가는 이끼또스 주변 경치는 지난번 뿌에르또 말도나도와는 또 다른 비경을 보여줬다.

이렇게 경치가 빼어난 이곳 일대는 각종 판매상과 레스토랑, 술집이 즐비하다. 밤에 이곳은 더위를 식히려는 현지인들과 수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매춘 여성들이 엉켜 아수라장을 이룬다고 한다.

▲ 강가에 위치한 중심가 거리의 모습
ⓒ 배한수

아름다운 아마존강의 경치를 구경하며 길을 따라 조금 걸어 내려가자, 이번엔 물 속에 떠 있는 듯한 모양의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주거의 용도가 아닌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물건 판매상가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통나무 기둥의 기반 위에 나무와 나뭇잎을 엮어 만든 이 건물 안에는 약 30여개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렇게 물이 얕은 곳에 나무를 이용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아마존 지역의 전통 가옥 형태라고 한다.

▲ 물 위에 나무 기둥을 이용해 지어놓은 아나콘다(Anaconda) 복합상가
ⓒ 배한수

나무기둥을 이용해 집을 수면보다 10m 이상 높게 지어놓은 이유는 우기에 물이 불어나 집이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강수량이 적은 겨울이기 때문에 수면이 최저로 내려가 있지만, 강수량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이 집의 바로 1~2m 아래까지 물이 차오른다고. 이유를 모르고 보면 왜 이렇게 집을 지었을까 싶지만, 이렇게 집을 짓는 것이 이곳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가옥의 설계 형태인 것이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 안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생선의 박제에서부터 곤충을 전시해놓은 액자,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인디오 부족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과 조각상 등 상가 안에는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 각종 신기한 진열품들이 가득한 한 가게의 모습
ⓒ 배한수

궁금한 마음에 한 가게에 들어가 보니, 수많은 진열품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제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식인 물고기 삐라냐(Piranha)의 박제. 원주민어로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삐라냐는 소나 말이 물을 건널 때 순식간에 모여들어 다리에 있는 살들을 물어뜯고 심지어는 사람의 살도 뜯어먹는다 하여 식인어로 유명해진 물고기다.

▲ 가게에 진열된 물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삐라냐 박제, 뚜루스누끼 박제, 싸챠바까 조각품, 앵무새 조각품)
ⓒ 배한수

갓 잡은 삐라냐를 가공처리 해서 만들었다는 박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함을 불러일으킨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물고기의 입을 쳐다보니, 몸의 크기에 비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렇게 이곳에는 삐라냐의 박제 이외에도 뚜루스누끼(Turusnuki)라는 커다란 뼈를 가진 생선의 박제와, 나무를 깎아 만든 싸챠바까(Sacha vaca)라는 쥐 같이 생긴 동물의 조각, 알록달록 빛깔이 아름다운 앵무새 조각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 곤충과 나비들을 박제해 진열해 놓은 액자
ⓒ 배한수

이것은 아마존에서 사는 나비와 곤충들을 모아 박제해 놓은 액자. 이 액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8천여종의 곤충이 사는 생명체의 보고 아마존'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특히나 나비의 경우 수많은 종류의 나비들이 각기 아름다운 색깔과 문양을 가지고 있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다. 이렇게 박제된 아마존의 곤충과 나비들은 관광상품으로 그 인기가 최고라고 한다.

이렇게 좁은 가게 안의 한쪽 편은 동물과 곤충, 물고기에 관련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켠에는 인디오와 관련된 각종 물건들로 가득했다.

▲ 인디오들이 손수 만든 물건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인디오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 로스뜨로 인디헤노스(Rostro indigenos)라 불리는 인디오 얼굴의 조각, 삐라냐 그림, 인디오 모습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품)
ⓒ 배한수

벽에는 손수 짠 천에 인디오들이 직접 그렸다는 그림들과 조각품들이 즐비했다. 액세서리를 잔뜩 착용한 인디오의 모습, 독침을 이용해 사냥하는 모습, 식인물고기 삐라냐 등 그림에는 그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이 그려져 있다. 또한 조각품에는 그들의 얼굴을 비롯한 각종 사는 모습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이렇게 이끼또스 근처 아마존에 사는 인디오들은 각종 물건들을 손수 만들어 시내로 내다 팔아 수입을 낸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공예품들과 그림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웬만한 예술가들이 만든 것에 뺨칠 정도로 그 솜씨가 정교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상가구경을 마치니 해는 벌써 아마존강 한 켠에서 저물기 시작한다. 앞으로 수많은 볼거리들을 보여줄 페루 최대의 아마존 도시 이끼또스. 비록 이곳의 볼거리들이 지나치게 상업화 되어 있고 너무 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자연 그대로의 아마존을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풍성한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하는 만큼, 앞으로 진행될 1주일간의 여정에서 진귀한 볼거리들을 만날 가슴 벅찬 기대를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끼또스 여행기는 총 11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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