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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는 통일연구원 주최로 '남북한 통합과 통합인프라 확장방안'에 관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날 회의는 지난 2003년 '통일 인프라 실태조사'에 대한 분석에 이은 통일연구원의 2차 연구사업의 결과물을 내놓는 자리였다.

ⓒ 나영준
이 날의 자리는 지난 8월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에 이은 사상 첫 국회방문과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등 발전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맞추어 국내의 통일 인프라 구축과 제반 논의를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학계의 많은 원로 인사들도 참석한 이 날 자리에선 박영규 통일연구원 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최송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축사가 있었고, 이어 전인영 서울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정부가 이끄는 것만이 아닌 다각적 참여 있어야

첫 발표는 김국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실장의 '남북한 통합을 위한 바람직한 통일정책 거버넌스 구축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김국신씨는 공식적 권위에 의해 뒷받침되는 활동인 '국가'뿐 아니라 비공식 및 비정부적인 기구들까지 아우르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념을 더해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가중심적인 시각에서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우선 순위가 주어지지만, 정부와 기업의 파트너십에서는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정부와 협력하는 연계망을 형성해가며 아울러 시민사회의 통일정책 참여에 있어서도 여러 민간단체들이 사회-문화 분야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남북한이 접촉을 확대하며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는 시점이 될 때까지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련된 다양한 국내외 이해당사자들이 수평적으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에 이어 궁극적으로 단일정부 수립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고민해야 할 과제로 진단됐다.

한국의 20대와 30대, 성향은 거꾸로

ⓒ 나영준
두 번째 '통일관련 국민적 합의를 위한 종합적 시스템 구축방안 : 제도 혁신과 가치합의' 발표에 나선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실장은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통일문제에 있어 나타나는 여러 현실적 갈등 요소에 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종철 실장의 발표에 있어서는 여러 통계적 수치들이 동원됐다.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0명의 표본 추출이 있었고 이어 정치권 101명, 언론계 86명, 시민단체 113명 등 300여 명의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졌다.

우선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갈등이 국내의 지역갈등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호남에서는 '적극지지'가 65%인데 반해 영남은 28%에 불과하며,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성과가 없었다'는 답이 7%대 14%로 나타나는 것에서 보듯 소위 말하는 '남남갈등'은 국내의 지역갈등 구조와 중첩되어 표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며 그 갈등의 주요이슈가 무엇인지, 인구학적 배경변수인지, 아니면 이념적-정치적 갈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 표출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여론조사에 응한 60%의 국민들이 정부의 통일정책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된다고 답했다며 동시에'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항목'에는 35%에 가까운 이들이 정부의 정책 투명성 향상을 지적했다고 한다.

박종철 실장은 이번 여론조사의 가장 특징 중 하나로 '연령과 세대가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되는 일반적인 사회 경향을 보일 때 그 사회는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그에 비해 한국의 경우 20,30대가 세대적 특징이 보통의 흐름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젊을 때 진보적이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보수화 된다고 하면 그 사회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대가 상대적으로 30대에 비해 젊은데도 불구하고 더 보수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해 30대의 경우 단순히 연령적인 면이 아닌 민주화 공유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것이 앞으로 한국사회와 나아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지속적인 변화의 동력으로 이어질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이어 광주와 호남지역 그리고 일부 부산-경남 지역에서 통일문제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 등 모든 사안에 있어 비교적 진보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 여러 정치·이념적 사건들과 사회적 요인까지 누적되어 포함된 결과로 풀이됐다.

이어 오후에는 '남북한 통합을 위한 법제도 인프라 확충방안'등 다양한 발제와 토론들이 이어지며 남북한을 포괄하는 여러 통일인프라 확장에 관한 건설적 방안들이 이어졌다. 남북관계가 진전하는 한편 국내적으로 많은 부적응과 지체현상이 일기도 하는 이때 갈등과 대립이 아닌 참여와 지지를 이끌기 위한 열기가 오후 내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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