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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연방의회 총선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선거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둘러싼 갖가지 모습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실수에 표절까지... 기민·기사 총리 후보 메르켈, 구설수에 올라

▲ 잇딴 실수로 구설수에 오른 기민·기사 총리 후보 메르켈.
ⓒ 강구섭
기민·기사 총리 후보 메르켈이 만들어 낸 첫번째 해프닝은 지난 6월 1일 연방의회에서 슈뢰더 현 독일 총리가 불신임 투표 및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직후.

슈뢰더 총리에 이어 단상에 오른 메르켈은 "사민·녹색당은 더 이상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 자민당과 함께…"라며 갑자기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선언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당황한 메르켈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기민·기사당은 자민당과 연정을 이뤄…"라고 정정하고 서둘러 연설을 이어가 상황을 넘겼다.

메르켈의 두 번째 실수는 지난 8월 초 독일 제1 공영방송 < ARD > 와의 인터뷰에서 일어났다. 기민·기사당이 내건 세제 관련 공약을 설명하던 도중 '세금을 포함한 총수입(Brutto)'과 '세금을 뺀 총수입(Netto)'을 바꿔 설명한 것. 며칠 후에도 인터넷 매체 < Bunte >와의 인터뷰에서도 메르켈은 재차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쯤 되자 메르켈의 실수는 총리 후보 일대일 TV 토론과 맞물려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독일 일간지 <쥬트도이체짜이퉁> 8월 2일자는 1994년 연방 총선에서 당시 사민당 총리후보 루돌프 샤핑이 'Brutto'와 'Netto'를 바꿔 말한 경우를 언급하면서 "이번 실수가 메르켈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샤핑의 실수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샤핑의 패배를 초래했다고 독일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재차 반복된 말 실수에 이어 지난 4일 있었던 총리 후보 일대일 TV 토론회의 후보자 마지막 발언에서도 메르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메르켈의 마지막 발언이 1980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레이건이 한 것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것.

이같은 사실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9월 6일자를 통해 밝혀지면서 기민당과 메르켈은 다시 한번 된소리를 들어야 했다. 성실하고 집요한 언론인이 캐낸 발견에 대해 기민당은 레이건의 연설을 가져다 썼음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메르켈의 마지막 멘트는 우리가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던지는 질문"이라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독일 여성들, 여성 후보 메르켈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방 총선이 가까워오면서 독일의 진보적 여성들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 메르켈을 지지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여성이라는 연대의식을 발휘, 메르켈을 지지할지 그녀의 보수 편향 정책에 반대해서 슈뢰더를 지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

여성 총리 메르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수십 년간의 여성 운동의 결과로 여성의 지위가 괄목할 만큼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여성 총리 후보 지지를 주장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금융계의 수뇌부에 포진한 여성의 비율은 1% 남짓인 것을 비롯, 여성의 최고 포스트 진출 현황, 전체적인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 총리 탄생이 여성의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여성 총리 탄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독일의 대표적 진보여성지 < Emma >의 편집장 슈바르쯔씨는 < Emma > 8월호에서 "미 대선에서 흑인이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그가 어느 당 소속인가에 관계 없이 이는 역사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여성 총리 탄생은 그녀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역사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여성의 정치·사회 활동에 대한 원천적이고 제도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 단순히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메르켈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메르켈이 여성 특유의 섬세한 사고와 감각을 통해 유연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평가하며 여성이라기보다는 남성에 가까운 메르켈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여성 후보의 상징성이 여성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상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며 "출산, 양육 등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메르켈이 여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감을 나타내고 있다(51세의 메르켈은 1977년 결혼했다가 1982년 이혼한 후 1998년 화학교수인 현재의 남편과 재혼했으며 아이는 없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짜이트>의 여성 언론인 가쉬케는 9월 2일자에서 "일과 가정의 조화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뿐 여성의 직업 활동, 이를 위한 육아 시설 등에 대한 지원이나 구체적 프로그램이 전무한 채 친경제계적 정책으로 가정, 여성의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여성 총리 메르켈의 탄생은 어떤 상징 효과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편 독일 제1 공영방송 < ARD > 에서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90%가 이번 선거에서 총리 후보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유권자의 84%가 여성 총리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밝혔지만 동시에 50%의 여성 유권자가 슈뢰더를 총리 후보로 선호했으며 37%의 여성 유권자만이 메르켈을 총리 후보로 선호, 여성 총리에 대한 긍정적 견해와 대조를 이뤘다.

어린이, 청소년들은 사민당을 좋아해?

▲ 18세 이하의 어린이, 청소년이 참여하는 '연방총선 투표행사'를 주관하는 단체 중 하나인 'U18'(http://www.u18.org).
총선을 일 주일 앞둔 9월 9일 독일 전역에서는 18세 이하의 어린이, 청소년이 참여하는 '연방총선 투표행사'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18세 이하 청소년 단체 'U18'를 비롯한 11개 정치·사회 단체의 공동 주관하에 주정부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독일 전역 510개의 투표장에서 치러지며 주최측은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20여만 명이 이번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도 같은 행사가 역시 연방 총선을 앞두고 열려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에는 독일 전역으로 행사가 확대, 개최됐다.

투표에 참여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각 당의 공약을 살펴본 후 실제 투표에서 사용되는 동일한 용지와 동일하게 시설이 갖춰진 투표장에서 투표에 참여하면서 정치 참여를 직접 체험한다.

어린이·청소년과 정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번 행사의 책임자 레만씨는 "2002년 총선 당시 치러졌던 어린이, 청소년 투표 결과를 보면 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순전히 오해"라고 말했다. 레만씨는 "지금까지 어린이, 청소년들은 자신의 관심을 펼칠 만한 장이 없었을 뿐"이라며 "정치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인 어린이, 청소년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앞두고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난 9월 2일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에 의하면 어린이, 청소년들은 사민·녹색당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조사 결과, 사민·녹색당은 49%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반면 기민·기사 연합은 36%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사민·녹색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이 기민·기사 연합보다 교육, 가정 등 어린이, 청소년에 직결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열렸던 어린이, 청소년 투표에서는 사민·녹색당이 57%, 기민·기사 연합과 자민당이 28%를 얻었다.

투표는 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며 이어지는 개표 행사 또한 어린이, 청소년들에 의해 진행되며 개표 결과는 9일 밤 9시경 인터넷으로 발표된다. 그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전달된다. 이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은 각 지역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스스로 비교, 분석할 수 있다. 9일 투표가 끝난 후 각 지역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참여하는 파티가 열리며 이 파티에는 각 정당 정치인들이 한 명씩 초대되어 어린이, 청소년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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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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