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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애 단 한번
ⓒ 샘터사
2002년 올해의 문장 상을 수상한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번>은 상이 수여하는 의미에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다.

으레 좋은 문장이라고 하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써졌다는 의미일텐데, <내 생애 단 한번>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장영희는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겪었던 많은 삶의 교훈들을 차분하고 정갈한 문체로 책 속에 담아내 간다.

책에서 장영희가 전하는 교훈의 메시지는 담담하다. 사랑하라, 열정으로 살라, 진짜가 되라 등,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통해 표출된 그 교훈들은 평범하지만 상투적이지 않고, 가려져 있지만 스스로 드러나 고운 빛을 띤다.

소박한 글, 특별하지 않는 저자, 온갖 기교로 치장된 텍스트가 봇물 터지듯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즘 세대에게 그녀와 그녀의 글은 초라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찬란함에 대한 동경 뒤에 일상의 고요를 갈망하듯, 그녀의 글은 얼음 같은 경쟁 속에 사는 사회인들에게 따스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난로와도 같아 보인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삶은 그 난로의 온기를 유지하는 좋은 연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의 악몽은 항상 내 몸과 다리를 지탱해 주는 목발, 그리고 보조기와 연간 된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길바닥에 앉아 있고, 사람들은 길을 가다말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지만, 목발과 보조기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다. 이 글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꼭 그와 같은 느낌이 든다. -서문, 7쪽

그 온기와 같은 힘은 어디서 오는가?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 멸시되어온 장애를 지녔으면서도, 그렇기에 대학의 문턱에서 좌절할 뻔했으면서도, 가족의 힘으로, 본인 자신의 긍정의 힘으로 사회의 편견에 맞섰던 그녀의 힘이리라. 분명,

..하지만 나는 회색 빛의 암울한 겨울을 견뎌내고 고개 내미는 새싹에서 희망을 배운다. 암울한 겨울을 견뎌내고 고개 내미는 새싹에서 희망을 배운다.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에서 삶에 대한 열정도 배운다. 화려한 꽃향기를 담은 바람에서 삶의 희열을 배운다. 백합 향기에 취해 죽기보다는 일상의 땅내음 속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본문, 144쪽

5년 전에 출간된 <내 생애 단 한번>은 이제 사람들의 주목을 예전만큼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제 서평란에서의 시의성조차 잃어버렸지만, 이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줄 난로로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번>을 추천한다. 진심을 담은 책의 온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는 이유에서다.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샘터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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