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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평소 감정표현을 내색 안하던 그 남자가 아침마다 악수를 하자고 제의하게 된 것은 남편 회사에서 있었던 8월 초 3박 4일 간의 연수를 받고 온 다음 날부터였습니다. 운전면허 취득 후 7년째 그 남자의 운전병이 되어 출근인사를 자동차 안에서 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인사법도 없이 돌아서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핸들을 돌렸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째 악수를 하면서 잠깐이지만 그 남자의 익살에 한바탕 웃음으로 좁은 차 안은 후끈후끈해집니다.

한마디로 무뚝뚝한 남자라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직한 손을 내밀며 씽긋 웃어 주는 폼이 결혼 전 연애하던 그 청년의 모습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호칭을 "남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혼 전엔 회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은행잎 흐드러지게 떨어지던 팔달로를 뚜벅뚜벅 걸어가던 낭만적인 멋스러움과 시도 때도 없이 참새처럼 재잘거려도 소리 없는 웃음으로 바라보던 그 남자가 듬직하다고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그 감정들은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 멈추어 있었고 눈앞에 보이는 삶에 충실하면서 정신없이 살아왔습니다. 그 나른해진 삶에 그 남자의 악수 제의는 신선한 쇼크였고, 웬 늦바람이냐고 웃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있었던 애정 표현이었지만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거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연수원 프로그램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애정 공유 리더십의 실천방안내용'이라는 글에서 눈길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읽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극진히 사랑하라."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라."


연수가 끝나던 날, 집으로 오는 직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가정에 가서 꼭 애정표현을 실천'에 옮기라는 강사의 당부가 있었다는 그 남자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자기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바늘 귀만큼의 틈을 허용하지 않고 완벽한 빡빡(?)함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그 남자의 고집을 과감하게 변화시켰으니 그 강의는 가정의 행복 바이러스 지킴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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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방문 후 놀랬다. 한창 나이 사십대에 썼던 글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니..새롭다. 지금은 육십 줄에 접어들었다. 쓸 수 있을까? 도전장을 올려본다.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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