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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라산 영실기암
속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라산 영실기암 ⓒ 김동식
특히 영실코스로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곳에서 전해지는 오백장군의 전설처럼 기구한 모정의 한(恨)을 만나는 듯 호흡이 차오릅니다. 마음이 무겁거나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질긴 인생살이에서 언제나 우리를 품어주던 어머니의 심장을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잠깐이라도 영실 계곡 속으로 빠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높은 절벽과 깎아지른 비탈, 저마다 품격을 갖는 기암으로 독특한 절경을 뽐내는 영실은 가을의 문턱마저 짧은 듯합니다. 속세의 마음을 사로잡는 빛깔고운 단풍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능선과 계곡 전체로 배회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문의 (064)713-9950.

가을 생태체험여행, 제주오름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에 걸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입니다. 화산활동 과정에서 기생화산인 제주오름이 368개나 만들어졌습니다.

올 가을에도 오름을 에워싸고 억새가 반겨줄까
올 가을에도 오름을 에워싸고 억새가 반겨줄까 ⓒ 김동식
오름에는 귀중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적자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더군다나 초지, 자연림, 습지 등이 많고, 동물과 식물 등 생물적 다양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가치에 가격을 매기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자연이 주는 신비를 맛보며 오름의 식생에 대하여 관찰과 사색을 즐기는 학습욕구만 한바구니 담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오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트레킹체험을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정은 없을 듯 합니다. 문의 (064)710-2674.

사색과 관찰의 시작, 서귀포감귤박물관

제주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무엇일까요? 대개 돌하루방, 감귤, 해녀(잠녀)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러한 상징성에 맞게 제주에 특별히 들어선 것이 감귤박물관입니다. 서귀포시 월라봉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박물관은 그래서 제주인의 자존심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탐스럽게 매달린 귤나무 사이로 희망이 묻어나는 듯
탐스럽게 매달린 귤나무 사이로 희망이 묻어나는 듯 ⓒ 김동식
세계의 감귤이 저마다 숨을 쉬며 한곳에 모여 있는 대형유리온실 속으로 들어가면 짙은 제주의 내음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한국, 일본,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자라는 감귤의 종류만도 80여 품종에 이릅니다. 상큼한 귤향기를 맡으며, 감귤꽃과 열매가 달려 있는 생생한 현장 속에서 사색을 즐기고 짧은 관찰일기를 가슴으로 써보고 싶어집니다.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꽃과 과일나무 100여종이 전시되어 있는 아열대식물원이나 다양한 패널과 영상으로 구성된 감귤의 역사와 종류, 재배방법, 감귤의 발생, 세계감귤의 모습 등을 관찰할 수 있는 테마전시실, 제주도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농기구 및 전통민속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민속유물전시실과 3D입체영상실에서 추억만들기에 한 번 푹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른들에게는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현장, 아이들에기는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는 희망의 산실"임을 믿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문의 (064)767-3010.

천재화가의 예술혼 엿보기, 이중섭미술관

이 가을에는 불같은 예술혼을 사르다 40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혼이 서려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중섭화가가 머물던 초가뒤로 그의 작품이 전시된 이중섭미술관
이중섭화가가 머물던 초가뒤로 그의 작품이 전시된 이중섭미술관 ⓒ 김동식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 가면 1951년 피난 당시 거주했던 초가와 울타리, 마당과 뒤뜰이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있으며, 초가 뒷편으로 생전에 그렸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중섭미술관이 있습니다.

이중섭 화가는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잘 조화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한국근대미술의 여명기를 연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와 불우한 환경, 비극적 삶 속에서도 한국미술사에 빛나는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되겠지요. 문의 (064)733-3555.

일몰이 아름다운 곳, 외돌개

국토의 최남단 서귀포에서 하룻밤을 묵을 여행자라면 시내에 여장을 풀고 나른한 오후를 서귀포 시내에서 보낸 다음 외돌개에 가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석양 속으로 그리움이 빠져드네
석양 속으로 그리움이 빠져드네 ⓒ 윤대균
외돌개 바닷가는 군더더기 없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손꼽히고 있는 곳입니다. 금강산 자락의 해금강을 빼닮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 이상입니다.

둘레가 약 10m, 높이가 20m에 이르는 거대한 기둥바위는 외돌개의 상징입니다. 오랜 세월을 바람과 파도에 씻겨 왔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합니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서귀포 앞바다 범섬에서 원나라의 잔류세력을 토벌할 때 외돌개를 장대한 장수로 변장시킴으로써 범섬에 숨어 있던 적군이 이를 보고 겁에 질려 모두 자결했다는 '장군석' 전설 또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선녀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고, 옥빛 바다에는 범섬, 문섬, 섶섬 등의 아름다운 섬들이 두둥실 떠 있습니다. 저물녘 외돌개 어귀에서 범섬에 어리는 석양을 바라보면 코끝을 자극하는 바닷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뭉클함이 가슴을 어루만져 줍니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질 것입니다. 문의 (064)735-3512.

가을 여행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결실을 준비하는 여행이었으면 합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지나온 인생을 한 번 더듬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동식 기자는 제주 서귀포시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서귀포감귤박물관에서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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