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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외국어대학의 대학본관 건물과 중앙공원. 해마다 상승하는 대학의 학비로 인해 많은 중국 학부모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쓰촨외국어대학의 대학본관 건물과 중앙공원. 해마다 상승하는 대학의 학비로 인해 많은 중국 학부모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 모종혁
쓰촨(四川)성의 수도 청뚜(成都)에서 220여㎞ 떨어진 네이장(內江)시 웨이유안(威遠)현의 한 농촌마을 통시(涌溪)촌. 퇴락한 농가 십여 채만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있는 작은 촌락의 한 농가 마당 구석에서 십대의 소녀가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깊은 시름에 잠겨 앉아있다.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에 어둠이 점점 깔려오지만 소녀는 한숨만 깊게 내쉴 뿐, 별다른 거동 없이 땅거미가 서서히 깔리는 들녘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무슨 일일까?

지난 6월 24일 웨이유안 현청에서도 차를 타고 1시간 반을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깊은 산골인 통시촌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조상 대대로 통시촌에서만 살아온 리커후(李科戶. 50)의 큰딸인 리핑(李萍. 18)이 올해 치러진 중국대학입학시험인 까오카오(高考)에서 683점이나 얻은 것이다. 웨이유안현 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리의 점수는 중국내 내로라하는 명문대학교의 입학 커트라인보다 100점이나 많은 뛰어난 성적이었다.

리핑의 쾌거는 20년 가까이 마을 주변 천연가스전에서 힘든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리커후 뿐만 아니라 모든 통시촌 사람들을 일시에 흥분케 했다.

퇴락한 농가 안방 벽을 자랑스럽게 장식한 리핑의 상장들.
퇴락한 농가 안방 벽을 자랑스럽게 장식한 리핑의 상장들. ⓒ CCTV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통시촌은 시름에 잠겨있는 리핑과 함께 다시 깊은 적막에 휩싸여 있다. 이미 연해지방의 명문대학인 저장(浙江)대학교로부터 입학통지서를 받았지만, 리커후 가족은 물론 통시촌의 다른 촌민에게도 당장 리핑의 대학 등록금과 학비를 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핑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할 때만 해도 전교에서 600여 등으로 중간 성적에도 못 갔다"면서 "학우들이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간 동안에 식사를 거르면서 오후 수업까지 계속 복습만 했다"고 힘들었던 학교생활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학교에서 집까지의 하교길 35㎞를 날마다 걸어서 귀가해야 했다"면서 "해마다 6000위안(한화 80만원)의 학비에다 기숙사비,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월 400위안(5만4천원)인 아버지 월급으로는 가족 생활비에 동생 학비, 어머니 약값도 버겁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전 교육, 무전 난(難)교육

해마다 경제가 8% 이상의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학생 총 3억1800만 명, 학급 120여만 개에 달하는 교육대국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청소년들은 한국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하지만 농촌지역에는 리핑처럼 경제적인 사정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빈곤층 학생들이 무려 300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중국 청소년발전기금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 출신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숫자가 농촌지역보다 각각 282배와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특히 대학 이상 고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큰 격차를 보였다. 또 농촌 인구가 많고 소수민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서부 지역과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1989년 이래 지난 16년 동안 중국 대학들의 평균 학비는 무려 20배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1인당 GNP가 4배 늘어난 것에 비해 5배나 높은 수치이다. 실제로 1995년 800위안이었던 중국 대학의 1년 평균 학비는 올해 6000위안으로 상승했다. 기숙사 비용 또한 270위안에서 1200위안으로 올라 중국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학비와 기숙사비 등의 잡비 상승은 연평균 소득이 3000위안에 불과한 중국 농민들에게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대학 등록금과 학비를 벌기 위해서 신문팔이에 나선 고아 출신 양샤오주엔(楊晓鹃).
대학 등록금과 학비를 벌기 위해서 신문팔이에 나선 고아 출신 양샤오주엔(楊晓鹃). ⓒ 충칭상보
중국은 개혁개방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과정의 학교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하지만 1978년부터 대학을 시발로 유상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9년제 의무교육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초등학교도 취학하지 못하는 아동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全人大) 전체보고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올해 농촌의 빈곤지역 학생 1400만 명에 대한 수업료를 면제한 뒤 이를 확대하여 2007년까지 모든 농촌 학생들에게 무료로 초등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의 교육 상황이 얼마나 불평등한지 국가 지도자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2005년 3월 홍콩 중문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www.yzzk.com) 보도에 따르면, 윈난성과 구이저우성, 광시장족자치구 등 중국 서남부 지역 학생들 중 일부는 해마다 200위안(2만7천원) 안팎의 학비와 교통비를 부담하지 못해 국경을 넘어 인근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지로 월경하여 통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학생들은 무려 73개현에 분포돼 있다.

또 어렵게 대학 등 고급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240만 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지역 출신으로 중국 전체 대학생의 20%나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160만 명은 더 이상 학업을 계속 할 수 없는 절대빈곤 상황에 처해 있다.

교육예산의 70%와 기부입학으로 살찌우는 도시학교

생활이 어려운 농촌 출신 학생들과 달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연해와 대도시 지역 출신 학생들은 훌륭한 교육환경과 학교시설 속에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충칭1중학도 그 규모와 시설에 있어서 찾는 이를 놀라게 한다. 1931년 시립중학교로 설립된 충칭1중학은 해마다 각각 10~15명씩 칭화(淸華)대와 베이징대에 진학시키는 충칭시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이다. 이를 대변하듯, 충칭1중학의 학교 부지는 웬만한 한국의 대학 캠퍼스만큼 넓고 호화롭다. 정문에서 100m 지나야 닿는 학교 중앙광장은 음악 분수대와 각종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우거진 수목 사이사이에 있는 건물들은 초현대식으로 건축되었다. 20만권의 장서를 지닌 도서관과 첨단 실험자재를 갖춰 2002년에 개관한 과학동, 전 분야의 실습실이 완비된 예술동,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설비한 각종 운동장 등은 한국의 여느 명문 고등학교도 갖추지 못한 시설들이다.

쑤이하이(蘇義海) 1중학 부교장은 "강의동의 모든 교실에 시청각방송시설과 에어컨이 완비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매년 치르는 교사평가제를 통해서 실력 없는 교사는 도태시키고 학교 내 고급아파트를 만들어 우수한 교사를 초빙하는데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말했다.

20만권에 달하는 장서를 완비한 도서관과 우레탄을 깐 농구장을 갖춘 충칭 1중학.
20만권에 달하는 장서를 완비한 도서관과 우레탄을 깐 농구장을 갖춘 충칭 1중학. ⓒ 모종혁
이처럼 대도시 학생들이 완벽한 교육시설 속에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이유는 해마다 쓰이는 중국 교육예산의 70% 가까이가 도시지역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13억 인구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9억이 여전히 농촌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정부의 교육예산 집행은 그 정반대이다.

이와 관련해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www.xinhuanet.com)는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도시 주민은 4.2년, 농촌 주민은 13.6년 동안 관련 경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2004년 현재 도시민 수입이 9500위안인데 반해 농민 수입은 3000위안에 불과하여 거의 3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서 비롯된다.

대도시 명문학교들이 해마다 학부모와 기업들에게 거둬들이는 기부금은 농촌지역 학교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는다. 중국에는 '택교(擇校)'라 불리는 기부금 입학제도가 있는데, 본래 입시를 통해서 정해진 학생 정원을 채운 뒤 합격 커트라인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로 탈락한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일정한 자격이 있는 학생에게 최대 3만 위안(4백만 원)의 택교비를 내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시키는 이 제도가 현재는 명문학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적지 않은 중고등학교는 교육부가 규정한 택교비 제한선을 무시하고 5만 위안에서 10만 위안까지의 택교비를 강요하고 있다. 과다한 택교비 부담으로 상급 학교로의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7월 10일 인촨(銀川)시에서는 13세 초등학교 졸업생이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신화사 충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충칭시내 고등학교의 기부금에 의한 입학 비율은 평균 30%에 달했다. 이는 교육부가 규정한 5%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충칭의 학부모들로부터 "상급학교 진학을 미끼로 학교 당국만 배불린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공평하지 않은 교육에 공평한 사회 없다"

중국 정부도 날로 커져가는 도·농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2002년 현재 83%인 의무교육 실시율과 40%인 고등학교 입학률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GDP 대비 2.8%에 불과한 교육비 지출을 2007년까지 4%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1990년대부터 민간 주도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시행되고 있는 희망공정사업을 독려하여 모든 농촌이나 산간지역에 학교를 개교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바람과 달리 농촌지역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더라도, 중국 전체인구의 15%는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도 높아서 중학교의 포기율은 전국 평균 3.2%, 농촌은 4.2%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지역 농촌의 경우 학비 외에도 각종 잡비의 부담이 높아서 포기율이 10%에 달하고 있다.

충칭시내 한 초등학교 하교길에 몰린 학부모들. 도시지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한국만큼이나 뜨겁다.
충칭시내 한 초등학교 하교길에 몰린 학부모들. 도시지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한국만큼이나 뜨겁다. ⓒ 모종혁
농촌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또한 열악한 생활환경과 낮은 경제적인 처우로 이직이 빈번하다. 일부 교사들은 학력이 미달되어 맡은 교과목에 대한 교습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도시와 농촌간의 경제력 차이로 통시촌의 리핑과 적지 않은 인재가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해 사장되는 것도 중국으로서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다. 여기에 도·농간, 도시민 내부간 주민들의 사회적 지위를 세습시키는 부작용까지 낳아서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전인대의 한 대표는 이런 중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교육이 공평하지 않으면 사회에 공평함이란 없다"라고 지적했다.

충칭사범대학 차오자즈(曺嘉智. 교육학) 교수 또한 "농촌에는 400위안에 불과한 1년 고등학교 학비도 없어서 상급학교에 진학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하지만 도시에는 학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 다니는 '페이두(陪讀)'라는 사회문제까지 낳고 있다"면서 부모의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식에게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는 현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각한 지역간, 계층간 경제적 빈부격차에 교육의 격차까지 더해져 사회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어두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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