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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근 경북도지사
이의근 경북도지사 ⓒ 경상북도청 제공
경북 경주시가 전국 최초로 지난 16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하 방폐장) 유치 신청을 냈다. 경주시뿐만 영덕·울진 등 경북지역 일부 시·군에서도 방폐장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의근 경북도지사(67)는 최근 민선 10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북지역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방폐장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지사는 방폐장의 경북도내 유치에 대해서 "무엇보다 정부가 시설의 안전성와 지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 지사는 <시사저널>(820호)이 조사해 지난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TK)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혀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

당시 조사는 현역 광역단체장이라는 '프리미엄'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여론조사란 한계가 있지만 TK의 '맹주'를 자·타청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나 강재섭 의원 등 쟁쟁한 정치인을 제치고 이 지사가 1순위로 꼽힌 것은 나름대로 지역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일단 TK지역에서는 이 지사에 대해 무난한 도정 운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했던 이 지사가 관선 도지사 1년을 거쳐 3선의 도지사로 내리 당선된 점이나 여러차례 정치적인 풍파 속에서도 꾸준히 도정을 수행한 점도 TK지역민들의 신뢰를 높였다.

한나라당 출신의 도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지방분권화에 앞장섰던 것도 그의 굳은 심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사실상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지사는 한나라당 내부의 비난을 받았지만 자신의 색깔은 더욱 선명하게 만든 셈이다.

이러한 이 지사의 행보는 TK 저간에서 참여정부에서도 가능한 '총리감'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도지사 퇴임이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그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끔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지만 (수도권과 중앙부처의) 저항 때문에 정치적으로 자꾸 둔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통치권자가 결단해야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지금 TK지역민은 무기력한 상황이지만 야당(도시)이거나 낙후돼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보수성이나 폐쇄성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주장을) 포용하고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개인의 욕심이 돼서는 안 되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력할 것"이라면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참여정부나 중앙 정치권에서 정치 활동 제의에 대해 그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미리 판단하지는 않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가진 인터뷰 요지.

이의근 경북도지사
이의근 경북도지사 ⓒ 오마이뉴스 서태영
-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예산을 확보하는 문제가 가장 컸다. 경북도는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면적이 커서 예산이 소요되는 곳이 많다. 부족한 예산으로 도민을 충족시켜야한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 우리나라 민선 지방자치 10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부정적인 부분은 선심행정과 지역 이기주의, 전시행정을 꼽을 수 있다. 선거직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점도 있겠지만 시정도 필요하다. 성공적인 측면으로는 1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자율성과 행정 서비스를 상당히 성장시킨 점을 평가하고 싶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일정 부분 권한을 이양했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영향을 덜 받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본다."

- 도정 수행 성과로 무엇을 꼽을 수 있겠는가?
"민선 이전에 임명제 도지사로 1년 동안 일했기 때문에 도정에 대한 구상을 미리 하고 민선지사로 당선됐다.

경북도는 면적이 넓고 훌륭한 환경 요건을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적인 전통도 있다. 신라와 유교·불교 문화의 전통이 골고루 지니고 있다. 또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학도 많아 훌륭한 인재들도 풍부하다. 이 세 가지가 경북도의 발전 잠재력이라고 생각했다. 이 비전은 예상대로 적중했고, 오히려 예상보다 더 빨리왔다. 지난 10년동안 경북도의 미래를 위한 터전을 잡았다는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수도권에만 집중해서는 국민 전체의 행복은 없다"

- 그동안 지방분권화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왔는데 참여정부 정책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평가한다면….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지난 10년동안 역대 정부는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에 분산하겠다고 약속해왔지만 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부수적인 권한은 이행했을지 모르지만 핵심 권한은 여전히 나눠주지 않았다.

참여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의제로 설정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막상 중앙부처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하려고 하니깐 집행이 잘 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통령에게 '특단의 결의를 가지지 않으면 과거의 경험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 지방분권화 정책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은 뭐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재정문제다. 보통은 지방재정이 40%이면 중앙은 60%인데, 우리나라는 80 대 20이다. 지방재정이 너무 빈약하다. 일차적으로 지방교부세를 확대하고 다음은 지역특성에 맞는 세목을 지방정부에서 정하도록 과세권을 가져야 한다.

- 정부의 지방분권화와 균형발전론에 수도권의 반발은 거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외국기업과 최첨단산업은 허용해 달라는 수도권의 논리가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절대빈곤 시대의 이야기다. 지금은 다소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정부의 우선정책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실천할 시점이다. 수도권에만 집중해서는 국민 전체의 행복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균형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대통령도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고있는 것은 맞지만 저항 때문에 정치적으로 자꾸 둔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통치권자가 결단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의근 경북도지사
이의근 경북도지사 ⓒ 오마이뉴스 서태영
- 경북도에도 13개 공공기관이 옮겨올 예정인데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는가?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중앙정부와) 대외적으로 대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대해서 협조해 왔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경북도로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무산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있었다.

애초 경북도가 한전과 도로공사 유치를 추진했는데 마지막에 한전은 빠졌다. 한전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지역의 성장 잠재력과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웠고, 오히려 경북은 도로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도로공사 유치를 관철시켰다. 한전 대신에 전력기술은 한전 본사보다 성장발전 잠재력이 있다."

- 지역내 배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이전 후 그 기능이 활성화돼야 하고 우선 (이전대상) 기관들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 (기관들이) 한 곳에 가야 하고 그곳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것을 정부가 지원한다. 그리고 오는 기관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이 넓어서 권역을 나눠야 모든 지역을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효율성이나 성장발전 잠재력을 봤을 때는 하나로 합쳐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에 오는 기관과도 더 대화를 하고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

"공직 할만큼 했다... 중앙정치 진출, 미리 판단 않겠다"

- 얼마전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지사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난 10년 동안 지사직을 수행하면서 꾸준한 도정을 추진해온 것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지역의 시·도지사들이 중도하차하거나 정치적인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휩쓸리지 않고 도민을 위해 일해왔다는 점을 평가받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지율도 선거 때마다 올라갔었다.

- 이 지사는 3선 금지 조항으로 다음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1년여 정도 임기가 남았는데, 레임덕 현상을 염려한 탓인지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바깥에선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 스스로는 레임덕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웃음) 경북도는 지난 10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하다. 남은 1년동안 오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만둘 때까지 미래를 준비할 틀을 잡아놓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 하지만 이 지사에 대한 TK(대구경북) 지역민들의 평가가 높은 만큼 이 지사의 다음 행보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순 없나?
"사람이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은 맞지만 개인의 욕심이 돼서는 안된다. 나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공직은 할 만큼 한 것도 사실이다.(웃음) 현직 공무원 중에서 최장수 공무원이라고도 하더라.

퇴임 후 그저 놀겠다는 생각보다도 사회를 위해서 봉사를 하든 지역을 위해서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꼭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정치제의에 대해서) 미리 판단하지는 않겠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 대학강의도 할 수 있다. 헤비타트 운동에도 관심이 있다. 단지 자리를 염두해 두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현재 외부에서 TK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구와 경북은 좋은 의미에서 보면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곳이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정신이 있었고 새로운 시대 정신을 받아들이는 실사구시의 정신도 살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기력한 상황이다.

이것은 야당(도시)이거나 낙후돼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수성이나 폐쇄성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주장들을) 포용하고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활력을 찾아야 한다. 전통적인 장점과 새로운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국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현안 문제를 하나 짚어보겠다. 방폐장 유치 논란이 뜨겁다. 특히 경북도는 울진과 경주 월성 등 여러개의 핵발전소가 있다. 최근 방폐장 유치와 반대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원자력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 지역은 울진과 경주 두 곳에 이미 발전소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설의 안전성과 지원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일단 (핵폐기물은) 발생하는 지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끝까지 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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