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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벽면에 붙인 비지스 사진들
집의 벽면에 붙인 비지스 사진들 ⓒ 이충민
천상의 하모니 비지스가 생전 처음 한국땅을 밟는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하자면 비지스의 멤버 로빈깁만 내한한다. 성대 결절로 고생 중인 배리깁은 이번 아시아 투어에 불참하고, 고 모리스깁은 이미 신이 데리고 갔다. 로빈 깁의 역사적인 방문 날짜 및 공연 장소는 오는 8월 31일 코엑스 컨벤션홀로 정해졌다.

배리깁과 고 모리스깁이 이탈한 비지스의 내한공연을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비지스의 무대라 칭할 수 있을까? 내가 나에게 한 질문의 답변은 주저 없이 '그렇다'다.

맏형 배리 깁과 쌍둥이 동생 고 모리스 깁, 로빈 깁. 이들 세 명의 이름을 아우르는 비지스라는 그룹 명칭의 가치는 영원불변하다. 현재 로빈 깁만이 남았어도 비지스는 영원토록 변치 않는 비지스일 것이다. 이번에 유일하게 한국을 방문하는 로빈이 비지스 특유의 중독성 강한 향수를 뿜어낼 것이라 믿는다.

비지스, 과연 이 그룹을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할까? 축구팬들 중에 우크라이나 태생의 천재 스트라이커 세브첸코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축구팬이 아닌 야구팬임을 의심하자. 아, 짓궂은 농담이었다.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비지스라는 그룹의 지명도는 높다.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를 거쳐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을 뒤흔든 무서운 형제다.

전 세계 음악가들의 최고 명예와 같은 빌보드차트 1위를 도대체 몇 번이나 석권 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인터넷 검색어에 비지스라는 단어를 쳐야 한다. 비지스가 터트린 수많은 명곡은 현재까지 남녀노소, 나이 할 것 없이 사랑 받을 만큼 대중의 관심 한복판에 있다. 해외 유명 음악가들의 리메이크 곡 최상위권에 드는 그룹이기도 하다.

내가 이 형제그룹에 끌린 계기는 독특한 가성 때문이었다. 그 유명한 Night fever 를 비롯해서 Love you inside out / Subway / Living together / Living eyes / Nights on Broadway / For whom the bell tolls / My lover's prayer / Children of the world / If I can't have you 등에서 흘러나오는 베리깁의 가성을 들어보라. 한 마디로 예술의 경지다. 아름다워 미칠 지경이다. 전율이 몸 구석 구석 요동친다.

그중에서도 More than a woman 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자, 베리깁의 가성이 곡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마력의 소리와 같다. 마력의 소리란 한 남녀 연인이 서로 하는 사랑 고백 수백 번 정도로 비유가 될까?

More than a woman 을 듣는 순간, 나의 귀는 비지스 형제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하모니 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의 '최강' 버튼 누른 순간처럼, 단숨에 내 귀를 흡입해버린, 빠져나올 수 없는 소리의 마약이 분명했다.

보통 이상의 여자. More than a woman. 어머니와 같은 느낌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More than a woman. 가사는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다닐 적 어머니를 여의었기에 자라 오면서 이상형은 어머니와 같은 모성애로 똘똘 뭉친 성숙한 여인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운 마음이 들 때면 More than a woman을 부르곤 한다.

배리깁이 녹음실에서 우연히 시도해 본 가성이 비지스의 간판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배리깁은 가성뿐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창법도 박력이 넘친다. Words 가 대표적인 예 아닐까.

배리깁이 박력 넘치는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스러운 가성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로빈 깁은 가냘픈 체격만큼이나 애절한 창법이 특기다. I Started a Joke / Massachusetts Remembering / Juliet / First of May / Don't forget to remember / Holiday 등을 듣고 있노라면 가사의 내용만큼이나 절박함,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곧 사형당할 운명의 죄인과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I've gotta get a message to you를 보자. 가사의 주인공은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를 죽이고서 '죄인'이 됐다. 죄인의 뒤늦은 참회를 담은 I've gotta get a message to you. 이를 노래한 로빈깁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애처롭다. 로빈 깁의 호소력 강한 목소리에 깊게 빠져들고 말 것이다.

고 모리스깁은 건반의 마술사다. 건반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다재다능함으로 비지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덧붙여 하모니의 마술사기도 하다. 배리깁과 로빈깁, 모리스깁이 동시에 합창하는 부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음색은 모리스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팥 없는 호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비지스의 멤버 3형제는 서로 필요한 존재다.

난 사실 음악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 단지 듣고 있는 음악이 귀에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 아닐까. 저마다 선호하는 과일이 있듯이 오늘 듣고 내일 또 듣고 한 달 후에 또 들어도 1년 후에 또 들어도 변함없는, 질리지 않는 음악이 좋은 음악일 것이다. 마력의 소리와 같은 시들지 않는 매력 가득한 음악이 좋다

그런 면에서 비지스는 내 귀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물리지 않는다. 자꾸만 빠져든다. 그리고 매혹된다. 이런 음악이야말로 생활의 활력소다. 나에게 비지스는 이미 신이다.

살아 있는 신화 비지스를 만나러 가자. 로빈깁이 들려 줄 비지스의 세계에 다시 한 번 푹 빠져보자.

잡의 벽면에 붙인 비지스 사진 2
잡의 벽면에 붙인 비지스 사진 2 ⓒ 이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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