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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시종합 자원봉사
2대의 대형버스에 이어 예정에 없던 봉고까지 동원되었다. 새벽 6시 30분, 안양을 출발한 자원봉사자들은 차안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대충 때우며 오전 10시경 현지에 도착했다. 수마가 지나간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공장에는 4톤 트럭 4대 물량 정도의 한지가 물에 잠긴 체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었다.

봉사자들은 4개조로 조를 편성하여 침수피해를 입은 주택가와 축사 그리고 한지공장, 교량에서 토사 및 적치물 제거와 가재도구 청소, 정리 등에 팔을 걷었다.

쌓아둔 감자가 푹푹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불어난 물에 가축들이 떠내려가 축사는 텅비어 있었다. 70대 후반의 목장주인은 "불과 2시간 만에 축사가 폭삭 무너지고 가축들이 휩쓸려 떠내려갔다"며 얼굴 가득 수심이 역력했다.

ⓒ 안양시종합 자원봉사
노인들은 아들 같고, 딸이나 며느리 같은 봉사자들을 붙잡고 "장수군에 이런 일은 살아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탄했다. 도랑 옆 논의 벼들은 뻘건 물에 잠겨 형체도 보이지 않았고, 머루 밭이나 살고 있던 집은 흔적조차 없었다. 일부 반파된 집도 있었고 경로당까지 무릎정도의 침수 자국이 역력했다.

남성들은 장화를 신고 축사부터 삽질하며 쇠파이프를 옮기고, 여성들은 개울 주변에 폐비닐 수거와 청소를 시작했다. 비 내린 후 후텁지근한 찜통더위에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지만, 봉사자들에겐 더위쯤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안양시에서 7천여 시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비산동의 이남심씨는 군에서 제대 한 아들 이주영 (대학생)군과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함께 동행했지만, 아들의 얼굴을 본 것은 점심때와 돌아오는 차안 뿐이었을 정도로 모자는 열심히 일했다고,

ⓒ 안양시종합 자원봉사
늘, 봉사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이주영군은 "씻고 잠 잘 데만 있으면 더 도와주고 오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갈산동에 사는 공재웅씨는 "밤 10시에 안양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보람된 일이었기에 봉사자들 모두가 피곤함도 잊고 다들 즐거워했다"고 말한다.

봉사자들은 떠나기 전 준비한 중고의류 20점과 밑반찬(김치, 콩자반, 깻잎, 고추장 등)을 전달해주며 폭우로 인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재민들의 아픔을 위로하였다.

장수군은 안양시와 자매결연 군으로 이번 집중호우로 8명의 사상자와 148가구 353명의 이재민이 발생, 축사. 농경지매몰 유실. 농기계 등 47억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 아픔을 훌훌 털고 어서 빨리 재기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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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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