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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5일. 부산 동래구 H병원 비상계단에 수액박스가 무단 방치되고 있다. 이곳은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 정연우

부산지역 한 종합병원이 환자들에게 투약하는 의약품과 환자신상명세가 담긴 서류 등을 환자나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허술하게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보건당국은 관련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수액박스 비상구에 방치, 일부 뜯겨져 있기도

▲ H병원의 경우, 약제실 창고가 부족하자 수액박스 등을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 비상복도에 쌓아 둔 것으로 확인됐다
ⓒ 정연우
지난 7월 15일 기자는 부산 동래구 H종합병원을 현장 취재했으며 그 결과, 일반인과 환자들의 통행이 가능한 2층, 3층 슬립복도(비상구)에 수액 수십 박스와 환자개인정보가 담긴 서류 등이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

특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수액들은 하루 수십명 이상의 입원환자들에게 그대로 투약됐으며, 다른 약품의 이름도 복도 벽에 적혀져 있는 것으로 미뤄 수액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까지 비상구에 방치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액박스와 함께 방치된 서류들의 경우 환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병력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수액박스 중 일부는 이미 뜯어진 채로 보관되어 있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등의 위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H병원 관계자는 "5년 전부터 약품보관 창고가 부족해 의약품을 복도에 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복도 벽에 의약품 이름이 적힌 것은 직원들이 편의상 기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면 관할 동래보건소 관계자는 "감독현장에 나갈 인력도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의료법시행규칙에 의거 단속할만한 근거가 없는 게 난처하다"며 "만약 문제점이 발견되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류들이 담겨진 박스 안에서 발견한 처방전. 약국제출용 처방전도 병원 비상구에 함께 보관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환자의 신상명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 정연우

현행 의료법상 단속할 근거 없다?

▲ 지난 8월 9일. 부산 수영구의 한 종합병원을 방문 확인한 결과, 이곳은 동래구 H병원과 달리 의약품들이 약제실 창고에 잘 보관되어 있다
ⓒ 정연우
H병원처럼 의약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종합병원의 경우 입원환자들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만하다. 하지만 실상 현행 의료법 자체에 종합병원 내 의약품 보관장소 규정이 없어, 결과적으로 병원에게 면제부를 준 셈.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시행규칙 제 27조 7호 '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관리자의 준수사항'으로 오염·손상되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은 진열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구체적인 보관 소홀에 대한 처벌은 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의 신상명세 서류도 의료법 시행규칙 제 18조 '진료에 관한 기록의 보존'에 의해 환자명부 5년, 진료기록부 10년의 폐기 시점을 두고 있지만, H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의료보험청구서나 치료비 명세서 등은 그 기한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아 현행 의료법이 사실상 허점이 있는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일선병원 원무과 과장은 "의약분업 후 작은 동네병원들은 입원환자들 외에는 약을 조제할 필요가 없어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관할 보건소조차 인원이 적어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종합병원측이 스스로 제어해야 할 것"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브레이크뉴스> 7월 26일 송고한 기사를 일부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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