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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나는 강원도 영월을 가르며 흐르는 동강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아내의 뱃속에서는 사랑스런 아기가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요. 나는 여행하는 동안에도 태어날 아기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
ⓒ 최한수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동강의 모습은 한 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1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닌 나였지만 동강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동강은 지금까지 내가 맛볼 수 없었던 감동을 선물해 주었고,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내 마음에 살아 있습니다.

동강 앞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을 때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런 동강의 모습을 몇 달 후 태어날 나의 아기가 볼 수 있을까? 나의 아기가 커서 자연의 멋을 알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동강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나는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나의 예측은 맞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동강에는 동강댐 건설이라는 개발 광풍이 불기 시작했고, 동강이 널리 알려지면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개발과 관광은 자연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동강도 그 희생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동강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파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강은 날마다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하는 중환자와도 같습니다.

식물인 나무는 동물과 달리 땅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합니다. 각 나라 각 지역마다 고유한 환경 조건에 따라 독특한 토착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이라도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는 즐겨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우리 민족의 기질과 성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나무는 정겹고, 촌스럽고, 된장 맛이 나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 이름 하나 하나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 있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그 쓰임새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나무들이 환경오염에 밀려, 콘크리트에 밀려 점점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동강이 관광지가 되어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처럼, 우리네 나무들도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우리 곁을 떠난 나무들도 많습니다.

우리의 나무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요? 나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세계의 유명한 학자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에서 그 방법과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미래지향적인 관심만이 미래의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린이 자연교육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린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나무와 친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무와 친구되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세상 모든 것들과 친구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나무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배우게 되고, 자연 속에서 사람과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옛 노래를 듣고 있자면 누구나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왜 노래를 듣게 되면 옛 생각이 나는 것일까요? 우리는 크게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감각은 그냥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정보는 복합적인 상황을 우리의 뇌 한구석에 저장해 놓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많은 정보들이 뇌 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영어단어를 외울 때 일부러 외우려 는 단어는 잘 안 외어져도 자기도 몰래 외우게 되는 단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것이 학습의 첫걸음인 체험입니다. 체험을 통하여 얻은 정보는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체험학습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체험은 평생 동안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체험으로, 기억으로, 사랑으로 어린이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을 것이라 믿습니다.

나무 이야기 - 학교 가는 길에 만난

최한수.권희영 지음, 미네르바(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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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풀, 벌레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그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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