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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도중 눈물을 쏟고 마는 유귀자 어머니
발언 도중 눈물을 쏟고 마는 유귀자 어머니 ⓒ 박준영
가만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오늘(5일) 오후 1시,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은 활짝 웃고 있는 박근혜 대표의 대형사진이 걸린 한나라당사 앞에서 ‘49명의 한총련 정치수배자들의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총련 정치수배 전면 해제와 양심수 석방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규탄 및 항의서한 전달, 박근혜 대표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어머니들에게 한나라당은 굳건히 문을 닫은 채 단 한명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은 한총련 정치수배 완전 해제를 요구하며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은 한총련 정치수배 완전 해제를 요구하며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박준영
“박근혜 대표 만나서 이야기나 좀 해보자구요. 자식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알 수 없어 속이 꺼멓게 타는 어머니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말이야.”
“그래 우리 자식이 빨갱이면 부모도 빨갱이겠네. 그럼 어서 나와서 우릴 잡아가보라고.”
“바르게 사는 우리 자식들은 수배자로 낙인찍어 옴짝달싹 못하고 해놓고 지네 자식은 군대 안보내려고 국적포기하는 니들이 부모 심정이 알기나 해?”
“여기서(한나라당사) 우리가 혀 깨물고 죽어야 우리 심정을 알아줄거야?”

눈물과 함께 울분이 쏟아졌다. 수배 3년에서부터 8년에 이르기까지 수배자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으면 굳게 닫힌 한나라당사를 지키고 선 전경들의 방패 앞에 ‘내가 여기서 죽어야겠다’며 땅바닥에 누운 채 눈물만 흘릴까.

어머니들이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당사출입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이 거부하자 유귀자(김미연씨 모친) 어머니가 땅바닥에 드러눕고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어머니들이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당사출입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이 거부하자 유귀자(김미연씨 모친) 어머니가 땅바닥에 드러눕고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 박준영
49명의 수배자 부모의 심정을 고스란히 안고 한나라당사 앞에 선 수배 3년째인 우대식(경희대학교 03년 총학생회장)씨의 모친 한옥자씨를 비롯해 유귀자(수배 7년째인 김미연씨의 모친), 박세화(수배 3년째인 유영빈씨의 모친), 강효순(수배 3년째인 고인규씨의 모친) 어머님들. 어머니들은 죄라면 한총련 대의원이 된 것뿐이고 자신의 영달보다는 불의에 눈감지 못한 정의감을 가진 것뿐인 자식들에게 수배자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진리와 정의에 귀를 닫은 채 그림처럼 웃고만 있는 박근혜 대표의 대형사진 앞에 터지는 가슴을 쥐어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의 심정일테지만 7년째 귀한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편한 잠자리 한 번 마련해 주지 못한 유귀자 어머니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억울할 뿐이다.

“49명 풀어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까봐 두려워하는데 박근혜씨 우리랑 상담 한 번 하자. 바른대로 말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아이들의 발을 묶어놓고도 마음 편히 잠이 오는지 정정당당하게 토론해보자. 한총련 의장이 평양에 가는 마당에 왜 수배해제를 하면 안된다는 거냐. 국보법이 아무리 개똥법이라지만….”

꾸역꾸역 분을 삭이며 이야기하던 유귀자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한총련 의장이 방북하는 현실이 너무도 기쁘면서도 한총련 수배자들이 49명이나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가슴 졸이고 칼잠을 자야 하는 현실이 어머니의 가슴을 북받치게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한나라당의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맨몸으로 전경들과 싸우고 있다
어머니들이 한나라당의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맨몸으로 전경들과 싸우고 있다 ⓒ 박준영
그러면서 어머니는 “한총련 수배자들의 수배해제는 안된다고 우기는 정치인들의 헷갈리는 국가보안법 적용을 보자면 결국은 국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기네들한테 이롭게 정치를 이용하는게 눈에 다 보인다”며 정치인들의 행태에 혐오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역시 어머니들의 힘은 위대했다. 완강하게 닫힌 한나라당 정문과 그 앞을 지키고 선 이중삼중의 전경들의 방패에 맨몸을 부딪치고 방패 앞에 누워 문을 열어줄 것을 호소하는 어머니들의 눈물과 진심이 한나라당사 문을 열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역시 겨우 두 분의 어머님만 면회를 허용한 한나라당(항의서한 민원실 제출)은 박근혜 대표가 안되면 국회의원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어머니들의 요청에 아무도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거대야당치고는 속이 너무나 좁다.

어머니들은 이번에는 끝장을 보겠다는 결심이다. 검찰들의 선별해제라는 눈속임에 속았던 지난 2003년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자식의 수배가 끝났다고 손을 털 생각도 없다. 수배 5년째 구속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난 박제민씨의 어머니 김성옥씨도 오늘 규탄 기자회견에 열일 제쳐두고 달려왔다. 한총련 수배자들은 모두 내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서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싸우는 어머니들 너머로 환히 웃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보인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서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싸우는 어머니들 너머로 환히 웃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보인다 ⓒ 박준영
“한총련 아이들은 불의가 있으면 구속도 감수하고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싸워. 지금도 마찬가지야. 세월이 흐르면 분명 승리할거야. 하지만 가만있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야. 수배해제도 마찬가지야. 가장 정의롭게 살아온 한총련이 수배로 고통받고 있는데 단 한명이라도 고통받는다면 모두가 싸워야 하는거야.”

천명의 대학생보다 한명의 어머니가 강할 수 있다고 믿는 어머니들이다. 하기에 어머니들은 눈물만 흘리지 않는다. 눈물을 닦고 자식들의 현재와 미래를 옭아맨 국가보안법의 족쇄를 끊어버리기 위해 수배해제에 반대목청을 높이고 있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과의 싸움에서 어머니들의 자리는 언제나 맨 앞줄이다.

“끝까지 희망 잃지 말고, 끝까지 건강 잃지 말고 수배도 투쟁이라는 생각으로 지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 날이 꼭 올 것을 믿자”는 강효순(고인규씨 모친) 어머니의 말씀처럼 어머니들은 한총련 학생들의 정치수배가 완전하게 해제되고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소복투쟁’을 멈추지 않을 결심이다.

한편 지난 7월26일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수배자들은 민주노동당으로 농성장소를 옮기고 오는 8일(월)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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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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