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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의 TV 금연광고.
ⓒ 보건복지부
지난 4월 초부터 방영된 TV 금연광고 <자학>편이 충격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화제를 낳자, 보건복지부는 5일부터 <이별>편 금연 광고를 내보냈다. 사랑하는 연인, 남편, 딸과 죽음이라는 이별 상황을 제시해 금연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 광고에서 시청자들은 검붉은 니코틴 액이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담배의 해악성을 알고는 있지만 '담배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니 상종하지 말라"는 우스개에 나타나듯 담배 끊기란 금연자에게는 최고 난도의 숙제다. 담배를 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에게는 '강제적'인 방법이 최고로 여겨졌다.

담뱃갑 경고 문구를 무섭게 바꾸는 법규를 정비하려는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고, 조만간 군용 담배에 대한 면세제도가 폐지질 것이다.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흡연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흡연율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한 '네거티브'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면, 색다른 곳으로 눈으로 돌려보는 것이 어떨까.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특별한 금연 현장을 소개한다.

이제는 '금연펀드' 시대

각 학교나 관공서, 기업에서 금연 서약서를 만들어 구성원의 사인을 받고 금연을 장려한 것은 오래된 일. 이제는 '금연펀드'가 대세다. 금연펀드는 담배 끊기를 결심한 직원들의 돈을 모아 두고 약속한 기간에 금연에 성공하면 축하금을 배당 받는 것. 일부 자금을 불우이웃을 돕는 등 좋은 일에 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에 근무하는 흡연자의 50%에 가까운 사원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금연펀드에 가입했다. 20만원을 투자해서 금연 성공시 연말에 40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고, 실패하면 투자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환된다. 사원 홍승진씨는 "적은 돈이긴 하지만, 수익률이 100%라 기분이 좋다"며 "끊어야지 생각만 할 때와는 달리, 투자의 개념으로 보게 되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 측에서는 일산화탄소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해서, 세 번 이상 적발되면 실패로 인정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는 중이다.

태평양 등의 기업에서도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상품권이나 축하꽃 등을 배달해 주는 펀드를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에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연펀드도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금연 성공자는 기금을 돌려받고, 실패자의 돈은 성공자의 명의로 심장병어린이 재단 등에 기부됐다. 세 번에 걸쳐 펀드에는 100명 이상이 참여해서 금연으로 선의를 실천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금감원측은 "6개월마다 조성된 펀드로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어 내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1석 3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대부분의 흡연자가 1번 이상 펀드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재는 운용 중단중이다.

회사원 유형진(29·서초구 서초동)씨는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금연펀드라는 것이 없지만 가까운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담배계'를 해 봐야겠다"며 친구들에게 금연펀드 조성 계획을 알렸다. 당위성을 내세워 자신을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금연을 격려하는 방식으로 노력해 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금연하면 부자된다?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태운다고 하면, 한달에 약 6만원의 돈이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1년이면 60~70만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 금연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기업은행에서는 담뱃값에 해당하는 금액(1500원 이상)을 매일 적립하는 적금상품을 팔고 있다. 기본금리는 3.7%(1년 만기)로 금연에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받으면 0.2%의 이자가 덤으로 주어진다. 금연 성공 여부는 만기 때 금연 확인서에 주변사람 5명한테 서명을 받아 확인하게 된다.

이 적금에 가입한 사람은 약 400명, 적립금은 2억원.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매월 10명 정도는 적금에 들고 꾸준히 금연 의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기업은행 이금재 차장은 "금연에 성공하고 적금을 타 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새해에만 반짝 금연에 관심을 갖고 가입하는 사람이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금연을 하면 보험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건강체할인특약' 덕택인데, 이는 '건강한' 사람이 생명보험에 들면 보험료를 깎아 주는 제도다. 이 그런데 건강한 사람으로 판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흡연 여부라고 한다. 비흡연자가 관련 이 특약을 추가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 안팎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었다면 금연 후 1년 정도가 지나면 검사를 받고 할인받는 것이 가능하다.

"금연 향해 달려 달려"

▲ 금연열차에 그려져 있는 늙어버린 피터팬.
ⓒ 보건복지부
지하철 6호선에는 아주 특별한 문화열차가 달리고 있다. 금연운동을 테마로 한 캠페인성 열차로 'No Smoking Land'라는 테마로 꾸며졌다. 늙어 버린 피터팬과 담배 냄새 탓에 키스를 거부하는 백설공주 그림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읽어낼 수 있다.

지하철 공덕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승호(26, 마포구 상암동)씨는 "이 열차를 몇 번 타봤는데 탈 때마다 금연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아직 실천하지는 못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금연 표시나 공익광고보다는 펀(fun)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는 8월 30일까지 하루 열차례 운영되며, 열차운행 시간은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www.smrt.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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