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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양이와 쥐가 쓰레기봉지를 좋아하는 건 안에 수상한 무엇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고양이와 쥐가 쓰레기봉지를 좋아하는 건 안에 수상한 무엇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김규환
장마가 끝났는가 싶더니 며칠 간 불볕더위가 지속되다가 휴가철 때 이른 폭우로 곳곳이 물난리가 났다. 도시사람들이 휴가철마다 아름다운 산하에 음식물과 과자봉지, 병을 쑤셔 넣는 몰지각한 행동이 다소 개선이 되었다.

올 해 불법투기가 많지 않았던 건 쉬지 않고 내리는 비가 한 몫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래 머물 수 없도록 하루 걸러 비가 오니 그만큼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 상대적으로 오물이 줄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락가락 쉬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더위가 다소 꺾였다. 한편, 일찍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집집마다 내다버린 쓰레기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반 주택가는 따로 버릴 마땅한 장소가 없어 일반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집 앞에 내다 놓는다.

안암동 어린이집 가는 길에 여전히 불법투기가 자행되고 있다.
안암동 어린이집 가는 길에 여전히 불법투기가 자행되고 있다. ⓒ 김규환
문제는 대충 묶어서 그대로 내놓는 까닭에 밤새 비가 오면 물이 새들어가게 된다. 쓰레기는 물과 뒤섞여 잔뜩 물을 머금고 있다. 이렇다보니 청소부 아저씨들은 여름철에는 봄과 가을 건조한 날씨 때보다 거의 2배 가까운 무게를 들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또한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다량 배출되는 결과로 직결된다.

해결책은 없을까? 여러 궁리를 한 끝에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 놓으면 된다. 둘째, 쓰레기를 내올 때 작은 비닐을 맨 위에 올려놓고 묶으면 빗물이 새 들어갈 염려가 없다.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적당히 줄여서 단단히 묶어서 버리면 문제될 게 없다.

잠깐 작은 노력으로 넘어지지 않게 세워 둔다면 청소부 어깨가 빠지는 일도 없다. 나아가 젖은 쓰레기가 타면서 내뿜는 매연 등 대기오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별 큰 손이 가지 않은 배려가 이웃을 편하게 하고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을 지키는 지름길이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보고 싶다.

작년엔 이렇게 난장판이었으나 음식물쓰레기통에 담아낸 다음부턴 조금 개선이 된듯 하다.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아직도 얌체족은 있다고 한다.
작년엔 이렇게 난장판이었으나 음식물쓰레기통에 담아낸 다음부턴 조금 개선이 된듯 하다.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아직도 얌체족은 있다고 한다. ⓒ 김규환
덧붙여 쓰레기 봉지도 일회용이 아닌 재활용이 되도록 기존 정책을 재고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새 시장이나 가게에서 비닐봉지를 대폭 줄여나간 성공 사례에서 보듯 장바구니처럼 튼튼하게 만들어 되돌려 주면 좋을 텐데. 종량제보다 쓰레기 생산이력을 알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는 게 근본적인 방법 아닐까?

시민들에겐 쓰레기를 줄이면 그만큼 봉지 값도 줄여 이득이고 수거에 드는 비용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전사회적으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길이니 지금쯤 마땅히 검토해봄직한 대안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빼고 약간 말려서 내놓으면 양이 무척 줄어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기에 감히 제안을 하는 것이다.

다른 집 앞에 쓰레기를 두니 서로 치우지 않는다. 범인을 잡으려고 안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른 집 앞에 쓰레기를 두니 서로 치우지 않는다. 범인을 잡으려고 안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김규환

보문천에 둥둥 떠가는 우리 양심 덩어리.
보문천에 둥둥 떠가는 우리 양심 덩어리. ⓒ 김규환


환경미화원 허자복씨가 말하는 우리들 현주소

기사를 거의 다 작성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했다.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걸 보니 쓰레기 수거를 하시는 아저씨가 지나가는 모양이다. 잠깐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갔다. 슬리퍼를 신고서 어젯밤 10시 정각 100여 미터를 뛰어가니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깜짝 인터뷰를 시작했다.

- 아 잠깐만요. 한 가지 여쭐 게 있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왜요?"

- 다름이 아니자 전 기잔데요 수고하십니다. 힘드시죠?
"뭘요. 맨날 하는 일인데요 뭘…."

- 여름철엔 쓰레기 봉지가 꽤 무겁겠네요.
"말이 아닙니다. 이거 한번 들어보세요. 가볍잖아요? 근데 이게 물을 먹으면 20kg이 80kg 나가는 것 같아요. 정말 죽을 맛이에요."

- 가벼워서 그냥 던져서 올리기도 쉽겠네요. 그러면 이걸 뒤집어 내놓으면 어떨까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근데 비 올 때도 그냥 밤새 놔두거나 몇 시간씩 놔두면 물이 차서 엄청 부풀어 있어요. 조금만 신경써주면 좋겠어요."

- 아이구 보통이 아니군요.
"그뿐인 줄 아십니까. 음식물 쓰레기는 가관이에요. 얼마 전부터 일반쓰레기에 음식물이 들어 있으면 수거하지 않으니까 맨 아래에 일반쓰레기-몇 겹으로 싼 수박껍질-일반쓰레기 이런 식으로 내 놓습니다. 이런 건 우리가 가져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쩐 줄 아세요. 다음 날이고 며칠 지나도 분리하지 않습니다. '왜 가져가지 않느냐?'고 오히려 항의를 합니다. 그 땐 '거기 음식물 들었잖아요'하면 쑥스러워서 그냥 들어갑니다. 저 아래 빌라는 음식물이 썩어서 방치된 지 몇 달이 지났다니까요."

- 누구라도 치우면 되지 않을까요?
"그 빌라엔 아무도 최소한 양심도 없고 코도 달리지 않았나 봅니다. 비 오면 그걸 꺼내놓고 마구 흘려보내고는 멈추면 다시 들여다 놓는답니다. 그건 그렇고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면요, 이런 사람도 있어요. 젊은 아주머니들 말이에요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3~4층 위에서 '아저씨!'하고 부르고 나서는 여기 짐칸에다 던져버려요. 나이 드신 분들이야 다리가 아파서 그런다고 이해하지만 참 너무 한다 싶어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와 할머니 몇 분은 음식물도 물기를 다 빼든가 꽁꽁 얼려서 부피를 줄여주는 분도 있으니까 그렇지 젊은 아주머니 몇 분을 보고는 이 짓 못합니다."

- 그러다 머리라도 맞으면 어떡하죠?
"그것보다도 봉지가 터져보세요. 할말이 없다니까요."

- 어느 철이 제일 힘든가요?
"여름이 제일 힘들어요. 비에 젖은 것에다가 냄새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묶어놓지도 않고 놔두니까 음식물쓰레기 들어 올리다보면 팔뚝에 묻거든요. 인분보다 더 독해서 피부병이 말이 아닙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쉴 생각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셨다. 올해 쉰 살이며 자신은 허자복씨라고 순순히 이름을 이야기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더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럼, 아저씨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같이 가져가십니까?
"다 가져가지요. 가져가서 공원 옆에서 다시 다 분리해야 합니다."

- 쓰레기는 좀 줄어들어가나요?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 더 줄여야 합니다. 낭비가 심해요. 이 동네에서도 쌀을 반 가마 이상 버리는 것도 봤어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니깐요. 제가 그걸 가져다 먹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어요. 겨울철인데 기저귀를 한 80장 정도 물에 담가 얼려서 차곡차곡 쌓아서 넣었습니다. 봉지 값 아끼려고 그러는 거지요. 꽁꽁 얼어버리면 얼마나 무겁겠습니까. 들 수가 없다니까요. 절약도 절약이지만 물까지 먹여서 버리면 됩니까?"

-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요?
"모르겠어요. 여기 안암동은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노하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가는 그에게 미안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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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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