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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역에서 총신대 정문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단 7분!
남성역에서 총신대 정문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단 7분! ⓒ 양중모
총신대 앞에서 총신대 입구까지 가는 버스는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마을 버스라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반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정류장 하차까지 걸린 시간은 역시 7분이었다. 그러나 대기시간 10~12분을 더하면 최소 17분이 걸리는 셈이었다. 또한 차가 막히는 경우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

그런데, 총신대 입구역에 내리는 순간, 난 두 눈을 비벼보아야만 했다. 지금껏 총신대 입구(이수)역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줄만 알았던 역이 7호선 출입구 쪽은 이수역, 4호선 출입구쪽은 총신대 입구(이수)역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희한한 상황을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벌써 2001년도부터 시끄러웠던 문제지만 군입대를 앞두었던 내게 그런 뉴스들이 눈에 보였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게다가 국민일보 01년도 1월 27일자에는 '그동안 명칭문제로 많은 논란을 빚어온 지하철 '총신대입구(이수)'와 '이수'의 역명이 총신대입구(이수)로 통일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4, 7호선이 각각 다른 역명을 가지고 있었다.

환승역이 아닌 가까운 역인것만 같다
환승역이 아닌 가까운 역인것만 같다 ⓒ 양중모
뿐만 아니라 안내도에도 4호선은 총신대입구, 7호선은 이수로만 표기되어 있어 처음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환승이 되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 아리송하게 만들어 놓았다.

전철역이 계속 늘어 역명을 알기 쉽게 해도 모자랄 판에 이미 4년도 지난 역명을 이렇게 방치하나 싶어 지하철공사 측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지하철공사 측 관계자는 '당시에 총신대 측에서 집단 민원도 들어오는 등 그게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책임을 총신대 측에 떠넘겼다.

'안봐도 비디오'라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지만, 그래도 한 번 총신대 측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그런 면이 있다는 건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 역명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결코 쉽게 뺏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총신대 관계자도 '우리도 많이 노력했는데, 지하철쪽에서 이상하게 일처리를 했다'며 일이 그렇게 된 데 더 큰 책임을 지하철 쪽으로 돌렸다.

환승역이지만, 7호선과 4호선 역명이 다르다.
환승역이지만, 7호선과 4호선 역명이 다르다. ⓒ 양중모
서울대도 서울대 입구에서 걸어가면 한참 걸리지 않냐, 게다가 4년도 지난 일인데 뭘 그렇게 신경쓰냐고 묻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신경 쓰인다고 대답하겠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로서 적어도 지하철이 한두 개 정도는 더 생길 것이고, 그 때마다 이와 비슷한 분쟁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울대 입구에서 서울대까지는 한참 걸린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사실 그건 서울대 입구뿐 아니라 타 대학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학교 홍보에 전철역명만큼 확실하고 매력적인 요소가 또 어디 있겠는가.

결국 가깝지도 않은 학교와 전철역명을 붙여놓은 현 상황에서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하나둘 새로 생기면 총신대와 비슷한 분쟁은 분명히 재현될 것이다.

그 때마다 기존 노선은 대학교 역명을, 새로운 노선은 새로운 역명을 갖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미 4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7호선은 이수역으로, 4호선은 총신대 입구(이수)역으로 있는 요상한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게다가 요사이 새로 생겨나는 경전철역명을 가지고도 또 다시 대학교끼리 서로 차치하려 싸움이 붙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총신대 사례를 거울삼아 애초부터 대학교보다 지역명을 우선시해 이름을 짓는 현명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제 모교는 길음역 근처에 있었습니다. 한동안 국민대, 고려병설보건대, 서경대 등 서로 길음역을 대학교역명으로 바꾸려 했으나 서로가 견제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경전철이 통과한다고 하니 또 그럴 조짐이 보인답니다. 전철역명으로 대학교 홍보하는 것이 이제는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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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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