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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학교 첫째 날 (5월 10일)

▲ 집주인이 되실 분들
ⓒ 장승현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은 공주 의당면 유계리 안구굴미라는 동네였다. 집주인이 43세 농부로 아내와 아들 딸 둘과 함께 사는 농촌의 젊은 부부였다. 10여 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귀향한 부부는 10년만에 자리를 잡고 집을 지을 구상을 하게 되었다. 현재 농사는 복합 농으로 버섯농사를 꽤 많이 짓고 밤나무도 2만 평이나 심어 시골에서도 탄탄한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가정이었다.

집주인이 여러 형태의 건축 양식을 고민하다가 목조주택을 채택하게 된 건 아는 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에 돈이 없어 조립식 주택을 지을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꿈도 꿔보지 못했던 목조주택을 짓게 된 이유는 아는 사람의 정확한 정보를 중심으로 목조주택을 구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목조주택이 가장 비싸고 일반 서민들이 지을 수 없는 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목조주택이 그리 생각보다 비싼 집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무료로 시작한 목조주택 학교는 몇 가지 취지가 있었다.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목조주택에 대한 정보와 목조주택 집짓기를 직접 해봄으로써 자기 집 짓는 과정에 도움이 되게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목조주택 기술을 습득해 수강생들 간 품앗이를 해 서로 집짓기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더 나아가 정말 이번 기회에 직업으로서 목조주택 짓는 기술을 배워 목수의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한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 직각재기
ⓒ 장승현

목조주택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도면을 가지고 기초 위에다 집을 올리기 위한 터 잡기이다. 이미 기초공사를 할 때 가상으로 평면도를 옮겨 놓았지만, 이제는 기초공사가 끝난 바닥 위에 도면을 그대로 옮겨놓는 작업을 할 단계이다. 이때 건물의 각을 잡는 공법이 피타고라스 공법이라고 학교 다닐 때 배운 직각 삼각형의 원리이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이집트 사람들은 BC 2300년 전부터 3:4:5의 길이를 이용하여 직각을 만들었다.

삼각형의 한쪽 면이 3m이고 다른 면이 4m이면 또 다른 면이 5m가 되면 이 삼각형은 직각이 된다. 먹줄을 튕길 때 가내 잡는다고 하는데 직각은 현장에서는 흔히 쓰기 편하게 3:4:5를 이용하여 직각을 만들어 쓴다.

▲ 방부목 깔기
ⓒ 장승현

기초공사에서 박아놓은 앵커볼트를 밑에 실실러(Sill sealer)라고 습기 차단하는 걸 깔고 방부목을 앵커에 구멍을 내어 박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외벽에서 사이딩을 붙일 걸 예상하고 3cm 정도 안으로 들어가서 먹줄을 튕긴다. 합판(11.1mm)과 사이딩(20mm)의 두께를 감안한 것이다.

▲ 벽체 기둥 자르기
ⓒ 장승현

먼저 프레임은 창틀 개구부를 표시하고 창문 개구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프레임 벽체 구조목을 자를 때는 OSB 합판 길이가 2440mm이니까 밑에 방부목, 위 프레임 위 이중도리까지 합하면 투바이 퍼 두께 38mm 곱하기 4를 빼면 기둥의 길이가 나온다. 그러니까 2440mm 빼기 152mm를 하면 총 길이가 2288mm가 되는 것이다. 2288mm 기둥을 여러 개 잘라놓고 12자되는 투바이 퍼를 가지고 상단과 하단을 16인치 간격으로 표시한다.

프레임은 인치자를 쓰는 게 편하다. 왜냐하면 목조주택 자재 자체가 인치로 되어 있으니까 인치자로 표시하는 게 정석이다. 인슐레이션(단열재)도 16인치로 되어 있고 구조목도 거의 피트(FT) 단위로 되어 있다. 스터드 간격이 16인치, 32인치, 48인치까지 나가면 48인치되는 곳이 합판이 만나는 지점이 된다.

▲ 벽체 프레임 짜기
ⓒ 장승현

프레임은 먼저 바닥에서 창문이 들어갈 자리를 표시하고 세로는 나중에 하더라도 가로는 먼저 창문이 들어갈 자리는 미리 빼놓는다. 인방을 설치할 걸 생각하면 양쪽에 투바이 두께 하나씩을 떼어놓고 그리고 창문이 들어갈 여유 10mm 정도 띄어 놓는다. 만약에 샤시틀이 먼저 만들어 지면 틀을 직접 박아놓고 수평을 맞추고 그 다음에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창문 개구부에서 10mm 정도 떼어놓는 게 나중에 나무가 수축되거나 신축 작용을 하더라도 창문에 하중이 받지 않는다.

▲ 벽체 프레임 세우기
ⓒ 장승현

수직추는 요즘 새로 나온 신식이 좋다. 그 전에 쓰던 수직추는 수직을 보기도 힘들지만 요즘에 나오는 수직추는 나무에 박아놓고 혼자도 얼마든지 수직을 볼 수 있다. 먼저 수직추를 보고 위 본체가 있는 곳 간격이 5cm면 밑에 추가 달려 있는 곳이 같이 5cm가 되면 그 벽체는 수직이 되는 것이다. 그 수직을 보고 난 다음에 사진처럼 가새를 대어놓으면 그 벽체는 수직이 잡힌 채 고정되는 것이다.

▲ 수직추 보기1
ⓒ 장승현

▲ 수직추 보기2
ⓒ 장승현

그 가새는 안쪽에다 대고, 바깥쪽 OSB 합판을 박은 뒤 가새를 떼어내면 된다. 수직을 볼 때 중요한 점은 막대 수평자는 될 수 있으면 사용 안하는 게 좋다. 막대 수평 자체도 잘 안 맞지만 나무가 휜 게 많아 막대 수평으로는 오차 범위가 너무 많다. 이번 수강생들은 의외로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저마다 못 주머니를 차고 일을 시작하는데 이건 예전에 목수 일을 해본 것처럼 잘 해나갔다. 엑스반도를 차고, 폼은 거의 목수, 카펜터서가 되어 남들이 보면 거의 목수로 알 정도였다. 주인도 수강생들이 집을 짓는다는 게 전혀 불안감이 없어 보이고, 제가 일을 역할 분담하는데도 수강생들이 모두 소화를 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목조건축학교 연재를 마음 먹고, 올린 글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문의하실 내용은 제 메일 startjsm@hanmail.net 이나 홈페이지 http://www.moksune.com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전원주택 전문잡지 월간 '전원속의 내 집'에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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