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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평양의 대동강변에 위치한 고려호텔 회견장. 이곳은 남북정상회담 때 기자들의 숙소와 프레스센터가 설치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 이 장소에 북한의 기자들뿐만 아니라, 남한과 서방의 외신 기자들까지 몰려 있었다.

기자들은 모두 긴장한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간간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신경을 바짝 쏟은 채 단상을 주목하고 있었다. 북한이 이렇게 남한과 서방의 기자들을 불러모아 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북한이 무슨 중대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하며 바짝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몇몇은 노트북을 미리 펼쳐두고 기자회견 내용을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기자회견장 단상에 회색 양복을 입은 두 사내가 조그만 종이 상자를 들고 나왔다. 그들은 그 상자를 테이블에 놓아두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아졌다. 단상에 선 한 사내가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어 놓았다. 잠시 그것을 지켜보던 기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기자회견장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상자 안에서 꺼낸 것은 놀랍게도 갑골 문자였다. 오랜 세월을 통해 색이 바랜 그것에는 희미하게나마 문자로 보이는 흔적이 분명히 보였다. 한 학자가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자신을 김일성 대학의 역사학 교수라고 소개한 반백의 그 학자가 기자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갑골문자는 1899년 은나라의 옛 왕도 자리인 은허(殷墟)에서 발견된 것이 최초입니다. 갑골에 쓰여진 내용은 복점(卜占)에 관한 것이므로, 이것을 '은허복사(殷墟卜辭)' 또는 간단히 '복사'라고도 합니다. 귀갑이나 짐승의 뼈를 사용한 복점은 신석기시대부터 행해졌지만, 여기에 문자를 새긴 것은 은나라시대만의 특색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갑골문자야 말로 동방문명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방문자, 곧 한문은 이 갑골문자로부터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여태 이 갑골문자는 중국의 은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 우리 민족의 원류인 배달국이 세운 피라미드에서 은허의 갑골문 보다 훨씬 오래된 갑골문자를 발굴했습니다. 지금 보시고 계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게 있던 피라미드 지역은 예전 동이족이 살던 곳입니다. 물론 동이족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우리 민족의 조상인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한자는 우리 민족의 조상들이 맨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기자회견장이 다시 한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회견내용을 부지런히 노트북에 담았고, 몇몇 기자들은 흥분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든 채 회견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자도 있었다.

"이 갑골문자를 발견한 곳은 바로 만주 지방의 무순입니다. 이곳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필적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이 피라미드를 엄폐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공안을 두어 일반인의 출입을 일체 막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북남의 학자들은 같은 민족의 이름으로 중국측에 정중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 피라미드를 세계 학자들에게 개방하여 이 실체를 함께 밝혀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화룡정점(畵龍點睛)'을 위해 긴 공백기를 가졌던 것이 오히려 '뱀의 꼬리'가 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끝까지 <녹색피라미드>를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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