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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삼성 X 파일’ 공개로, 97년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로비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28일 공식적인 해명 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특히 삼성은 지난 96년과 97년 당시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기아차에 대한 대출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일부 언론의 ‘기아차 인수 음모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삼성의 기아차 인수 시도 과정에서의 정부와 정치권 등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이날 오전 ‘기아차 부도 관련 언론 보도 해명’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자금 회수로 기아차 부도를 촉발시켰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이례적인 금융사 대출 내용 공개 "부도때 100억 더 대출"

삼성이 제시한 근거는 지난 96년과 97년 삼성 금융계열사의 기아차 대출규모. 삼성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이 지난 96년말 기준으로 기아차에 대출해준 돈은 모두 2022억원이다.

97년 10월 기아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때, 이들 두 삼성금융사가 기아차에 빌려준 돈은 1865억원으로, 96년 말보다 156억원 감소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이 줄어든 것은 삼성카드가 기아차로부터 257억원을 상환받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돈도 일반 개인들이 자동차를 사면서 계약했던 할부 금액이기 때문에 기아차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어 “오히려 생명쪽이 기아차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100억원을 추가로 빌려줬다”면서 “삼성 계열사가 기아차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쪽에서 지난 97년 기아차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대출 내용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8년여의 시간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금융회사가 대출 내역 등 자사 고객의 금융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 왜 대출 내용 공개하면서까지 해명에 나섰나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과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의 빌딩이 밀집한 지역.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과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의 빌딩이 밀집한 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삼성이 이처럼 기아차 대출 내역까지 공개하면서 ‘기아차 인수 음모론’을 반박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버린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는 달리, 기아자동차 인수 시도 과정에서의 금품 전달과 수수 의혹 부분은 여전히 공소시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인수 조건으로 5000만원 이상을 제공했다면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 특가법상 공소시효는 10년. 참여연대가 지난 25일 X파일을 두고,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전직 경제부총리 등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도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담은 공식 자료를 낸 이후, 언론보도를 두고 해명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이번 해명자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기아차 인수 로비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특히 97년 초 삼성의 기아차 인수 내부 보고서 파문과 맞물려 제2금융권에서 기아차에 대한 자금을 집중적으로 회수한 것도 의문이다.

당시 기아차의 대출자금을 가장 많이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H 종합금융의 경우 지난 95년까지 삼성계열사로 있다가 계열분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해명 불구하고, 정치권 로비 의혹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이와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기아차 인수 시도를 위한 대가성 금품 제공 의혹은 여전하다.

안기부 문건 녹취록에서, 자금난을 겪던 지난 97년 4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이 만나 강경식 경제부총리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금품 제공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홍 사장이 “부총리에게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 실장은 3~5개(3000만~5000만원)정도를 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강 부총리는 94년 삼성차 부산공장 유치에 앞장선 ‘친 삼성맨’으로 불려왔다.

또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기아차 인수 지원 발언 등도 규명돼야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최근에 일부 후보 발언이 뒤집히는 등 불법으로 작성된 테이프나 녹취록 자체에 대한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 아니냐”면서 “그런 문건을 가지고 마치 기아차 부도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아차 부도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의 석연치 않은 법정관리 처리나, 삼성과 연관돼 있는 일부 금융사들의 자금 회수 의혹, 기아차 인수를 위한 삼성 내부의 보고서 파문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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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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