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북쪽에 전력을 보내겠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표는 아직 최종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협상안의 성격이다. 북쪽이 6자회담에 응해 오고 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연간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북쪽 전력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이고 중대한 제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중대한 제안이라고 해도 그것은 상대의 반응과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협상안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런 협상안을 제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상대를 움직여야 할 무겁고도 긴급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내놓은 국민여론 조사 결과들도 역시 찬성 쪽이 우세하다.

대북송전에 국민 다수가 찬성, 보수언론은 반대

국민들이 정부의 그런 결정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동반번영의 길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대북송전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부 보수언론은 다수 국민여론과 동떨어지는 반대논조를 1면 머리기사나 사설로 전파시키고 있다.

만일 대북송전 방안에 국민저항이 커서 협상하기 위해 제안한 것을 거둬들여야 할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정부의 대북 협상력과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정동영-김정일 면담으로 모처럼 남북대화 축에 실린 무게가 거품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결과를 노리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생각을 분석해 보면 하나는 이 정부와 정동영 장관을 추락시키려는 정략적 반대이거나, 다른 하나는 이른바 '퍼주기 반대'를 포함한 반북 입장이다.

전력소비 많은 시간에 수도권만 예비율 떨어져

그렇다고 해서 대북송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매도할 생각은 없다. 대북송전을 단행할 경우 우리의 전력 사정에 차질이 생긴다거나 과도한 비용문제가 뒤따른다는 견해가 어느 정도 객관적 근거를 갖는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력은 산업계와 일반 가정의 수요가 항상 똑같지 않고 높낮이가 있기 때문에 적정 예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 중에서도 낮과 밤, 그리고 일년 중 계절에 따라 전력의 사용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전력 수준을 항상 충분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장과 일반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심야에는 일정한 발전량에 비해 소비전력은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발전량과 예비전력 비율은 소비전력이 가장 많은 한낮에 맞추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전력 예비율의 개념으로 볼 때 우리 전력은 현재의 소비량에 비해 여유가 있지만 대북송전을 할 경우엔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것도 전국의 전력 예비율은 대북송전을 해도 20% 안팎이어서 문제가 없다. 다만 대북송전에 많이 활용해야 할 수도권 전력이 6~7%대로 떨어져서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논리를 갖고서 대북송전에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도 옹색하고 명분 없는 일이다. 전국의 전력 예비율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만 문제라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지방에 위치한 발전소를 옮기는 것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또 한편 그렇게 새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이전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북쪽에 약속한 2008년 전력공급은 어렵다는 지적도 한다. 어쨌거나 대북송전 제의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나는 그런 대북송전 반대론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꼭 남는 것만 북쪽에 선물할 수 있는가. 우리가 절약하고 모아서 보내면 안 되는가.

불편과 희생 감수하지 않은 채 분단 극복 없다

전력 예비율이 충분치 않다면 취약 시간의 전기사용을 절약하자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 3~5년간만 전기를 좀 덜 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정도의 동포애와 희생도 감수하지 않은 채 어떻게 분단 극복을 이루어 낼 수 있겠는가. 나는 대북송전이야말로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함께 사실상의 통일 상태로 가는 또 하나의 쾌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 김재홍 의원
조그마한 불편이나 비용을 이유로 그런 과업에 반대하는 것은 분단체제의 지식인이나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부디 통일독일 이전에 서독의 지식인들이 취했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좀 안다고 해서 전력 예비율 운운하면서 대북송전을 반대하는 것은 지식인이나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북한에 전력을 보내주기 위해 전기 절약운동에 나서자.

덧붙이는 글 | 김재홍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지난 6.15 평양행사 때 민족가극 '금강'의 방송추진위원장을 맡아 방북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