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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은빛모래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은빛모래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 서종규

자정을 넘기고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파도 소리는 계속 창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삼십리 은빛모래에 찍힌 발자국이 뒤따릅니다. 물 속에서 물장구를 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도 파도 위에서 출렁거립니다. 넘실넘실 파도 위를 나는 갈매기들이 내게 날아옵니다.

은빛모래 가득한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왼쪽 모습
은빛모래 가득한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왼쪽 모습 ⓒ 서종규

고요를 타고 흐르던 파도 소리가 더 깊어집니다. 은빛모래 위에 설치한 간이 축구 골대를 놓고 열심히 축구를 하던 청소년들의 즐거운 비명, 모래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의 속삭임, 바다와 하늘을 오가며 비행하는 고추잠자리, 하늘하늘 바람 따라 하얀 춤을 추며 손짓하는 삘기꽃의 하얀 솜털이 파도 소리를 타고 날립니다.

아침의 장엄함이 물속에서 일렁이는 일출
아침의 장엄함이 물속에서 일렁이는 일출 ⓒ 서종규

아뿔싸, 새벽잠에 취했나 봅니다. 6시 20분에 부랴부랴 일어나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해는 이미 바다 위에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잔잔해진 물결에 번쩍이는 햇살들이 나뭇잎 날리듯 출렁거립니다. 구름들 사이를 넘나들던 해님이 잠시 고개를 내민 순간 장엄한 빛바다의 축제로 바뀝니다.

아침의 고요에 고개를 내민 게들이 다가왔다가 달아납니다. 은빛모래 위에는 온통 게들이 토해놓은 모래알들이 흩어져 있고, 구멍과 구멍을 넘나들며 숨바꼭질하는 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였다 헤어집니다. 은빛모래에서 꿈틀대는 게들의 향연이 고요한 아침의 생명력입니다.

은빛모래 언덕으로 올라가는 게
은빛모래 언덕으로 올라가는 게 ⓒ 서종규

무슨 양식을 위해서인지 바다 가운데 박아 놓은 말뚝들 하나하나에는 갈매기 한 마리 한 마리씩 앉아 있었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엄숙함이 태양을 맞는 갈매기들의 날개에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전에 훌쩍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차마 가까이 가지도 못했습니다.

7월 9일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전 내내 장대비를 쏟았습니다. 오후 2시에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최하는 참교육 실천 연수를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있는 청소년수련원으로 떠나려고 모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불참했습니다. 결국 2시30분이 되어서 70여명이 출발하였습니다.

임자도에는 전국의 새우젓의 60%를 생산한다는데 송어젓, 황석어젓도 유명하다.(송어젓)
임자도에는 전국의 새우젓의 60%를 생산한다는데 송어젓, 황석어젓도 유명하다.(송어젓) ⓒ 서종규

전남 신안군 임자도는 전국의 새우젓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임자도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들을 전장포구에서 젓으로 담가 전국 새우젓 생산량의 약 60%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물론 황석어젓도 생산되고, 송어젓도 생산됩니다. 주 생활방식은 어업이고, 논농사도 짓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쪽파를 많이 심고, 겨울에는 대파를 심어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임자도에는 대광해수욕장이 유명합니다. 대광해수욕장은 12km에 달하는 은빛모래가 일품입니다. 모래 또한 곱기가 밀가루 같아 발에 밟히는 촉감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바닥도 아주 편편한데다가 그 깊이도 얕아 썰물이 되면 물이 약 1km 가까이 빠져 환상의 백사장이 펼쳐집니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은빛모래의 장관 오른쪽 모습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의 은빛모래의 장관 오른쪽 모습 ⓒ 서종규

오후 5시 경에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에 있는 신안군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어놓을 생각도 잃고 은빛이 손짓하는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부모와 같이 온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고, 어떤 아이들은 벌써 가지고 온 장난감들을 쏟아 놓으며 모래와 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삽이며 괭이며 포크레인들을 가지고 성을 쌓고 연못을 팝니다. 우리들도 물가에서 파도를 밟으며 들뜬 마음을 물결 위에 띄웠습니다. 너무나 곱디고운 모래를 밟는 발걸음이 아쉬워 사뿐사뿐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은빛모래 위에서는 청소년들이 웃통을 벗어 던진 채 축구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목포 모 고등학교 학생들 약 100여명이 수련원에 입소하여 수련 중이었지요. 그런데 수련보다는 축구가 더 좋았나 봅니다. 한참 후 축구를 마친 청소년들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 물장구치는 모습이 어두워 가는 바닷가에 출렁거렸습니다.

해수욕장은 역시 아이들의 물장구가 있어야 제멋
해수욕장은 역시 아이들의 물장구가 있어야 제멋 ⓒ 서종규

은빛모래 저 쪽에는 또 다른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힘찬 날갯짓의 하루를 마감하는 갈매기 떼의 회의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썰물 되어 나가는 은빛모래와 바닷물 경계에 가지런히 줄지어 앉아 있는 갈매기 떼들이 밤을 맞는 의식을 치르고 있나 봅니다. 방해가 될까봐 조심조심 다가서면 어느덧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르던 갈매기들은 저 만큼에서 다시 모여들곤 하였습니다.

날아 오르는 갈매기 떼
날아 오르는 갈매기 떼 ⓒ 서종규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지만 밤을 맞는 은빛모래와 바다는 성스러웠습니다. 은빛모래 위에 구멍을 파내고 꿈틀대기 시작하는 게들의 행진이 가득하고, 가끔 물위까지 뛰어 오르는 고기들의 즐거움에 내 마음도 뛰어 올랐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유난히 낮게 날며 내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바다는 질투를 느꼈는지 파도가 발등까지 밀려옵니다.

밤을 맞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갈매기 떼
밤을 맞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갈매기 떼 ⓒ 서종규

밤에 참교육 실천을 위한 교육을 받았고, 토론도 벌였습니다. 10일 오전에는 수련회에서 실시하는 서바이벌게임에 참여하고, 앞에 있는 무인도까지 체험하는 리프팅에도 참여했습니다. 학생들보다 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조교들의 핀잔에도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 유명한 피티체조에서 마지막 구호는 한 명도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하는데 한 번도 통일시켜서 침묵하지 못했습니다. 꼭 한 두 명은 아주 큰 소리로 마지막 구호를 외쳤던 것입니다.

무인도인 앞 섬에는 신기하게도 갯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리프팅의 힘찬 노젖는 싸움에 지쳐있던 일행들은 모두 갯벌에 들어갔습니다. 시커먼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넘어뜨리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모두 머리며 얼굴이며 팔이며 다리, 온 몸에 가득 갯벌에 빠져 흑인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개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어떤 이들은 같이 간 자녀에게 잡아주려고 게와의 싸움에서 몇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한 마리 잡아 천하를 울리는 '심봤다'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처음 광주를 출발할 때 그쳤던 비가 광주에 도착하자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그 은빛모래의 바다는 또 그대로 밤을 맞고 아침을 맞을 것입니다. 갈매기들은 또 물가에 모여 회의를 할 것이고 게들은 구멍을 파내고 서로 분주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파도는 나의 잠자리까지 찾아와 계속 소리 내어 출렁일 것입니다.

저녁은 우리에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녁은 우리에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가는 길>
전라남도 무안읍 입구에서 망운 공항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곳을 지나 지도까지 약 30분간 계속가면 점암이라는 선착장이 나옵니다. 지도는 원래 섬인데 일찍이 연육교가 놓여져서 섬이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은 섬입니다.  점암에서 임자도 가는 배는 농협에서 직접 운항하는 300톤급 철부선으로 한 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데 오전에선 매시 정시에 출발하고 오후에는 매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사람은 약 245명이 탈 수 있으며, 승용차는 35대까지 태울 수 있습니다. 승선료는 편도 일반이 900원이고 중,고생은 800원, 초등학생은 400원이고, 승용차는 14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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