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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에서 형산강 상류로 약간만 거슬러 올라가면, 강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강과 어우러진 '강태공'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강태공만큼은 못해도 구경꾼이 이곳에서 얻는 재미도 수월찮게 있다. 수면위로 불끈 솟구치는 숭어를 볼 수 있으며 가끔은 왜가리와 백로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제법 큰 아카시아 나무에 새가 둥지를 튼 것이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새는 ‘짹짹’ 경고음을 내며 주변을 두어 차례 선회한다. 새(황조롱이로 추정)는 산란기를 맞은 듯, 이방인의 출현을 무척 경계했다. 새 촬영은 자연스레 멈추고 생명의 신비함을 맘에 담으며 그 곳을 떠났다.
형산강 하구에서 ‘훌치기’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요즘은 무슨 고기가 올라와요?”
“여러 놈들이 잡히지. 전어가 잡히고 몬치도 많이 올라오지”
“몬치가 어떤 고기죠?”
“숭어새끼를 몬치라 부르지”
한 시간 동안에 겨우 대여섯 마리를 낚았다는 할아버지는 어제는 50마리를 잡았다고 은근히 자랑하신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또 낚싯줄을 던지고 잡아당기길 반복하신다. 훌치기낚시는 미끼를 달지 않고 낚싯줄을 강에 던진 후 줄을 당김으로써 물속을 지나는 물고기 몸을 거는 방식이다. 그래서 다른 낚시보다 몸을 많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은 방식이다.
“할아버지, 젊은이들도 힘든데 좀 쉬어가며 하시죠?”
“자넨 내가 몇 살로 보이나?”
“환갑이 조금 지난 것 같은데요. 연세가 어떻게 되죠?”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71살’을 나타내신다. 일흔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낚싯대를 다루는 솜씨는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걸렸어”는 할아버지의 말에 구경꾼의 눈은 끌려나온 바늘 끝을 향한다. 세 방향으로 뻗은 바늘에는 전어가 걸렸다. 할아버지는 또다시 낚싯줄을 던지고 이내 “걸렸어”를 외치신다.
“이번에는 전어가 아니고 아마 ‘몬치’ 일거야”
할아버지는 고기를 낚는 순간의 손맛을 통해 어떤 고기가 잡힌 걸 미리 알 수 있다고 설명하신다. 고깃살이 부드러운 전어는 손맛을 적은데 비해, 숭어는 손맛을 아주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숭어낚시의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한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