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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3월 3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임원승진 축하연에 참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와 부인 임세령씨.
지난 2001년 3월 3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임원승진 축하연에 참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와 부인 임세령씨. ⓒ 연합뉴스
"민망하시겠지요. 무슨 좋은 일이라고. 이상하게도 너무 꼬여서... 그 분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지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대상그룹 한 임원의 토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기자들도 그냥 쓰면 되는데, 꼭 (삼성을) 걸고 들어가니까 보좌하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그 분들'은 대상과 사돈을 맺은 삼성그룹 오너들이다.

지난달 말 회삿돈으로 불법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혐의로 구속 수감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사건이 연일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면서, 대상과 삼성간의 관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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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미풍' 조미료 전쟁의 앙숙관계서 사돈기업으로

삼성과 대상그룹간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영·호남기업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함께, 60년대 말 이후 이들 양 그룹간에는 이른바 '조미료 전쟁'이 계속됐었다.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조미료 시장을 석권해 온 대상(당시 미원)의 입장에선, 뒤늦게 '미풍'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뛰어든 삼성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당연지사. 외환위기 이후 '미원'은 그룹 이름을 '대상'으로 바꾸며, 삼성가(家)의 'CJ 그룹'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여왔다.

대상과 삼성그룹간 화해 무드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 98년. 이들 두 그룹이 사돈을 맺게 되면서부터다. 그해 6월 8일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와 대상 임창욱 회장의 맏딸인 세령씨가 인연을 맺게 된다. 세령씨는 당시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재학중이었다.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앞 정원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주례를 봤다. 재계에서는 당시 식품전쟁을 벌이던 대상과 삼성이 사돈을 맺은 점이나, 대학생이던 임씨가 다소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점,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인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둘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상과 삼성쪽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가 불교와 관련된 모임에서 대상의 임 회장 부인 박현주씨를 자주 만났으며, 오래전부터 세령씨를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이후 양쪽 집안에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상무와 자연스럽게 만남을 주선해, 결혼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삼성가 며느리로 들어온 임씨는 (주)대상 주식을 10.22%나 가지고 있는 등 나름의 재력가이기도 하다.

연일 터지는 비자금 의혹에 '난감', '당혹'

이재용 상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건희 회장의 뒤를 잇는 삼성 후계자다. 현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일본 소니사와 합작해 만든 회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S-LCD'는 삼성과 소니가 '명운'을 걸고 시작한 7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소니는 차기 CEO로 꼽히는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사로 내세우면서, 삼성쪽에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특별히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돈 기업의 총수가 '비자금 조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구속되자, 삼성 이씨 일가 쪽 반응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이 상무는 장인인 임 회장의 구속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 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의 문제에 대해 (이 회장 등이) 무슨 반응이 있겠는가"라며 "대신 이 상무의 경우는 아무래도 맏사위인 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추가 비자금 조성설 등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삼성이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경향이 많아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우리 때문에 저쪽(대상)에서 더 곤란해 하거나, 난처할 지도 모르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소개했다.

대상 쪽 관계자들은 '삼성' 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상 한 임원은 "하루 빨리 여론이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라며 "삼성에 대해선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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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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