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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모든 행정기관이 주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24시간 근무체제인 경찰, 소방, 교정 등 일부 분야는 제외된다.

경찰청 홈페이지 경찰관전용방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과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24시간 근무체제인 경찰의 특성은 이해하지만, 그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만을 감수하라는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찰청은 내부 문건을 통해 주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지구대(구 파출소)요원 등에게는 인원과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전혀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에 대해 같은 경찰에서조차 토요휴무까지 보장받는 경찰관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 조치라고 볼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청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관련 부처인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를 계속 해왔으나, 인원증원이나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증액하기 곤란하다는 문제점에 봉착하여 내부 설득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궁색한 설득은 통하지 않고 있다. 당장 7월 1일 이후 최일선에서 국민과 접촉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불만과 사기저하가 미칠 파급효과와 영향에 대해서만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상태를 달리 설명하고 설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강제노동을 금하고 있는데 현재의 3부제 근무마저 경찰관들의 동의를 받아서 하는 근무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으로 규정한 주 40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과 같이 휴일과 토요휴무일에 쉴 수 있는 행복추구권까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는 오히려 주5일 40시간 근무를 빌미로 교대근무자의 초과근무수당을 삭감토록 한 바 있기에 그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예산부처에서는 단순히 근무시간만 일부 줄어드는 것을 빌미로 하고 있으나, 그 계산방식이 틀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대근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연이은 휴일을 향유할 권리도 박탈당하고, 그나마 그 휴일에 대해서 쉴 수 있는 기회비용만큼의 수당도 책정되지 않았다는 울분이다.

지구대근무 이 경사의 울분과 좌절
예산부처에서 간과하는 실제 경찰관의 근무체계

이 경사는 7월 4일 월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지구대 순찰요원근무입니다. 순찰요원은 정해진 휴게(식사)시간이 없습니다. 이 경사는 2시간 초과근무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부처에서는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 있음을 빌미로 예전보다 수당을 삭감했습니다.

다음날인 7월 5일 화요일, 이 경사는 '야간근무'를 나가야 합니다. 다른 공무원은 아침에 정상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합니다. 야간근무는 열악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극히 필요한 근무시간인 것은 이경사도 압니다. 그러나 이 경사에게 국가나 경찰조직에서 한 번도 본인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방적인 3부제 근무 지시로 야간근무를 나가기에 근무 당사자에게는 강제적 야간근무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보상규정이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40조 이하 등 제4장 근로시간과 휴식 취지, 위반) 야간근무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근무를 강제한 데 대한 보상 말입니다.

이경사의 야간근무는 저녁 7시에 시작하여 다음날인 7월 6일 아침 9시에 마칩니다. 야간 8시간이상 근로 금지라는 근로기준법을 무려 6시간이나 초과하는 근무입니다. 중간에 휴게시간도 없습니다. 졸려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고스란히 이경사의 책임입니다. 딱 하루도 아니고, 3일마다 한 번씩 그런 근무를 합니다.(근기법 제49조, 50조, 51조, 52조 위반)

이경사가 국가로 부터 받는 보수는 이날 정상적으로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의 근무를 예상하고 받은 것입니다. 다른 공무원이나 같은 경찰관중 교대근무자가 아닌 경찰관과 같은 보수일 뿐입니다. 물론, 야간, 휴일 등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습니다.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여타 공무원 초과근무수당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 경사님 다른 공무원처럼 낮에 일하지 않고 쉬었지 않았습니까?

이 경사는 절대 3일에 한 번씩 날밤을 지새우는 근무 원하지 않았습니다. 생리주기에 맞게 낮에 근무하고 저녁에 쉬고 싶습니다. 야간근무는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강제한 것입니다. 야간 근무날 낮에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야간근무를 위해 준비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낮 시간이 아닙니다. 야간근무를 버티어 내기위해서 출근 전에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내근공무원들이 저녁에 퇴근해서 쉬는 것이나 휴일에 쉬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이경사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조직외도 아니고 조직 내 우리 상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야간 14시간, 사무실에서 서류나 만지면서 근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간은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거리에서 순찰도 해야 하고, 위험을 무릅쓴 검문도 해야 하며, 술 취한 주취자에게 시달리기도 합니다. 첨예하게 맞서는 양당사자 사이에서 시달리면서 사건을 해결해주기도 해야 합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상의 숙직(제5조 3항, 이에 근거한 국가공무원당직및비상근무규칙)이 아닙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상 숙직을 하면서 교대 취침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예산부처에서는 수당을 삭감하였나요?

중앙인사위원회나 기획예산처에서 근로기준법상 네 시간마다 30분, 8시간마다 한 시간 휴게를 주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삭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야간14시간 근무 중에 포함된 아침식사시간까지도 삭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이 경사가 정해진 휴게시간이나 조식시간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폭주하는 112신고와 예방 순찰 명령에 쉴 수 있는 인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 아침이면 교통캠페인이다 뭐다 하여 맘 놓고 식사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보통은 퇴근해서 집에서 밥 먹고 잡니다.

이 경사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14시간 근무 중, 그날 근무해야 할 8시간(야간에도 그런 시간을 주간과 동일하게 근무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을 제하고, 6시간에 대한 보상은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분명히 6시간이상을 시간외 근무를 한 것이고, 또 야간이기에 야간근무수당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나오는 초과근무수당을 보면 너무나 어이없이 적습니다.

다음날 7월 6일 수요일 아침입니다. 다행히 경찰서의 동원이나 교육도 없습니다. 있어봐야 수당 한 푼 주지 않습니다. 집으로 향해 운전을 하지만, 졸음이 쏟아지고 입안이 깔깔한 게 죽을 맛입니다.

법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소방공무원복무규정(제4조)에는 그나마 격일제나 3부제 근무방법에 대해 규정이 되어 있고, 그 근무자들의 그런 불이익을 '순번을 정하여 주기적으로 근무일에 휴무하게' 하고 있는데, 경찰공무원복무규정에는 이러한 교대근무자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비슷한 것을 찾아가보니, 경찰공무원복무규정 제 19조에 연일근무자, 공휴일근무자는 그 다음날 1일의 휴무, 당직 또는 철야근무자에게는 오후 1시를 기준으로 하여 오전 또는 오후의 휴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전날 7월 5일, 5시간 근무, 오늘 7월 6일 새벽부터 9시간 연일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면 경찰공무원복무규정 제 19조에 의해 7월 6일 오전 9시부터는 법적인 휴무일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통 공무원이 일요일 쉬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경찰조직이나 예산부처의 인식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히 비번이라고 잘못 개념화한 이 법적 휴무 날에 경찰은 비번자 동원이라고 마구잡이로 동원합니다. 각종 대규모 데모나 비상근무 등을 핑계로.

7월 7일, 아침부터 저녁근무, 제일 생리주기상 적정한 근무입니다만, 어제 하루 종일 야간근무로 인한 피로감에 뒤척이다 보니, 그렇게 상쾌한 출근길은 아닙니다. 다시 7월 8일 저녁근무, 앞에서 말한 바대로 교대근무자들이 아닌 공무원보다 힘들었으면 힘든 근무지, 결코 유리한 근무가 아닙니다. 하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7월 9일, 토요일입니다. 교대근무자가 아닌 공무원은 월급에 산정되어 있지만 쉽니다. 교대근무자는 복무규정상 연일근무를 했기에 허가된 휴무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쉬는 일요일인 7월 10일은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인 7월 16일은 근무를 해야 합니다. 이 차별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9.6일의 휴일을 가지는데 교대근무자는 겨우 2일 휴일?

교대근무가 아닌 공무원은 7월 10일을 넘기면서 벌써 2일의 휴일을 가지는데, 교대근무자는 단 1일의 휴일도 가지지 못합니다. 다만 야간, 연일근무로 인한 보상휴무를 가졌을 뿐. 그것은 휴일이 아닙니다. 건강유지와 근무를 위한 최소한의 휴식시간일 뿐.

7월 10일 내근근무자는 일요일 날 또 쉽니다. 중간에 당직 근무만 없다면, 2박 3일의 연휴를 즐깁니다. 그러나 교대근무자는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이러한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없습니다. 이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 국가는 어떻게 보상을 해주어야 할까요?

경찰에서는 1개월에 2회 정도 휴무를 지정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치안여건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는.

그러나 교대근무가 아닌 공무원들은 월평균 9.6일의 휴일을 갖습니다. 교대근무자는 7.6일의 휴일을 휴일수당도 받지 않고 근무를 합니다. 그러나 예산부처의 계산방법은 휴일에 근무하게 되는 날만 휴일수당으로 책정합니다. 말이 안 되는 책정 방법입니다. 연속으로 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면서 그 기회비용마저 인정하지 않는 계산 방식입니다.

이 경사는 이러한 처지를 어디에 호소도 못하고 있습니다. 주 5일 근무 40시간 근무라해서 수당마저 삭감되고,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3일마다 반복되는 야간근무는 이제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야간 교대근무자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는 언론보도도 신경을 자극합니다.

경찰청이 이제와 인원과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지금의 비합리적인 상황을 그대로 인내하라는데, 이 경사는 그 인내의 한계를 느낍니다.
/ 이동환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교대근무자는 아니지만,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이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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